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4

앞서 보낸 절구의 운을 따라 구양 스물아홉째 백호에게 주다次前所寄絶句韻。贈歐陽二十九伯虎。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3 · 한자 395자 · 낭독 3.6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4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1서문

予昔登第之年。甞與同年遊通濟寺。予及四五人。佯落後徐行。聯鞍唱和。以首唱者韻。各賦四韻詩。此旣路上口唱。非有所筆。而亦且以爲詩人常語。便不復記之也。其後再聞有人傳云。此詩流入中國。大爲士大夫所賞。其人唯誦一句云。蹇驢影裏碧山晚。斷鴈聲中紅樹秋。此句尤其所愛者。予聞之。亦未之信也。後復有人能記一句云。獨鶴何歸天杳杳。行人不盡路悠悠。其首落句則皆所不知也。予雖未至聦明。亦不甚椎鈍者也。豈其時率爾而作。略不置意而偶忘之耶。昨者足下訪予。有坐客言及此詩。因問之曰。相國此詩。傳播乃國。信乎。君遽對曰。不唯傳播。皆作畫簇看之。客稍疑之。君曰。若爾。予明年還國。可賚其畫及此詩全本來。以示也。噫。果若子之言。則此實非分之言。非所敢當也。雖然。義不可虛受。且欲備東還時儻記吾詩。不忘向之二段事。以是次前所寄絶句最後一編韻寄之。其必以此者。此詩本起於因君之求。予詩所作也。今之所贈。亦頗相類然爾。惶恐云云。

내가 지난날 급제한 해에 일찍이 동년들과 통제사에서 놀았다. 나와 네댓 사람이 짐짓 뒤에 떨어져 천천히 가면서 안장을 나란히 하고 서로 주고받아 읊었는데, 맨 먼저 읊은 이의 운을 따라 각각 사운시를 지었다. 이는 길 위에서 입으로 읊은 것이라 적어 둔 것이 없고, 또 시인이 늘 하는 말이라 여겨 다시 기억해 두지도 않았다.

그 뒤에 다시 어떤 사람이 전하는 말을 들으니, 이 시가 중국에 흘러들어 사대부들이 크게 칭찬한다 하였다. 그 사람은 오직 한 구절만 외어 이르기를 「저는 나귀 그림자 속에 푸른 산은 저물고, 끊긴 기러기 소리 가운데 붉은 나무는 가을이네」라 하고, 이 구절을 더욱 아낀다고 하였다. 내가 그 말을 듣고도 믿지 않았다. 뒤에 또 어떤 사람이 한 구절을 기억하여 이르기를 「외로운 학은 어디로 돌아가는가 하늘은 아득하고, 가는 사람은 끝이 없고 길은 멀고 머네」라 하였다. 그 첫 구절과 끝 구절은 모두 알지 못하는 바였다. 내가 비록 총명하지는 못하나 또한 몹시 둔한 사람도 아니다. 어찌 그때 되는 대로 지어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아 우연히 잊은 것인가.

어제 그대가 나를 찾아왔을 때 앉은 손 가운데 이 시를 말하는 이가 있어 묻기를 「상국의 이 시가 그대 나라에 퍼졌다는데 참말인가」 하니, 그대가 곧 대답하기를 「퍼진 것만이 아니라 모두 그림 족자로 만들어 본다」 하였다. 손이 조금 의심하니 그대가 이르기를 「그렇다면 내가 내년에 나라로 돌아가 그 그림과 이 시의 온 본을 가져와 보이겠다」 하였다.

아, 과연 그대의 말과 같다면 이는 실로 내 분수에 넘치는 말이요 감히 당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의리로 헛되이 받을 수는 없고, 또 동쪽으로 돌아갈 때 혹 내 시를 기억하여 앞의 두 가지 일을 잊지 않게 하고자 한다. 이에 앞서 보낸 절구 가운데 맨 나중 한 편의 운을 따라 보낸다. 반드시 이것으로 한 까닭은, 이 시가 본디 그대의 청으로 말미암아 지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주는 것도 또한 꽤 서로 비슷하여 그러하다. 황공할 뿐이다.

협주 1

幷序

서를 아울러 붙인다.

2첫째 수

慙愧區區一首詩。一觀猶足又圖爲。雖知中國曾無外。過自爲辭恐或欺。

부끄럽구나 자질구레한 한 수의 시를 한 번 보기만 해도 넉넉한데 또 그림으로 만들었다니 중국이 일찍이 남을 밖으로 여기지 않음을 알지만 지나치게 스스로 말을 꾸미면 속이는 것이 될까 두렵네

3둘째 수

此邦猶少愛予詩。中國何人肯許爲。更作畫圖雖似誕。觀君惇信不應欺。

이 나라에서도 내 시를 아끼는 이가 적은데 중국의 누가 기꺼이 그렇다 하랴 다시 그림으로 만들었다 함은 허황한 듯하나 그대의 도타운 미더움을 보니 속일 사람이 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