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눈이 여러 날 아프기에 아픔이 뜸한 틈에 입으로 읊다痛左目累旬。痛隙有作口吟。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8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晻如明月蝕。暗若玄雲蔽。若言看書苦。一目何偏翳。右目雖不病。矇然好欲閉。天令備左右。廢一患莫大。設若作半人。胡顔見朋輩。
어둡기는 밝은 달이 먹힌 듯하고 캄캄하기는 검은 구름이 덮인 듯하네 글 보기에 애쓴 탓이라 한다면 어찌 한쪽 눈만 치우쳐 흐린가 오른눈은 비록 병들지 않았으나 흐릿하여 자꾸 감기려 하네 하늘이 왼쪽 오른쪽을 갖추어 주었는데 하나를 못 쓰게 되니 걱정이 이보다 클 수 없네 만약 반쪽 사람이 된다면 무슨 낯으로 벗들을 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