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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왕을 노래하다東明王篇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1,695자 · 낭독 17.1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世多說東明王神異之事。雖愚夫騃婦。亦頗能說其事。僕嘗聞之。笑曰。先師仲尼。不語怪力亂神。此實荒唐奇詭之事。非吾曹所說。及讀魏書通典。亦載其事。然略而未詳。豈詳內略外之意耶。越癸丑四月。得舊三國史。見東明王本紀。其神異之迹。踰世之所說者。然亦初不能信之。意以爲鬼幻。及三復耽味。漸涉其源。非幻也。乃聖也。非鬼也。乃神也。況國史直筆之書。豈妄傳之哉。金公富軾重撰國史。頗略其事。意者公以爲國史矯世之書。不可以大異之事爲示於後世而略之耶。按唐玄宗本紀。楊貴妃傳。並無方士升天入地之事。唯詩人白樂天恐其事淪沒。作歌以志之。彼實荒淫奇誕之事。猶且詠之。以示于後。矧東明之事。非以變化神異眩惑衆目。乃實創國之神迹。則此而不述。後將何觀。是用作詩以▣▣記之。欲使夫天下知我國本聖人之都耳。

세상에 동명왕의 신이한 일을 말하는 이가 많아, 어리석은 남정네와 아낙네까지도 곧잘 그 일을 이야기한다. 내가 일찍이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말하였다. 「옛 스승 공자께서는 괴이한 것·힘센 것·어지러운 것·귀신을 말하지 않으셨다. 이것은 참으로 황당하고 기괴한 일이라 우리가 말할 바가 아니다.」 뒤에 『위서』와 『통전』을 읽으니 거기에도 그 일이 실려 있었다. 그러나 간략하여 자세하지 않았으니, 안의 것은 자세히 적고 밖의 것은 간략히 적는다는 뜻이었을까.

지난 계축년 사월에 『구삼국사』를 얻어 동명왕본기를 보니, 그 신이한 자취가 세상에서 말하는 것보다 더하였다. 그러나 처음에는 역시 믿을 수 없어 귀신의 헛것이라 여겼다. 세 번 거듭 읽어 맛을 들이고 차츰 그 근원에 이르고 보니, 헛것이 아니라 성스러운 것이었고 귀신이 아니라 신령한 것이었다. 하물며 나라 역사는 곧게 적은 글이니 어찌 망령되이 전하였겠는가. 김부식 공이 나라 역사를 다시 지으면서 그 일을 자못 줄였다. 생각건대 공은 나라 역사란 세상을 바로잡는 글이니 크게 기이한 일을 뒷세상에 보일 수 없다 하여 줄인 것이 아닐까.

당나라 현종 본기와 양귀비전을 보면 방사가 하늘에 오르고 땅에 들어간 일이 다 없는데, 오직 시인 백낙천이 그 일이 묻혀 없어질까 두려워 노래를 지어 적어 두었다. 그것은 참으로 황음하고 기이한 일인데도 오히려 읊어 뒷사람에게 보였다. 하물며 동명의 일은 변화와 신이함으로 뭇사람의 눈을 홀리려는 것이 아니라 실로 나라를 세운 신령한 자취이니, 이것을 적어 두지 않으면 뒷사람이 무엇을 보겠는가. 그래서 시를 지어 □□ 기록하여, 천하로 하여금 우리나라가 본디 성인이 세운 도읍임을 알게 하려는 것이다.

