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2

장자목 학사와 배단 천원에게 부치고 아울러 족암 영 수좌에게 보내다奉寄張學士自牧,裵天院湍。兼簡足庵聆首座。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264자 · 낭독 2.8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春卿昨與張,裵兩公約訪足庵。僕忽爲事幹所迫。如虞芮相訟者。未果。下情深懷慙恧。謹以詩一首奉寄。謝罪萬一。

춘경(春卿)이 어제 장(張)·배(裵) 두 공과 족암(足庵)을 찾기로 약속하였는데, 내가 홀연 일에 몰려 우예(虞芮) 두 나라가 다투듯 하다가 이루지 못하였다. 마음속으로 깊이 부끄러워하며 삼가 시 한 수를 부쳐 만분의 하나나마 죄를 사례한다.

협주 1

幷序

서(序)를 아울러 붙인다.

春官張學士。煌煌紫鸞姿。雖紆綬若若。屢有尋僧期。裵公亦仙伯。昂藏玉山鶴。朝遊紫禁中。暮訪靑山郭。憶昨遇兩公。鐺脚笑談同。飄飄碧霞想。一念煙蘿中。六眼淚同垂。眷戀足庵師。期遊遠公室。共擧陶潛巵。何意事大謬。滯留失奔赴。北望苦悁悁。目與心俱注。有如方瞳仙。夢裏期遊天。當時喜諾唯。覺後空茫然。我性雖耽幽。於世不無求。身如衡陽鴈。未免稻粱謀。倒盡天河水。難洗胸中累。方趨懸箔門。謾挹生毛紙。遙知一方丈。鸞鳳雜龍象。談道亮汪洋。論文亦曠蕩。聆公支許流。高行夙所仰。別來蓂朔周。不見間何曠。今日又參差。未成林下訪。異時罰疏慢。甘受三百杖。

춘관(春官)의 장 학사는 빛나는 붉은 난새의 모습이다 비록 인끈을 늘어뜨렸으나 여러 번 중을 찾을 기약을 두었다 배공 또한 신선의 어른이라 우뚝하기가 옥산의 학이다 아침에는 붉은 대궐 안에 노닐고 저녁에는 푸른 산의 성곽을 찾는다 생각하면 어제 두 공을 만나 솥발처럼 마주 앉아 웃고 이야기함이 한가지였다 훨훨 푸른 노을을 생각하며 한 생각이 안개 낀 넝쿨 속에 있었다 여섯 눈에서 눈물을 함께 떨구며 족암의 스님을 그리워하였다 혜원(慧遠)의 방에 노닐기를 기약하고 함께 도잠(陶潛)의 잔을 들자 하였다 어찌 뜻하였으랴, 일이 크게 어긋나 붙들려 달려가지 못할 줄을 북쪽을 바라보며 괴로이 애태우니 눈과 마음이 함께 쏠린다 마치 모난 눈동자의 신선이 꿈속에서 하늘에 놀기를 기약한 듯하다 그때는 기꺼이 응낙하였으나 깬 뒤에는 부질없이 아득하다 내 성품이 비록 그윽함을 즐기나 세상에 구하는 것이 없지 않다 몸은 형양(衡陽)의 기러기 같아 벼와 기장을 꾀함을 면하지 못한다 은하수 물을 다 기울여도 가슴속 얽매임을 씻기 어렵다 바야흐로 발 드리운 문으로 달려가 부질없이 털 돋은 종이를 잡는다 멀리서도 알겠다, 한 방장에 난새와 봉황이 용과 코끼리에 섞였음을 도를 말함이 참으로 넓고 넓고 글을 논함도 또한 트이고 훤하다 영공(聆公)은 지둔(支遁)과 허순(許詢)의 무리라 높은 행실을 일찍부터 우러렀다 헤어진 뒤 명협(蓂莢)이 한 달을 돌았으나 보지 못한 사이가 어찌 이리 오랜가 오늘 또 어긋나 숲 아래 찾아뵙기를 이루지 못하였다 훗날 소홀하고 게으른 벌로 삼백 대 매를 달게 받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