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

두려움을 노래하다畏賦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078자 · 낭독 11.3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有獨觀處士。杜門端居。常若有畏。顧形而畏。顧影而畏。擧手動足。無一不畏。冲默先生造焉。問其所以。處士曰。堪輿之內。物孰無畏。戴角揷牙。翼翍足趡。蠕蠕蠢蠢。厥種繁熾。慳生嗇命。各讋非類。鳥畏鷹於天。魚畏獺於水。兔畏獹。狼畏兕。鹿脅于𤠾。蛇𢥠愯于豕。猛莫猛兮虎豹。遇狻猊而奔避。何玆類之孔多兮。羌難覼縷而備記。物固然矣。人亦有焉。莫尊者君。猶畏上天。祇栗齊肅。夙夜以虔。惟君惟臣。若堂陛然。由陛及地。窊崇亦懸。卑者畏高。後者畏先。揆尺計寸。莫不畏旃。胡世路之嶮嶬兮。紛理緖之倒顚。冠苴履兮在底。甈先鼎兮居前。跛驢踸踔兮將白蟻共軛。犨麋𥉺𥅧兮與子都同筵。下慢而凌上。佞近而踈賢。鑽皮之謗日熾。射影之毒遐羶。矧予瑣屑之微質兮。跡有衆之攸寰。彼巧我拙。我一彼千。踏地生梗。皆成畏途。苟縱驅而不懼兮。殆十步而九擠。懍乎𭟙乎。能不畏乎。吾將介立高蹈。背耦離徒。遊乎壙埌之墟。子以爲何如。冲默先生傲然憑几而笑曰。僕則異於是。上天之威。吾不畏矣。萬乘之貴。吾不畏矣。暴客攘臂。吾不畏矣。猛虎切齒。吾不畏矣。言未旣。處士愕然起曰。過矣。子之不自揆也。何談之容易哉。於皇上帝降監善惡。設或震怒。雷霆暴作。烈風間之。飛沙走石。盲海聾山。激薄忽霍。電刃所掣。遺光儵爚。劃若天裂。剨似地拆。擊六丁以增威。雖周成猶褫魄。皆失匕以罔圖。孰倚柱而自若。是上天之威赫赫也。子言無畏。何也。先生曰。守正不欺。則天不吾威。吾何畏于玆。處士曰。金床晃晃。幄座密勿。嚴更巡于徼道。羽林列於雙闕。參旗井鉞。出警入蹕。左憲臺兮凜鐵冠。右執法兮秉丹筆。肅肅詻詻。百辟咸秩。於是振雪霜於威怒。馳風雷於咄叱。一有不恪。族赤禍溢。是天子之威栗栗也。子亦無畏耶。先生曰。夫君尊臣卑。勢若冠屨。居下事上。趨蹌中矩。望則跽脚。拜則頓首。聞命益僂。當局善守。若此則君何威爲。臣何畏有。處士曰。若夫賁育之輩。怒而狼顧。一啑一㖃。風激雲騖。白日刺人。血流市路。餘威未渫。飛揚跋扈。目欲裂兮星逬。髮直衝兮棘竪。足踏虎兮截皮。手拉熊兮裂股。小項莊之劒舞。卑藺生之睨柱。此刺客之強暴也。子亦無畏耶。先生曰。唾面待乾。出胯俛就。虛心而行乎世。我不彼忤。彼何自怒哉。此亦無足畏也。處士曰。乳虎出穴。擇肉䑛血。淬牙磨爪。其聲鎗䶪。一嘯兮風生。一䂄兮電瞥。不翼而飛。萬里一輟。雖馮婦之善搏。亦神喪而氣奪。此猛虎之咆勃也。子其何如。先生曰。有挾有設。此不足愕也。處士曰。然則子之所畏。果何物乎。有乎無乎。先生曰。僕亦安得而無乎。僕之所畏。不在諸物。特關於己。俯頷戴鼻。中齟外哆。一闔一闢。維門之似。物入由是。聲出由是。誠不可不有。而亦不可不畏之地也。銘可鑑兮金緘口。詩可觀兮垣屬耳。一語一默。榮辱所自。食其以之而烹。伍被以之而死。禰衡以之而敗身。灌夫以之而棄市。是以。聖人不畏於人。唯畏於口。苟愼其口。於行世乎何有。今處士騁舌吐辭。鋒攢屑霏。談世路之嶮易。議人間之是非。誠辯則辯矣。奇而又奇。然口能覆身。言出禍隨。子以此求免於時。亦猶擊鼓而求亡者也。其何益於迅馳哉。僕竊笑處士聲其畏而實無有也。惡其禍而祇自招之。處士聞之。避席逡巡。聳然作貌曰。小子不肖。今聞先生之敎。曉然若披肓而見大曜也。

