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십이월 어느 날 꿈에 하늘로 오르다庚子十二月日夢升天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8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夢上迢迢天。玉宸九鏁重。俯視下界內。蠢蠢黑頭蟲。有人忽掣肘。茫若墮長空。天去地幾何。仙凡一瞥中。夢覺若等觀。眞箇到珠宮。平分者晝夜。夢覺曷不同。
꿈에 아득한 하늘에 오르니 옥신전(玉宸殿)의 아홉 겹 자물쇠가 겹겹이었네 아래 세상을 굽어보니 꾸물꾸물 검은 머리의 벌레들이었네 누군가 문득 팔꿈치를 잡아채니 아득히 먼 허공으로 떨어지는 듯하였네 하늘은 땅에서 얼마나 떨어졌는가 신선과 예사 사람이 눈 한 번 깜박이는 사이일세 꿈과 깸을 같게 본다면 참으로 구슬 궁전에 이른 것이네 낮과 밤이 고르게 나뉘었으니 꿈과 깸인들 어찌 다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