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징비록 › 권14 진사록

명나라 군사가 물러난 뒤 경주·울산 군인이 적의 머리를 쳐서 벤 장계天兵退後慶州蔚山軍人擊斬賊首狀

징비록 懲毖錄 · 류성룡(柳成龍) · 1633년 간행 (임진왜란 뒤 지음) · 단락 1 · 한자 489자 · 낭독 4.2분

징비록 권14 진사록 임진왜란이 끝난 뒤 영의정 류성룡이 제 눈으로 본 것을 적어 남긴 기록. 「지난 일을 징계하여 뒷근심을 삼간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조정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변명 없이 적었다. 이순신을 천거한 일, 명나라 군사와의 실랑이, 백성이 겪은 참상이 그대로 실렸다.

慶州府尹朴毅長馳報內。天兵退北後倭賊二百餘名或騎或步收取。天兵所棄衣甲於路射牌等突進追擊斬首十七級又據本官馳報本月十五日倭賊三百餘名騎步相半出來我軍一時突入多數射中斬三級生擒一倭又據本官馳報十五日倭四百餘名出來橫行射牌等突入接戰斬頭二十一級又據蔚山郡守金大虛牒呈本郡屯賊出來時軍官朴應琢等戰於柳沙亭斬十三級云臣觀道內軍人可用於戰陣者蔚山慶州之軍爲上永川次之此輩非自初精勇有異於他邑之人而然也特以居近賊陣日與交鋒心膽已堅故能以少敵多而不爲退北此古人所以兵以土着爲貴而所謂徵兵滿萬不如召募得百者誠非虛語也但我軍無訓養之素每令軍士自褁糧食軍器亦令自備皆鈍不堪用以此雖勇致力戰之士飢困無聊不能盡其材力而軍功論賞又不以時以此軍心或至於懈怠而不振極爲可惜臣在慶州時以。天兵用餘軍糧之在慶州者使之計日給料今慶州之軍還集者七百餘人蔚山之軍百餘人皆敢死一可當十者繼今以後若能措備軍糧資以衣甲弓箭別爲撫養皷舞其心則邊上軍兵之漸次加聚者似不止此數而將來戰守之計爲益必多常時軍功則自有都元帥等狀。啓故其軍人名目不爲幷擧只陳兩邑之軍力戰希賞之意請令備邊司查考前後狀。啓軍功等第而急速行賞以應賞不踰時之意用以激勵軍情

경주부윤 박의장(朴毅長)이 달려와 알린 안에 「명나라 군사가 물러나 달아난 뒤 왜적 이백여 명이 혹 말을 타고 혹 걸어서 명나라 군사가 길에 버린 옷과 갑옷을 거두므로, 사패 등이 갑자기 나아가 뒤쫓아 쳐서 열일곱 급을 베었습니다」 하였습니다.

또 본 고을이 달려와 알린 것에 의거하니 「이달 열닷샛날 왜적 삼백여 명이 말 탄 자와 걷는 자가 반씩 나오므로 우리 군사가 한꺼번에 갑자기 들어가 많은 수를 쏘아 맞히고 세 급을 베었으며 왜 하나를 사로잡았습니다」 하였습니다. 또 본 고을이 달려와 알린 것에 의거하니 「열닷샛날 왜 사백여 명이 나와 멋대로 다니므로 사패 등이 갑자기 들어가 맞붙어 싸워 머리 스물한 급을 베었습니다」 하였습니다. 또 울산군수 김대허(金大虛)의 첩정에 의거하니 「본 고을에 둔친 적이 나올 때 군관 박응탁(朴應琢) 등이 유사정에서 싸워 열세 급을 베었습니다」 하였습니다.

신이 도 안의 군인 가운데 싸움터에 쓸 만한 자를 보니 울산과 경주의 군사가 으뜸이고 영천(永川)이 그다음입니다. 이들이 처음부터 날래고 굳세어 다른 고을 사람과 달라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적진 가까이 살아 날마다 칼끝을 맞대므로 마음과 담이 이미 굳어진 까닭에, 능히 적은 수로 많은 수를 맞서고 물러나 달아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옛사람이 군사는 그 땅에 붙박여 사는 이를 귀하게 여긴다 한 까닭이며, 이른바 「만 명을 징발함이 백 명을 불러 모아 얻음만 못하다」는 말이 참으로 헛말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 군사는 평소에 가르치고 기른 바가 없어, 늘 군사로 하여금 스스로 양식을 싸 오게 하고 군기도 스스로 갖추게 하니 다 무디어 쓸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비록 날래고 힘써 싸우는 군사라도 주리고 곤하여 의지할 데 없어 그 재주와 힘을 다하지 못합니다. 또 군공을 논하여 상 주는 것이 때맞추지 못하니, 이 때문에 군사의 마음이 혹 게을러져 떨치지 못하는 데 이르니 지극히 아깝습니다.

신이 경주에 있을 때 명나라 군사가 쓰고 남은 군량으로 경주에 있는 것을 날수를 헤아려 먹을 몫을 주게 하였습니다. 이제 경주 군사로 돌아와 모인 자가 칠백여 명이요 울산 군사가 백여 명인데, 다 죽기를 무릅써 하나가 열을 당할 만한 자들입니다. 이제부터 뒤로 만일 군량을 갖추고 옷과 갑옷과 활과 화살로 돕고 따로 어루만져 길러 그 마음을 북돋우면, 변방 군병으로 차츰 더 모이는 자가 이 수에 그치지 않을 듯하고 앞으로 싸우고 지키는 계책에 보탬이 반드시 많을 것입니다.

평시의 군공은 도원수 등의 장계가 따로 있으므로 그 군인의 이름은 아울러 들지 않고, 다만 두 고을 군사가 힘써 싸워 상을 바라는 뜻만 아룁니다. 비변사로 하여금 앞뒤 장계의 군공 등급을 조사하여 급히 상을 행하게 하시어, 상은 때를 넘기지 않는다는 뜻에 응하여 군사의 마음을 북돋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