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유격과 풍 상공이 한 말을 달려 아뢴 장계馳。啓沈遊擊馮相公所言狀
譯官陳孝男言內沈遊擊到釜山院與倭通事張大膳相話後到順安語孝男曰倭將欲與。國王相見後講和之事張通事言之此則决不可爲也孝男曰老爺之言正當正當且老爺入城賊若攔住老爺使我國兵馬不得下手。天兵亦不進政則何以處之遊擊曰我奉。朝廷之命入去虎穴死生有命且天朝豈以我一身之故不加兵乎遊擊且招馮謝兩相公問曰我入城後賊將以欲見。國王講和爲辭則將何以答之馮公默然良久曰朝鮮雖臣伏於天朝而彼國各有君臣此事我豈敢開口乎且雖開口朝鮮君臣其肯來見爾乎此則爾以難事爲辭實不欲與。天朝講和也以此答之何難云臣聞此言不勝驚駭要見謝相公語及此事謝曰遊擊入城當以彼國各有君臣我豈得主張且爾欲見。國王做甚麼等語折之臣以進兵勦滅之外更無他策之意反覆陳說謝曰。天朝豈有與賊講和之理各處兵馬調發之際自致遲緩今當來矣勿疑勿疑云云二十五日沈遊擊拜見時欲反覆開陳而遊擊只說數句語更不相接逐日乘昏要見而遊擊不肯相見至爲悶鬱當日午時遊擊欲入平壤云矣
역관 진효남(陳孝男)이 말하였습니다. 심 유격(沈遊擊)이 부산원(釜山院)에 이르러 왜의 통사 장대선(張大膳)과 서로 말한 뒤 순안(順安)에 이르러 효남에게 이르기를 「왜장이 국왕과 서로 만난 뒤에 강화하려 한다는 일을 장 통사가 말하였는데, 이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였습니다.
효남이 말하기를 「노야의 말씀이 지당하고 지당합니다. 그런데 노야께서 성에 들어가셨을 때 적이 만일 노야를 가로막아 붙들어 두고 우리나라 군마가 손을 쓰지 못하게 하며 명나라 군사도 나아가 치지 못하게 하면 어찌 조처하시겠습니까」 하니, 유격이 말하기를 「나는 조정의 명을 받들어 범의 굴로 들어가는 것이니 죽고 사는 것은 명이 있다. 또 천조가 어찌 내 한 몸 때문에 군사를 더하지 않겠는가」 하였습니다.
유격이 또 풍(馮)·사(謝) 두 상공을 불러 묻기를 「내가 성에 들어간 뒤에 적이 장차 국왕을 만나 강화하고자 한다는 말로 핑계 삼으면 장차 어떻게 답할까」 하였습니다. 풍공이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하기를 「조선이 비록 천조에 신하로 엎드렸으나 저 나라에도 저마다 임금과 신하가 있으니 이 일을 내가 어찌 감히 입에 올리겠는가. 또 입에 올린다 한들 조선의 임금과 신하가 즐겨 너를 와서 보겠는가. 〈이는 네가 어려운 일을 핑계 삼아 실은 천조와 강화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고 이로써 답하면 무엇이 어렵겠는가」 하였습니다.
신이 이 말을 듣고 놀라움을 이기지 못하여 사 상공을 만나 보기를 청하여 이 일을 말하였습니다. 사공이 말하기를 「유격이 성에 들어가거든 마땅히 〈저 나라에도 저마다 임금과 신하가 있으니 내가 어찌 마음대로 하겠는가. 또 네가 국왕을 만나 무엇을 하려는가〉 하는 말로 꺾을 것이다」 하였습니다.
신이 군사를 내어 무찔러 없애는 것 밖에는 다시 다른 계책이 없다는 뜻을 거듭거듭 아뢰니, 사공이 말하기를 「천조가 어찌 적과 강화할 이치가 있겠는가. 곳곳의 군마를 조발하는 사이에 절로 더디어졌을 뿐이니 이제 곧 올 것이다. 의심하지 말라, 의심하지 말라」 하였습니다.
스무닷샛날 심 유격을 뵈올 때 거듭 아뢰려 하였으나 유격이 다만 두어 마디만 말하고 다시 상대하지 않았습니다. 날마다 어스름을 타 만나기를 청하였으나 유격이 즐겨 보려 하지 않으니 몹시 답답합니다. 그날 낮에 유격이 평양에 들어가려 한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