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의 물음에 답하는 시答客問詩
客有問於予者曰。子言累月被沈痾不起。似妄語也。何者。以今觀之。其於和人之詩。多至三十二十或十餘首。然詩中猶無憊氣。此豈病者之能爾耶。予答曰。詩無憊氣。是子之過言也。予何足以當之哉。予向言詩癖。亦一病也。旣爲病之所使。病可免乎。是予所以難之。以至再作詩以傷之者也。今之病痾。如不死則行當自止矣。非若詩癖之不已也。因作詩以答之。
어떤 손님이 나에게 묻기를 「그대는 여러 달 깊은 병으로 일어나지 못한다 하는데 헛말인 듯하오. 어째서인가 하면, 지금 보건대 남의 시에 화답한 것이 많으면 서른 수, 스무 수, 혹은 열 몇 수에 이르는데도 시 가운데 지친 기운이 없으니, 이것이 어찌 병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겠소」 하였다.
내가 답하였다. 「시에 지친 기운이 없다는 것은 그대의 지나친 말이오. 내가 어찌 그 말을 감당하겠소. 내가 지난번에 시 버릇도 하나의 병이라고 말하였소. 이미 병에 부림을 당하고 있으니 병을 면할 수 있겠소. 이것이 내가 어렵게 여겨 거듭 시를 지어 슬퍼하기에 이른 까닭이오. 지금의 병은 죽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절로 그치겠지만, 시 버릇이 그치지 않는 것과는 같지 않소.」
그래서 시를 지어 답한다.
협주 1
幷序
서문을 아울렀다.
病之逼於身。人所難自避。旣言詩一癖。與病眞無異。病可得免哉。予亦自傷耳。老病與詩病。云何一時至。蓬頭臥掩衾。禿筆起書字。一聲挾啾蟲。一聲誤鬪蟻。詩初若可觀。覆視堪唾棄。畢竟無巧詞。此癖拙所遂。
병이 몸에 닥치는 것은 사람이 스스로 피하기 어려운 바일세 이미 시가 하나의 버릇이라 하였으니 병과 참으로 다를 것이 없네 병을 면할 수 있겠는가 나 또한 스스로 슬퍼할 뿐이네 늙은 병과 시의 병이 어찌하여 한꺼번에 이르렀는가 헝클어진 머리로 이불을 덮고 누웠다가 몽당붓을 들고 일어나 글자를 쓰네 한 소리는 우는 벌레 소리에 섞이고 한 소리는 개미 기는 소리를 소 싸움으로 잘못 듣네 시가 처음에는 볼만한 듯하다가 다시 보면 침을 뱉어 버릴 만하네 필경 공교로운 말이 없으니 이 버릇은 졸렬함이 이룬 것일세
협주 1
誤鬪蟻 — 「세설신어」에 병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던 이가 평상 밑 개미 기는 소리를 소 싸우는 소리로 잘못 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