홀로 보는 처사(獨觀處士)가 있어 문을 닫고 단정히 앉았는데 늘 무언가 두려워하는 듯하였다. 제 몸을 돌아보고 두려워하고 그림자를 돌아보고도 두려워하여, 손을 들고 발을 옮기는 데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충묵선생(冲默先生)이 찾아가 그 까닭을 물으니 처사가 말하였다. 「하늘과 땅 안에 어느 것인들 두려움이 없겠습니까. 뿔을 이고 어금니를 꽂은 것, 날개를 치고 발로 달리는 것, 꿈틀거리고 우물거리는 것, 그 종류가 무성합니다. 삶을 아끼고 목숨을 아껴 저마다 제 무리 아닌 것을 무서워합니다. 새는 하늘에서 매를 두려워하고 물고기는 물에서 수달을 두려워합니다. 토끼는 사냥개를 두려워하고 이리는 외뿔소를 두려워합니다. 사슴은 승냥이에게 옆구리를 잡히고 뱀은 돼지를 무서워합니다. 사납기로 범과 표범만 한 것이 없으나 사자를 만나면 달아나 피합니다. 어찌 이런 무리가 이토록 많은지, 낱낱이 다 적기 어렵습니다. 짐승이 본디 그러하거니와 사람에게도 있습니다. 가장 높은 이는 임금이나 그래도 하늘을 두려워하여 삼가고 떨며 몸을 가다듬어 밤낮으로 공경합니다. 임금과 신하는 마루와 섬돌 같습니다. 섬돌에서 땅에 이르기까지 낮고 높음이 또한 층져 있어, 낮은 이는 높은 이를 두려워하고 뒤에 선 이는 앞선 이를 두려워하니 자와 치를 헤아려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어찌하여 세상길은 이리 험하고 어지러운 갈피는 뒤집혀 있는지요. 갓이 신을 싸고서 밑에 놓이고 깨진 그릇이 솥보다 앞자리에 앉습니다. 절뚝거리는 나귀가 흰 개미와 멍에를 함께 메고 눈 성한 데 없는 추한 자가 자도(子都)와 자리를 같이합니다. 아랫사람이 게을러 윗사람을 넘보고 아첨하는 자가 가까워 어진 이는 멀어집니다. 가죽을 뚫는 헐뜯음이 날로 성하고 그림자를 쏘는 독이 멀리까지 비립니다. 하물며 저는 자잘하고 미천한 바탕으로 뭇사람 사는 데에 자취를 두고 있습니다. 저들은 재주 있고 저는 서투르며 저는 하나인데 저들은 천입니다. 땅을 밟으면 가시가 돋아 모두 두려운 길이 됩니다. 만일 마음대로 달리며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열 걸음에 아홉 번은 넘어질 것입니다. 두렵고 두렵습니다.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홀로 서서 높이 밟고 짝을 등지고 무리를 떠나 텅 빈 들판에 노닐고자 합니다. 그대는 어떻게 보십니까.」 충묵선생이 거만하게 안석에 기대어 웃으며 말하였다. 「나는 그와 다르오. 하늘의 위엄도 나는 두렵지 않고, 만승(萬乘)의 귀함도 나는 두렵지 않고, 사나운 자가 팔을 걷어붙여도 나는 두렵지 않고, 사나운 범이 이를 갈아도 나는 두렵지 않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처사가 깜짝 놀라 일어나 말하였다. 「지나칩니다. 그대가 스스로를 헤아리지 못함이여. 어찌 그리 쉽게 말합니까. 아, 저 상제(上帝)께서 내려와 선악을 살피시다가 만일 진노하시면 우레가 사납게 일고 모진 바람이 끼어들어 모래를 날리고 돌을 굴리며, 바다를 눈멀게 하고 산을 귀먹게 하여 부딪고 몰아치기를 순식간에 합니다. 번개 칼날이 스치는 곳에 남은 빛이 번쩍이니 하늘이 갈라지는 듯 땅이 터지는 듯합니다. 육정(六丁)을 쳐서 위엄을 더하면 주나라 성왕(成王)도 오히려 넋을 잃었습니다. 모두 수저를 떨어뜨리고 어쩔 줄 몰랐으니 누가 기둥에 기대어 태연하겠습니까. 이것이 하늘의 위엄이 혁혁한 것입니다. 그대가 두렵지 않다 하니 어찌된 일입니까.」 선생이 말하였다. 「바른 것을 지켜 속이지 않으면 하늘이 나에게 위엄을 부리지 않으니, 내가 이를 무엇 때문에 두려워하겠소.」 처사가 말하였다. 「황금 걸상이 번쩍이고 장막 자리는 은밀합니다. 엄한 야경이 순찰 길을 돌고 우림군(羽林軍)이 두 대궐에 늘어섭니다. 삼기(參旗)와 정월(井鉞)을 세우고 나갈 때 길을 치우고 들어올 때 길을 막습니다. 왼쪽 헌대(憲臺)는 쇠 관을 쓰고 늠름하며 오른쪽 집법(執法)은 붉은 붓을 잡습니다. 엄숙하고 곧아 온 벼슬아치가 차례를 지킵니다. 