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징비록 › 권3 근폭집

병이 나서 명나라 장수 접대를 다른 대신에게 맡기기를 청하다得病請姑使他大臣料理接待天將事。啓

징비록 懲毖錄 · 류성룡(柳成龍) · 1633년 간행 (임진왜란 뒤 지음) · 단락 1 · 한자 219자 · 낭독 1.9분

징비록 권3 근폭집 임진왜란이 끝난 뒤 영의정 류성룡이 제 눈으로 본 것을 적어 남긴 기록. 「지난 일을 징계하여 뒷근심을 삼간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조정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변명 없이 적었다. 이순신을 천거한 일, 명나라 군사와의 실랑이, 백성이 겪은 참상이 그대로 실렸다.

臣自途中得病數日來轉劇初惟泄瀉耳更成血痢腹痛痔腫雜證乘虛交發夜不交睫者數日食飲俱廢委頓無力不能起坐當此危難之際無以少效筋力而將溘先朝露誠自痛傷不能已已目今國家所恃者惟唐兵而緣我國不能協力接濟師老江上未進一步使賊得以窟穴西都養其氣力以爲無竆之禍事機緊急臣當日見唐將料理兵事且道路饋餉等事亦須以自驅馳目見虛實極意措辦然後庶可及期而不幸病勢如此恐誤大事不得不達伏乞聖慈留念臣差病間使他大臣料理可無緩不及事之悔臣若幸得存活筋力所及不敢辭難惶恐敢。達

신이 오는 길에 병을 얻어 며칠 사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설사뿐이더니 다시 피가 섞인 이질이 되고 배가 아프며 치질까지 부어, 여러 병이 허한 틈을 타 번갈아 일어납니다. 며칠 밤 눈을 붙이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것도 다 끊겨 지치고 힘이 없어 일어나 앉지도 못합니다. 이 위태롭고 어려운 때에 조금도 힘을 쓰지 못하고 아침 이슬보다 먼저 스러지려 하니, 참으로 스스로 아파 마지않습니다.

지금 나라가 믿는 것은 오직 명나라 군사뿐인데, 우리나라가 힘을 모아 대어 주지 못한 까닭에 군사가 강가에서 늙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적이 평양을 소굴로 삼아 기운을 기르게 하여 끝없는 화가 되게 하였습니다. 일이 급하니 신이 마땅히 날마다 명나라 장수를 만나 군사 일을 헤아리고, 또 길에서 군량을 대는 일도 몸소 달려 다니며 허실을 눈으로 보고 뜻을 다해 마련하여야 기한에 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히 병세가 이러하여 큰일을 그르칠까 두려워 아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성상께서는 유념하시어, 신이 병을 다스리는 동안 다른 대신에게 헤아려 처리하게 하시면 늦어 일에 미치지 못하는 뉘우침이 없을 것입니다. 신이 다행히 살아난다면 힘이 미치는 데까지 어려움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황공하여 감히 아룁니다.

협주 1

壬辰六月十八日在義州

임진년 유월 열여드렛날, 의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