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삼월 어느 날 이 학사가 병중에 큰 자리를 베풀고 기녀와 풍악을 갖추어 나와 박 추밀부사, 최 복야, 박·정 두 학사를 불러 술을 권하기에 그 자리에서 시 두 수를 얻어 드리다庚子三月日。李學士病中大設筵幷妓樂。邀予及朴樞副,崔僕射,朴丁二學士觴之。卽席得詩二首呈之。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6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初來欲問維摩病。不分還傾太白杯。愼勿自言生死別。飮中此語忍聞哉。
처음 와서는 유마(維摩)의 병을 여쭈려 하였는데 뜻밖에도 도리어 큰 술잔을 기울이시네 부디 스스로 죽고 사는 이별을 말하지 마시게 술 마시는 자리에서 이 말을 차마 들을 수 있으랴
협주 2
百全
백전(百全)
是日。主人連有此語。
이날 주인이 이 말을 자꾸 하였다.
阻覿淸姿心似渴。忽承喜喚脚如飛。一言相接猶爲得。更賞紅裙醉倒歸。
맑은 모습을 오래 못 뵈어 마음이 목마른 듯하였는데 문득 반가운 부름을 받으니 다리가 나는 듯하였네 한마디 말을 서로 나눈 것만으로도 얻은 것인데 게다가 기녀의 노래와 춤까지 구경하고 취해 쓰러져 돌아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