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8

손님의 물음에 답하는 시答客問詩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219자 · 낭독 2.1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8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客有問於予者曰。子言累月被沈痾不起。似妄語也。何者。以今觀之。其於和人之詩。多至三十二十或十餘首。然詩中猶無憊氣。此豈病者之能爾耶。予答曰。詩無憊氣。是子之過言也。予何足以當之哉。予向言詩癖。亦一病也。旣爲病之所使。病可免乎。是予所以難之。以至再作詩以傷之者也。今之病痾。如不死則行當自止矣。非若詩癖之不已也。因作詩以答之。

어떤 손님이 나에게 묻기를 「그대는 여러 달 깊은 병으로 일어나지 못한다 하는데 헛말인 듯하오. 어째서인가 하면, 지금 보건대 남의 시에 화답한 것이 많으면 서른 수, 스무 수, 혹은 열 몇 수에 이르는데도 시 가운데 지친 기운이 없으니, 이것이 어찌 병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겠소」 하였다.

내가 답하였다. 「시에 지친 기운이 없다는 것은 그대의 지나친 말이오. 내가 어찌 그 말을 감당하겠소. 내가 지난번에 시 버릇도 하나의 병이라고 말하였소. 이미 병에 부림을 당하고 있으니 병을 면할 수 있겠소. 이것이 내가 어렵게 여겨 거듭 시를 지어 슬퍼하기에 이른 까닭이오. 지금의 병은 죽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절로 그치겠지만, 시 버릇이 그치지 않는 것과는 같지 않소.」

그래서 시를 지어 답한다.

협주 1

幷序

서문을 아울렀다.

病之逼於身。人所難自避。旣言詩一癖。與病眞無異。病可得免哉。予亦自傷耳。老病與詩病。云何一時至。蓬頭臥掩衾。禿筆起書字。一聲挾啾蟲。一聲誤鬪蟻。詩初若可觀。覆視堪唾棄。畢竟無巧詞。此癖拙所遂。

병이 몸에 닥치는 것은 사람이 스스로 피하기 어려운 바일세 이미 시가 하나의 버릇이라 하였으니 병과 참으로 다를 것이 없네 병을 면할 수 있겠는가 나 또한 스스로 슬퍼할 뿐이네 늙은 병과 시의 병이 어찌하여 한꺼번에 이르렀는가 헝클어진 머리로 이불을 덮고 누웠다가 몽당붓을 들고 일어나 글자를 쓰네 한 소리는 우는 벌레 소리에 섞이고 한 소리는 개미 기는 소리를 소 싸움으로 잘못 듣네 시가 처음에는 볼만한 듯하다가 다시 보면 침을 뱉어 버릴 만하네 필경 공교로운 말이 없으니 이 버릇은 졸렬함이 이룬 것일세

협주 1

誤鬪蟻 — 「세설신어」에 병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던 이가 평상 밑 개미 기는 소리를 소 싸우는 소리로 잘못 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