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징비록 › 권3 근폭집

지금 해야 할 일을 아뢰다陳時務箚

징비록 懲毖錄 · 류성룡(柳成龍) · 1633년 간행 (임진왜란 뒤 지음) · 단락 1 · 한자 1,386자 · 낭독 11.9분

징비록 권3 근폭집 임진왜란이 끝난 뒤 영의정 류성룡이 제 눈으로 본 것을 적어 남긴 기록. 「지난 일을 징계하여 뒷근심을 삼간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조정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변명 없이 적었다. 이순신을 천거한 일, 명나라 군사와의 실랑이, 백성이 겪은 참상이 그대로 실렸다.

伏以今日之勢日益危迫前者每望賊兵之自退今秋盡冬來自退之事已無望矣四方郡縣相對縮首誠可痛心且不久江氷當合大同晴川博川等江盡爲平地賊兵之散漫渡江者將不可禦。中朝若果出於用兵之計則當到已久而至今無消息臣竊觀沈遊擊處置其大意恐不可僥倖息兵而已倭人狡詐百端脫使陽爲講解遲留過冬明年又多聚醜類休兵鍊器捲地而來則其可以約信制其猖獗乎兇賊十年窺覦以有此事今未甞一挫其鋒豈有自還之理乎唐將之失計卽我國之尤大不幸臣不勝扣心拊膺夜不能寐也今冝速以此等曲折明白陳告更請速來庶或得濟於萬一也且竊聞建州衛㺚子亦有䡖救之言可爲寒心唐時不能平安史乞兵於回紇吐蕃世被其禍此則又非此比也然北虜素以近年捕斬採蔘胡之故怨我頗甚今猶以善言來試在我亦當以善言待之不當嚴辭斥絕以益其怒惟使邊將語之曰我國與爾世爲隣土今聞倭奴作亂欲爲來救其意甚美朝廷若聞所當嘉獎賞給但倭患今已向平不至於勞爾輩遠來云云至於請止。中朝亦不必大爲自絕之語待如世讎當以微辭嚴拒而密告以貽害非輕之憂勿使彰著於其耳以增一敵蓋我勢方急不能以制其進退之命脫或多起士馬隔江來駐名爲救援而其意難測將何以待之此事。朝廷必以酬應得宜而臣在此不得詳聞不堪過計之憂敢此濫陳且臣在此時接四方往來人略聞諸道形勢江華之事亦甚可虞蓋兵多而無所統一號令雜糅且無能將近聞又不利於華藏浦而船隻亦被賊奪云今稍可依仗者江華之兵而且通南方信息不幸而江華有賊則大事去矣今令金千鎰崔遠邊良俊多集舟師堅守其地相時而動母墮賊術中以成萬全之圖且京畿本方諸將惟高彥伯最爲可任而委任不專所率之軍只楊州一境之民無以成事臣意宜令楊州抱川積城加平永平等邑之軍盡屬於彥伯遮蔽東道勦捕賊兵京城以西高陽交河江華喬桐之軍又屬於一將廣州果川水原安山衿川等邑之軍又統於一將三面合勢以爲恢復京城之計而仍使有計慮忠勇重臣總爲節制若是則事有端緒約束號令皆有歸宿而事可得濟矣自古國家之敗非一日之積一事之失大槩自士夫心術敗壞始他不暇論今於危難之際其患尤大以此方伯守令盡以奔竄自免爲心賊未至則率其眷屬巡遊列邑責辦厨傳貽弊吏民賊至則望風先遁甚者盡抄精勇之士自衛其身深藏遠避惟恐見賊故前日在其本邑射捕零賊以捄鄕里之類令皆爲幕下閒遊之輩人皆憤歎不能已已。朝廷特未之知耳至於江原道山林深阻道路艱險往往有百二之勢誠使當初抄發山尺獵射之人購以重賞處處設伏以其所得賊物盡與其人使有勸慕則一道猶可支吾而今則已爲賊土與北道之賊據爲窟穴其勢日熾將彌漫於慶尙左右道未知國家更有何地耶言之痛哭今宣有所處置急急收拾然後庶可爲也且一道之中有名號者甚多而一無捕賊之處徒爲紛紛貽郡邑之弊此亦不可以少省乎且忠淸全羅道爲我國之根本賊方熾盛而二道監司皆以勤王離其道內則必有彼此無及之憂萬一兩湖敗則嶺南難保而八道更無乾净之地矣此亦當使一將抄率精兵以赴難而監司則留捍本道之賊恐或便當臣又有一憂觀此賊勢其平定不卜遲速假使賊兵幸而退遠近郡邑蓄積蕩然明年種子亦無出處而生靈盡爲塡壑其誰救之此非少憂今賊兵猶在軍粮之外多積皮穀於郡邑恐有意外之慮臣聞宣川身彌島地勢廣闊與江華等地無異特以西道不爲海防故未爲設鎭耳臣意宣川定州嘉山以下以至郭山龍川鐵山諸邑皮穀以海船移置于其處而仍使武將一人率水軍守之多作草家以爲過冬之謀賊平則輸出陸路以爲明年之種實係遠念至於黃海道豐川椒島及他海島無不如此旣不見失於賊又以備明年之用事極便利而江華以西船路相通亦必無礙臣敢此幷達謬妄之見未知適用而區區之忱不敢不盡取。進止

삼가 아뢰옵니다. 오늘의 형세는 날로 위태롭고 급박해집니다. 앞서는 적병이 스스로 물러가기를 늘 바랐으나, 이제 가을이 다하고 겨울이 와도 스스로 물러갈 일은 이미 바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방의 고을이 서로 마주 보며 목을 움츠리고 있으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또 머지않아 강물이 얼어붙어 대동강·청천강·박천강이 모두 평지가 될 터이니, 적병이 흩어져 강을 건너오면 막을 길이 없을 것입니다.

