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5

세 가지를 물리치려 하면서 아직 그러지 못하여 먼저 시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다欲屛三物。今未爾。先以詩自激。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190자 · 낭독 1.7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5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1서문

夫非所長而嗜之。適爲人笑。若予者。琴手澁。酒膽劣。書則老境所可屛者。而猶嗜此三者。不亦惑乎。其於道也遠矣。方有屛之之意。故作此詩云爾。

무릇 잘하는 것이 아닌데도 즐기면 마침 남의 웃음거리가 된다. 나 같은 이는 거문고 솜씨가 껄끄럽고 술을 이기는 힘이 약하며, 책은 늙은 나이에 마땅히 물리쳐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 세 가지를 즐기니 또한 미혹된 것이 아닌가. 도에서는 멀다. 이제 물리칠 뜻이 있어 이 시를 짓는다.

협주 1

幷序

서를 아울러 붙인다.

琴橫膝上書置前。弄得數聲看數字。時復酌數盃。不覺頹然醉。書特萬篇蠹簡之煩言。琴迺三尺枯桐之虛器。若循輪扁語。糟粕不必嗜。若得陶潛趣。何勞絃上指。唯此飮中事。欲捨未遽已。醇則適其口。醨則拂其意。是亦由吾道未全。苟全於道何有是。天下無正味。食薦甘帶孰定美。差夫三物者。適爲心之累。安得揔相遺然後。庶幾蹈道忘懷之君子。

거문고를 무릎에 걸치고 책을 앞에 두어 몇 소리를 타고 몇 자를 보네 때로 다시 몇 잔을 따라 어느새 쓰러지듯 취하네 책은 다만 만 편 좀먹은 죽간의 번거로운 말이요 거문고는 곧 석 자 마른 오동의 빈 그릇이네 윤편(輪扁)의 말을 따른다면 옛사람의 찌꺼기는 즐길 것이 없네 도잠(陶潛)의 뜻을 얻었다면 어찌 줄 위에 손가락을 수고롭게 하랴 오직 이 술 마시는 일만은 버리려 하면서도 선뜻 그만두지 못하네 진한 술은 입에 맞고 묽은 술은 뜻에 거스르네 이것도 또한 내 도가 온전하지 못한 탓이니 도에 온전하다면 어찌 이런 일이 있으랴 천하에 정해진 맛이 없으니 사슴은 풀을 먹고 지네는 뱀을 달게 여기니 누가 아름다움을 정하랴 아, 저 세 가지는 마침 마음의 거리낌이 되네 어떻게 모두 서로 버린 뒤에야 도를 밟아 회포를 잊는 군자에 가까워지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