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

꿈속의 슬픔을 노래하다夢悲賦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483자 · 낭독 4.4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1꿈에 들다

有美王孫。蟬聯茂族。邈風流之可愛兮。顔又澤腴兮如玉。出擁高盖。入處華屋。舞如意兮碎珊瑚。曾何蔕兮心曲。後房蛾眉簪翠曳縠爛盈盈兮。更侍琤然珠佩之相觸。目倦乎華靡。耳慣乎絲竹。冬而至於凉。不知其凝嚴。夏而至於溫。不知其暑溽。又安知人生有羈窮困躓憂愁哀怨之屬哉。當春陽之旣舒兮。感芳華之蕩意。召賓友於華堂兮。玉爲簪兮珠爲履。酌芳醑兮行金鍾。莫不濡首而霑醉。焚綠桂兮繼頽光。尙歡樂之未已。倐春宵之易闌兮。落月窺窓兮嫵媚。忽體倦以神疲。遂頽然兮就寐。博山熏兮噴香炷。斗帳垂兮掩綺被。赤羽奮迅登扶桑兮。尙雷鳴而酣睡。於是怳然惚然夢遊乎廣漠之墟無人之地。四顧茫茫不見阡里。深江自波。灌木叢倚。野草少色。危石如墜。日掩掩兮沈紅。煙冥冥兮疊翠。猿哀哭兮相吊。衆鳥啾啾兮不止。慘然思家欲亟還兮。迷不知路何自。念嬪御兮安在。

아름다운 왕손(王孫)이 있어 대대로 이어진 성한 겨레였다. 아득한 풍류가 사랑스럽고 낯빛 또한 기름져 옥 같았다. 나가면 높은 일산을 받치고 들면 화려한 집에 거하였다. 여의(如意)를 휘둘러 산호를 부수어도 일찍이 마음에 걸린 적이 없었다. 뒷방에는 아리따운 여인들이 비취 비녀를 꽂고 비단을 끌어 눈부시게 가득하고, 다시 쟁그랑거리는 구슬 패물이 서로 부딪는 소리로 모셨다. 눈은 화려함에 지치고 귀는 실과 대나무 소리에 익었다. 겨울에 서늘한 데 이르러도 그 매서운 추위를 알지 못하고 여름에 따뜻한 데 이르러도 그 무더위를 알지 못하였다. 또 어찌 사람이 살면서 매이고 궁하고 걸려 넘어지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원망하는 일이 있음을 알겠는가. 봄볕이 이미 펼쳐지매 꽃다운 빛에 마음이 흔들려 손과 벗을 화당(華堂)에 불렀다. 옥으로 비녀를 하고 구슬로 신을 하였다. 향기로운 술을 따라 금 술잔을 돌리니 머리를 적시고 흠뻑 취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푸른 계수나무를 태워 기우는 빛을 이으며 아직도 즐거움이 끝나지 않았다. 문득 봄밤이 쉬 다하매 지는 달이 창을 엿보아 아리땁다. 홀연 몸이 나른하고 정신이 지쳐 마침내 쓰러지듯 잠들었다. 박산향로(博山香爐)가 향을 뿜고 말 통 모양 휘장이 드리워 비단 이불을 덮었다. 붉은 깃 해가 떨쳐 부상(扶桑)에 오르도록 오히려 우레같이 코를 골며 단잠을 잤다. 이에 어렴풋이 꿈에 넓고 아득한 터, 사람 없는 땅에 노닐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아득하여 길을 볼 수 없었다. 깊은 강은 절로 물결치고 잡목은 떨기로 기대었다. 들풀은 빛이 옅고 위태로운 바위는 떨어질 듯하였다. 해는 어둑어둑 붉게 잠기고 안개는 컴컴하게 푸름을 겹쳤다. 원숭이가 슬피 울어 서로 조상하고 뭇 새가 짹짹거려 그치지 않았다. 참담히 집을 생각하여 빨리 돌아가려 하나 길을 몰라 헤매었다. 아내와 시녀들은 어디 있는가 생각하며

2무덤을 보고 깨다

掩翠衫而拭淚。登崇阿以延佇兮。鬱千峯之邐迤。披蒙茸兮尋崎嶇。慮髬髵之攸庇。𢥠奔還以陟隴兮。墳纍纍兮錯峙。上有蹲狐與伏兔兮。紛侶集兮族戱。拂頽碑以俯窺兮。伊昔綺紈之公子。歌堂舞館屬何人兮。爲此一丘兮山之趾。富貴兮如浮。瓊華兮易悴。吊斯人以彷徨兮。益凄切以酸鼻。足累繭兮無攸歸。飢與渴兮交至。俄欠伸以忽寤兮。喜窓櫳之猶是。顧尙臥於一床。夫何爲此遐遊。以須臾之一夢。悟榮辱之相酬。王孫兮可以銘肌。永不忘貧賤羇離者之憂。

푸른 적삼을 걷어 눈물을 닦았다. 높은 언덕에 올라 우두커니 서니 천 봉우리가 울창하게 잇달았다. 우거진 풀을 헤치고 험한 길을 더듬으며 갈기 선 짐승이 숨었을까 걱정하였다. 놀라 달아나 돌아와 언덕에 오르니 무덤이 겹겹이 어긋나게 솟아 있었다. 그 위에는 웅크린 여우와 엎드린 토끼가 어지러이 짝지어 모여 무리 지어 놀았다. 무너진 비석을 쓸고 굽어보니 옛날 비단옷 입던 공자(公子)였다. 노래하던 집과 춤추던 관(館)은 누구에게 갔는가. 이렇게 산기슭 한 언덕이 되었구나. 부귀는 뜬것 같고 고운 꽃은 쉬 시든다. 이 사람을 조상하며 서성이니 더욱 처절하여 코끝이 시었다. 발에 못이 박히도록 걸어도 돌아갈 데가 없고 주림과 목마름이 함께 이르렀다. 이윽고 기지개를 켜다 홀연 깨니 창살이 그대로임이 기뻤다. 돌아보매 아직도 한 침상에 누워 있는데 어찌 이런 먼 나들이를 하였는가. 잠깐 사이 한 꿈으로 영화와 욕됨이 서로 갚음을 깨달았다. 왕손이여, 살에 새길 만하니 가난하고 천하며 나그네로 떠도는 이의 근심을 길이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