협주 1

幷序

서를 아울러 싣는다

元氣判𣳎渾。天皇地皇氏。十三十一頭。體貌多奇異。其餘聖帝王。亦備載經史。女節感大星。乃生大昊摯。女樞生顓頊。亦感瑤光暐。伏羲制牲犧。燧人始鑽燧。生蓂高帝祥。雨粟神農瑞。靑天女媧補。洪水大禹理。黃帝將升天。胡髥龍自至。太古淳朴時。靈聖難備記。後世漸澆漓。風俗例汰侈。聖人間或生。神迹少所示。漢神雀三年。孟夏斗立巳。海東解慕漱。眞是天之子。初從空中下。身乘五龍軌。從者百餘人。騎鵠紛襂襹。淸樂動鏘洋。彩雲浮旖旎。自古受命君。何是非天賜。白日下靑冥。從昔所未視。朝居人世中。暮反天宮裡。吾聞於古人。蒼穹之去地二億萬八千七百八十里。梯棧躡難升。羽翮飛易瘁。朝夕恣升降。此理復何爾。城北有靑河。河伯三女美。擘出鴨頭波。往遊熊心涘。鏘琅佩玉鳴。綽約顔花媚。初疑漢皐濱。復想洛水沚。王因出獵見。目送頗留意。玆非悅紛華。誠急生繼嗣。三女見君來。入水尋相避。擬將作宮殿。潛候同來戱。馬撾一畫地。銅室欻然峙。錦席鋪絢明。金罇置淳旨。蹁躚果自入。對酌還徑醉。王時出橫遮。驚走僅顚躓。長女曰柳花。是爲王所止。河伯大怒嗔。遣使急且駛。告云渠何人。乃敢放輕肆。報云天帝子。高族請相累。指天降龍馭。徑到海宮邃。河伯乃謂王。婚姻是大事。媒贄有通法。胡奈得自恣。君是上帝胤。神變請可試。漣漪碧波中。河伯化作鯉。王尋變爲獺。立捕不待跬。又復生兩翼。翩然化爲雉。王又化神鷹。摶擊何大鷙。彼爲鹿而走。我爲豺而趡。河伯知有神。置酒相燕喜。伺醉載革輿。幷置女於輢。意令與其女。天上同騰轡。其車未出水。酒醒忽驚起。取女黃金釵。刺革從竅出。獨乘赤霄上。寂寞不廻騎。河伯責厥女。挽吻三尺弛。乃貶優渤中。唯與婢僕二。漁師觀波中。奇獸行𩣚騃。乃告王金蛙。鐵網投湀湀。引得坐石女。姿貌甚堪畏。唇長不能言。三截乃啓齒。王知慕漱妃。仍以別宮置。懷日生朱蒙。是歲歲在癸。骨表諒最奇。啼聲亦甚偉。初生卵如升。觀者皆驚悸。王以爲不祥。此豈人之類。置之馬牧中。群馬皆不履。棄之深山中。百獸皆擁衛。母姑擧而養。經月言語始。自言蠅噆目。臥不能安睡。母爲作弓矢。其弓不虛掎。年至漸長大。才能日漸備。扶余王太子。其心生妬忌。乃言朱蒙者。此必非常士。若不早自圖。其患誠未已。王令往牧馬。欲以試厥志。自思天之孫。廝牧良可恥。捫心常竊導。吾生不如死。意將往南土。立國立城市。爲緣慈母在。離別誠未易。其母聞此言。潸然抆淸淚。汝幸勿爲念。我亦常痛痞。士之涉長途。須必憑騄駬。相將往馬閑。卽以長鞭捶。群馬皆突走。一馬騂色斐。跳過二丈欄。始覺是駿驥。潛以針刺舌。酸痛不受飼。不日形甚癯。却與駑駘似。爾後王巡觀。予馬此卽是。得之始抽針。日夜屢加餧。暗結三賢友。其人共多智。南行至淹滯。欲渡無舟艤。秉策指彼蒼。慨然發長喟。天孫河伯甥。避難至於此。哀哀孤子心。天地其忍棄。操弓打河水。魚鼈騈首尾。屹然成橋梯。始乃得渡矣。俄爾追兵至。上橋橋旋圮。雙鳩含麥飛。來作神母使。形勝開王都。山川鬱㠑巋。自坐茀蕝上。略定君臣位。咄哉沸流王。何奈不自揆。苦矜仙人後。未識帝孫貴。徒欲爲附庸。出語不愼葸。未中畫鹿臍。驚我倒玉指。來觀鼓角變。不敢稱我器。來觀屋柱故。咋舌還自愧。東明西狩時。偶獲雪色麂。倒懸蟹原上。敢自呪而謂。天不雨沸流。漂沒其都鄙。我固不汝放。汝可助我懫。鹿鳴聲甚哀。上徹天之耳。霖雨注七日。霈若傾淮泗。松讓甚憂懼。沿流謾橫葦。士民競來攀。流汗相𥈭眙。東明卽以鞭。畫水水停沸。松讓擧國降。是後莫予訾。玄雲羃鶻嶺。不見山邐迤。有人數千許。斵木聲髣髴。王曰天爲我。築城於其趾。忽然雲霧散。宮闕高㠥嵬。在位十九年。升天不下莅。俶儻有奇節。元子曰類利。得劒繼父位。塞盆止人詈。我性本質木。性不喜奇詭。初看東明事。疑幻又疑鬼。徐徐漸相涉。變化難擬議。況是直筆文。一字無虛字。神哉又神哉。萬世之所韙。因思草創君。非聖卽何以。劉媼息大澤。遇神於夢寐。雷電塞晦暝。蛟龍盤怪傀。因之卽有娠。乃生聖劉季。是惟赤帝子。其興多殊祚。世祖始生時。滿室光炳煒。自應赤伏符。掃除黃巾僞。自古帝王興。徵瑞紛蔚蔚。未嗣多怠荒。共絶先王祀。乃知守成君。集蓼戒小毖。守位以寬仁。化民由禮義。永永傳子孫。御國多年紀。