이에 성난 위엄에 눈서리를 떨치고 꾸짖는 소리에 바람과 우레를 달리면, 한 번이라도 삼가지 않는 자는 겨레가 죽고 화가 넘칩니다. 이것이 천자의 위엄이 두려운 것입니다. 그대는 또한 두렵지 않습니까.」 선생이 말하였다. 「무릇 임금은 높고 신하는 낮으니 그 형세가 갓과 신 같소. 아래에 있으면서 위를 섬기되 종종걸음이 법도에 맞고, 바라볼 때는 무릎을 꿇고 절할 때는 머리를 조아리며, 명을 들으면 더욱 몸을 굽히고 맡은 자리를 잘 지키오. 이와 같다면 임금이 무슨 위엄을 부리며 신하가 무엇을 두려워하겠소.」 처사가 말하였다. 「저 맹분(孟賁)과 하육(夏育) 같은 무리는 성이 나면 이리처럼 돌아봅니다. 한 번 씹고 한 번 부르짖으면 바람이 일고 구름이 달립니다. 대낮에 사람을 찔러 피가 저잣거리에 흐르고, 남은 위엄이 가시지 않아 날뛰며 제멋대로 굽니다. 눈이 찢어질 듯하여 별이 튀고 머리털이 곧추서서 가시처럼 섭니다. 발로 범을 밟아 가죽을 끊고 손으로 곰을 끌어 다리를 찢습니다. 항장(項莊)의 칼춤을 작게 보고 인상여(藺相如)가 기둥을 노려본 일을 낮게 여깁니다. 이것이 자객의 사나움입니다. 그대는 또한 두렵지 않습니까.」 선생이 말하였다. 「낯에 침을 뱉으면 마르기를 기다리고 가랑이 밑으로 나가라면 몸을 굽혀 나아가오. 마음을 비우고 세상을 다니니 내가 저를 거스르지 않는데 저가 무엇 때문에 성을 내겠소. 이것도 두려워할 것이 못 되오.」 처사가 말하였다. 「새끼 딸린 범이 굴에서 나와 고기를 골라 피를 핥고 이를 벼리고 발톱을 갑니다. 그 소리가 쟁쟁하여 한 번 울부짖으면 바람이 일고 한 번 소리치면 번개가 스칩니다. 날개 없이 날아 만 리를 한달음에 갑니다. 풍부(馮婦)가 잘 때려잡았다 하나 또한 넋이 나가고 기가 꺾였습니다. 이것이 사나운 범의 으르렁거림입니다. 그대는 어떠합니까.」 선생이 말하였다. 「낀 것이 있고 갖춘 것이 있으니 이는 놀랄 것이 못 되오.」 처사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그대가 두려워하는 것은 대체 무엇입니까. 있습니까, 없습니까.」 선생이 말하였다. 「나라고 어찌 없겠소.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뭇 물건에 있지 않고 오직 나 자신에게 걸린 것이오. 아래로 턱을 두고 위로 코를 인 채 안은 어긋나고 밖은 벌어져 한 번 닫히고 한 번 열리니 문과 닮았소. 물건이 이리로 들어오고 소리가 이리로 나오니, 참으로 없어서는 안 되지만 또한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는 자리요. 명(銘)에 거울삼을 말이 있으니 「쇠로 입을 봉하라」 하였고, 시(詩)에 볼 만한 말이 있으니 「담에 귀가 붙어 있다」 하였소. 한 마디 말과 한 번의 침묵에서 영화와 욕됨이 나오오. 역이기(酈食其)는 이 때문에 삶겼고 오피(伍被)는 이 때문에 죽었으며, 예형(禰衡)은 이 때문에 몸을 그르쳤고 관부(灌夫)는 이 때문에 저자에 버려졌소. 그러므로 성인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입을 두려워하오. 진실로 그 입을 삼가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소. 이제 처사는 혀를 놀려 말을 뱉으매 칼끝이 모이고 부스러기가 흩날리는 듯하오. 세상길의 험하고 편함을 말하고 사람 사이의 옳고 그름을 따지니 참으로 말은 잘하는 것이오. 기이하고 또 기이하오. 그러나 입은 몸을 뒤엎을 수 있고 말이 나오면 화가 따르오. 그대가 이것으로 때를 면하려 하니, 이는 북을 치면서 달아난 자를 찾는 것과 같소. 빨리 달리는 데 무슨 보탬이 되겠소. 나는 처사가 두렵다고 소리치면서 실은 두려움이 없고, 화를 미워하면서 다만 스스로 그것을 부르는 것을 남몰래 웃소.」 처사가 이를 듣고 자리를 피해 머뭇거리다가 몸을 곧추세우고 낯빛을 고쳐 말하였다. 「소자가 어리석었습니다. 이제 선생의 가르침을 들으니 환하기가 눈꺼풀을 열고 큰 해를 보는 듯합니다.」

협주 1

甈音五列反

갈(甈)의 음은 오(五)와 열(列)의 반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