붉은 오얏을 처음 먹다初食朱李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4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月六日十二。我始食朱李。新邑無此物。知自舊京至。凡物仰舊京。舊京難遽棄。經宿遽至茲。半已訛色味。此亦空能得。所以價翔耳。數箇足自飧。再喫安可冀。留核種亦宜。吾生能有幾。
유월 열이튿날에 나는 붉은 오얏을 처음 먹었네 새 고을에는 이런 것이 없으니 옛 서울에서 온 줄 알겠네 온갖 것을 옛 서울에 기대니 옛 서울을 대번에 버리기는 어렵네 하룻밤을 묵히고서야 겨우 여기에 이르니 빛과 맛이 반은 이미 변하였네 이것도 거저 얻을 수 없어 그래서 값이 치솟을 뿐이네 두어 개면 내 요기로 넉넉하니 다시 먹기를 어찌 바라랴 씨를 남겨 심는 것도 좋겠으나 내 삶이 얼마나 남았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