원기가 혼돈에서 갈라지자, 천황씨와 지황씨가 났으니 머리가 열셋에 열하나, 몸과 얼굴이 자못 기이하였다. 그 밖의 성스러운 제왕들도, 경서와 사서에 갖추어 실렸다. 여절은 큰 별에 감응하여, 대호 지(摯)를 낳았고 여추는 전욱을 낳았으니, 역시 요광의 빛에 감응한 것이었다. 복희는 희생의 제도를 만들고, 수인은 처음 나무를 비벼 불을 얻었다. 명협이 난 것은 고제의 상서요, 곡식이 비처럼 내린 것은 신농의 서조였다. 푸른 하늘을 여와가 기웠고, 큰물을 우가 다스렸다. 황제가 하늘에 오르려 하자, 수염 난 용이 스스로 이르렀다. 태고의 순박하던 때에는, 신령하고 성스러운 일을 다 적기 어려웠는데 뒷세상이 차츰 야박해지고, 풍속이 으레 사치해지자 성인이 간혹 나기는 하여도, 신령한 자취를 보이는 일은 드물어졌다. 한나라 신작 삼년, 초여름 북두가 사(巳)를 가리킬 때 해동의 해모수는, 참으로 하늘의 아들이었다. 처음 공중에서 내려올 때, 몸은 다섯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따르는 이 백여 명은, 고니를 타고 깃옷을 나부꼈다. 맑은 풍악이 쟁쟁 울리고, 채색 구름이 뭉게뭉게 떠올랐다. 예부터 명을 받은 임금이, 어찌 하늘이 내린 이가 아니겠는가마는 대낮에 푸른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은, 예로부터 보지 못한 일이었다. 아침에는 사람 세상에 있다가, 저녁에는 하늘 궁궐로 돌아갔다. 내가 옛사람에게 들으니, 푸른 하늘은 땅에서 이억 만 팔천칠백팔십 리 떨어져 있다 한다. 사다리로는 밟고 오르기 어렵고, 날개로 날아도 쉬 지치는데 아침저녁으로 마음대로 오르내렸으니, 이 이치는 또 어찌 된 것인가. 성 북쪽에 청하가 있으니, 하백의 세 딸이 아름다웠다. 오리 머리빛 물결을 헤치고 나와, 웅심 물가에 놀러 갔다. 쟁그랑 패옥이 울리고, 나긋한 얼굴은 꽃처럼 고와 처음엔 한고의 물가인가 하였고, 다시 낙수의 모래톱인가 생각하였다. 왕이 사냥 나갔다가 보고는, 눈길을 보내며 자못 마음에 두었으니 이는 화려함을 즐겨서가 아니라, 참으로 뒤를 이을 아들 낳기가 급해서였다. 세 여인은 임금이 오는 것을 보고, 물에 들어가 이내 피하였다. 장차 궁전을 지어, 함께 와서 놀기를 몰래 기다리려 말채찍으로 땅을 한 번 그으니, 구리 집이 문득 우뚝 섰다. 비단 자리를 눈부시게 깔고, 금 술동이에 좋은 술을 두었더니 사뿐사뿐 과연 스스로 들어와, 마주 앉아 마시고는 이내 취하였다. 왕이 그때 나가 가로막으니, 놀라 달아나다 넘어지고 엎어졌다. 맏딸을 유화라 하였으니, 이가 왕에게 붙들린 이였다. 하백이 크게 노하여, 사자를 급히 달려 보내 「너는 어떤 사람이기에, 감히 이토록 방자한가」 하니 「천제의 아들입니다, 높은 집안과 혼인을 맺고자 합니다」 하고 답하였다. 하늘을 가리키자 용 수레가 내려와, 곧장 깊은 바다 궁궐에 이르렀다. 하백이 이에 왕에게 이르기를, 「혼인은 큰일이라 중매와 폐백에 통하는 법도가 있거늘, 어찌 제멋대로 하는가. 그대가 상제의 자손이라면, 신통한 변화를 시험해 보리라」 하였다. 