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방 남쪽 마루 곁에 절로 난 벼를 보고 짓다見穭稻生寢房南軒之旁。有作。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人皆務耕田。歲入幾許斛。我家無是事。天遣生穭穀。庭階生亦可。胡柰寢房曲。亦復效田禾。擢穗數莖綠。我病慵不芟。憎哉游手僕。置之百不訶。默笑但瞪目。業已不理屋。何獨於此督。
사람들은 모두 밭 갈기에 힘써 해마다 몇 섬을 거두는데 우리 집엔 그런 일이 없으니 하늘이 절로 난 곡식을 보내 주었네 뜰과 섬돌에 났으면 그래도 괜찮으련만 어찌하여 침방 모퉁이인가 또한 밭의 벼를 흉내 내어 몇 줄기 푸르게 이삭을 빼었네 나는 병들고 게을러 베지 못하는데 밉구나, 손 놀리는 종들이여 그래도 나는 그냥 두고 조금도 꾸짖지 않으며 말없이 웃고 멀거니 바라만 보네 이미 집도 치우지 않으면서 어찌 이것만 다그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