명나라 조정이 과연 군사를 낼 뜻이 있었다면 벌써 왔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신이 가만히 심 유격(沈遊擊)의 처사를 보건대, 그 큰 뜻은 요행히 싸움을 그치게 하려는 데 지나지 않는 듯합니다. 왜인은 교활하고 속임수가 백 가지입니다. 만일 겉으로 화친을 말하며 머뭇거려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다시 무리를 많이 모아 군사를 쉬게 하고 병기를 벼려 땅을 말듯이 쳐들어온다면, 약속과 믿음으로 그 날뜀을 누를 수 있겠습니까. 흉악한 적이 십 년을 엿보다가 이 일을 벌였고 지금 그 칼끝을 한 번도 꺾지 못하였으니, 어찌 스스로 돌아갈 리가 있겠습니까. 명나라 장수가 계책을 그르치는 것은 곧 우리나라의 더없이 큰 불행이라, 신은 가슴을 치고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여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이제 마땅히 이런 사정을 빨리 밝게 아뢰고 다시 속히 와 주기를 청하여야 만에 하나라도 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가만히 듣건대 건주위(建州衛)의 오랑캐도 구원하러 오겠다는 말이 있다 하니 한심한 일입니다. 당나라 때 안사(安史)의 난을 평정하지 못하여 회흘(回紇)과 토번(吐蕃)에 군사를 빌렸다가 대대로 그 화를 입었거니와, 지금 일은 그에 견줄 바도 아닙니다. 그러나 북쪽 오랑캐는 본디 근년에 삼을 캐던 무리를 잡아 벤 일 때문에 우리를 몹시 원망하고 있는데, 이제 오히려 좋은 말로 떠보러 왔으니 우리도 좋은 말로 대해야지 엄한 말로 끊어 버려 그 노여움을 더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변방 장수를 시켜 이렇게 말하게 하십시오. 「우리나라는 너희와 대대로 이웃한 땅이다. 이제 왜적이 난을 일으켰다는 말을 듣고 구원하러 오려 하니 그 뜻이 매우 아름답다. 조정이 들으면 마땅히 기특히 여겨 상을 내릴 것이다. 다만 왜적의 근심이 이제 거의 가라앉아 너희가 멀리 오는 수고를 끼칠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그만두게 해 달라고 명나라 조정에 청하는 데 있어서도, 대대의 원수를 대하듯 아주 끊어 버리겠다는 말을 크게 할 것은 없습니다. 마땅히 은근한 말로 엄히 물리치고, 해가 가볍지 않으리라는 걱정은 은밀히 알리되, 그 말이 저들 귀에 드러나 적을 하나 더 늘리는 일이 없게 하여야 합니다. 우리 형세가 한창 급하여 저들이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을 우리 뜻대로 하지 못하니, 만일 군마를 많이 일으켜 강 건너에 와서 머무르며 이름은 구원이라 하나 그 속뜻을 헤아리기 어렵다면 장차 어떻게 대하겠습니까. 이 일은 조정에서 반드시 알맞게 응대하겠지만, 신은 여기 있어 자세히 듣지 못하고 지나친 걱정을 견디지 못하여 감히 이렇게 함부로 아룁니다.

또 신이 여기 있으면서 사방으로 오가는 사람을 만나 여러 도의 형세를 대강 들었는데, 강화(江華)의 일이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군사는 많으나 하나로 거느리는 데가 없어 호령이 뒤섞이고 또 유능한 장수도 없습니다. 근래 듣건대 화장포(華藏浦)에서 또 이기지 못하였고 배도 적에게 빼앗겼다 합니다. 이제 그런대로 믿을 만한 것은 강화의 군사요 또 남쪽 소식이 통하는 길이니, 불행히 강화에 적이 들어오면 큰일은 끝장입니다. 이제 김천일(金千鎰)·최원(崔遠)·변양준(邊良俊)에게 수군을 많이 모아 그 땅을 굳게 지키고 때를 보아 움직이되, 적의 꾀에 빠지지 말고 만전을 꾀하게 하십시오.

또 경기 지방 여러 장수 가운데 고언백(高彥伯)이 가장 맡길 만한데 맡김이 오롯하지 못하고, 거느린 군사가 양주(楊州) 한 고을 백성뿐이라 일을 이룰 수 없습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양주·포천·적성·가평·영평 등 고을의 군사를 모두 고언백에게 붙여 동쪽 길을 막고 적병을 치게 하며, 서울 서쪽 고양·교하·강화·교동의 군사는 또 한 장수에게 붙이고, 광주·과천·수원·안산·금천 등 고을의 군사는 또 한 장수가 거느리게 하여, 세 방면이 힘을 합쳐 서울을 되찾을 계책을 삼되, 헤아림이 있고 충성스러우며 용감한 중신에게 이를 모두 거느리게 하십시오. 이렇게 하면 일에 실마리가 생기고 단속과 호령이 모두 돌아갈 곳이 있어 일을 건질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나라가 무너지는 것은 하루 쌓인 일이나 한 가지 잘못 때문이 아니라, 대개 사대부의 마음가짐이 무너지는 데서 비롯됩니다. 다른 것은 논할 겨를이 없으나 이 위태로운 때에 그 병통이 더욱 큽니다. 그러므로 감사와 수령이 모두 달아나 제 몸만 건질 생각을 품어, 적이 오기 전에는 식구를 데리고 여러 고을을 돌며 대접을 요구해 아전과 백성에게 폐를 끼치고, 적이 오면 바람만 보고 먼저 달아납니다. 심한 자는 날래고 용맹한 군사를 다 뽑아 제 몸을 지키게 하고 깊이 숨고 멀리 피하여 적을 볼까 두려워만 합니다. 그래서 전날 제 고을에서 흩어진 적을 쏘아 잡아 고을을 구하던 이들이 이제는 모두 막하에서 한가로이 노는 무리가 되었으니, 사람들이 모두 분하게 여겨 탄식해 마지않습니다. 조정이 다만 이를 알지 못할 뿐입니다.

강원도로 말하면 산과 숲이 깊고 막혔으며 길이 험하여, 이따금 적은 군사로 많은 적을 막을 만한 곳이 있습니다. 진실로 처음에 산에서 사냥으로 사는 사람(山尺)과 사냥꾼을 뽑아 무거운 상을 걸고 곳곳에 매복을 두며, 얻은 적의 물건을 모두 그 사람에게 주어 따르고 싶게 하였더라면 한 도는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미 적의 땅이 되어 북도의 적과 함께 소굴로 삼아 그 형세가 날로 성하여, 장차 경상 좌도와 우도까지 번질 터이니 나라에 다시 어느 땅이 남을지 모르겠습니다. 말하자면 통곡할 일입니다. 이제 마땅히 조처하는 바가 있어 급히 거두어 수습한 뒤라야 될 것입니다. 또 한 도 안에 이름을 걸고 나선 자는 매우 많으나 적을 잡은 곳은 하나도 없고 부질없이 어지럽기만 하여 고을에 폐를 끼치니, 이 또한 조금 줄이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또 충청도와 전라도는 우리나라의 뿌리입니다. 적이 한창 성한데 두 도의 감사가 모두 임금을 돕겠다고 제 도를 떠나면 반드시 이쪽저쪽 모두 미치지 못하는 걱정이 있을 것입니다. 만일 충청도와 전라도가 무너지면 영남도 지키기 어렵고 팔도에 다시 성한 땅이 없게 됩니다. 이 또한 한 장수로 하여금 정예를 뽑아 거느리고 난에 달려가게 하고, 감사는 남아 제 도의 적을 막게 하는 것이 편하고 마땅할 듯합니다.

신에게 또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이 적의 형세를 보면 언제 평정될지 점칠 수 없습니다. 설사 적병이 다행히 물러간다 해도 멀고 가까운 고을의 쌓아 둔 것이 다 없어져, 이듬해 씨앗도 나올 데가 없고 백성이 다 구렁을 메우게 될 터이니 누가 구하겠습니까. 이는 작은 걱정이 아닙니다. 지금 적병이 아직 있는데 군량 밖에 껍질째 둔 곡식을 고을에 많이 쌓아 두었으니 뜻밖의 일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신이 듣건대 선천(宣川)의 신미도(身彌島)는 땅이 넓어 강화 같은 곳과 다름이 없는데, 다만 서쪽 길은 바다를 지키지 않기에 진(鎭)을 두지 않았을 뿐이라 합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선천·정주·가산 아래로 곽산·용천·철산 여러 고을의 껍질째 둔 곡식을 바닷배로 그곳에 옮겨 두고, 무장 한 사람이 수군을 거느리고 지키게 하며 초가를 많이 지어 겨울을 날 계책을 삼았다가, 적이 평정되면 뭍길로 실어 내어 이듬해 씨앗으로 삼게 하는 것이 실로 멀리 내다보는 일입니다. 황해도 풍천(豐川)의 초도(椒島)와 다른 섬들도 다 이와 같이 하면, 적에게 잃지도 않고 이듬해 쓸 것도 갖추게 되어 일이 매우 편리하며, 강화 서쪽으로 뱃길이 통하니 또한 막힘이 없을 것입니다. 신이 감히 이를 아울러 아뢰오니, 그릇된 소견이 쓸 만한지는 알지 못하오나 간절한 정성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할지 처분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협주 1

壬辰九月

임진년 구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