잔잔한 푸른 물결 속에서, 하백이 잉어로 변하니 왕은 곧 수달로 변하여, 반걸음도 못 가 바로 잡았다. 또다시 두 날개가 돋아, 펄럭이며 꿩으로 변하니 왕은 다시 신령한 매로 변하여, 후려침이 어찌 그리 사나운가. 저편이 사슴이 되어 달아나면, 이편은 승냥이가 되어 쫓았다. 하백이 신령함이 있음을 알고, 술을 차려 함께 즐기다가 취하기를 엿보아 가죽 수레에 싣고, 딸도 수레 곁에 함께 태워 그 딸과 함께, 하늘 위로 나란히 오르게 하려 하였다. 그 수레가 물을 채 벗어나기 전에, 술이 깨어 문득 놀라 일어나 딸의 황금 비녀를 뽑아, 가죽을 찔러 구멍으로 빠져나가 홀로 붉은 하늘 위로 올라, 쓸쓸히 돌아오지 않았다. 하백이 그 딸을 꾸짖어, 입술을 잡아당겨 석 자나 늘여 놓고 우발수 가운데로 내치며, 종 둘만 딸려 보냈다. 어부가 물결 속을 보니, 기이한 짐승이 이리저리 다니기에 왕 금와에게 아뢰고, 쇠 그물을 세찬 물에 던져 돌에 앉은 여인을 끌어 올렸는데, 모습이 몹시 두려울 만하였다. 입술이 길어 말을 못 하다가, 세 번 잘라 내고서야 입을 열었다. 왕은 해모수의 비임을 알고, 그대로 별궁에 두었다. 햇빛을 품어 주몽을 낳으니, 이해는 계해년이었다. 골격과 외모가 참으로 가장 기이하고, 우는 소리도 몹시 컸다. 처음에 됫박만 한 알을 낳으니, 보는 이마다 놀라 두려워하였다. 왕은 상서롭지 못하다 하여, 「이것이 어찌 사람의 종류인가」 하고 말 기르는 곳에 두었더니, 뭇 말이 다 밟지 않았고 깊은 산속에 버렸더니, 온갖 짐승이 다 지켜 주었다. 어미가 우선 거두어 기르니, 한 달이 지나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스스로 말하기를 「파리가 눈을 물어, 누워도 편히 잘 수 없어요」 하니 어미가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었는데, 그 활은 헛되이 당기는 일이 없었다. 나이가 차츰 자라나자, 재능이 날로 갖추어졌다. 부여왕의 태자가, 그 마음에 시기가 일어 말하기를 「주몽이란 자는, 이 반드시 예사 사람이 아니니 일찍 손쓰지 않으면, 그 근심이 참으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왕이 가서 말을 기르게 하니, 그 뜻을 시험하려 함이었다. 스스로 생각하니 하늘의 손자로서, 말이나 먹이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워 가슴을 어루만지며 늘 홀로 되뇌기를, 「내 사는 것이 죽느니만 못하다. 남쪽 땅으로 가서, 나라를 세우고 성과 저자를 세우련만 어머님이 계신 까닭에, 이별이 참으로 쉽지 않구나」 하였다. 그 어미가 이 말을 듣고, 주르르 맑은 눈물을 닦으며 「너는 부디 걱정하지 마라, 나 또한 늘 가슴이 아팠다. 장부가 먼 길을 가려면, 반드시 준마에 의지해야 한다」 하고 함께 마구간에 가서, 곧 긴 채찍으로 후려치니 뭇 말이 다 놀라 달아나는데, 한 붉은 말이 빛이 곱더니 두 길 높이 울타리를 뛰어넘으니, 비로소 이것이 준마임을 알았다. 몰래 바늘로 혀를 찌르니, 시고 아파 먹이를 받지 않아 며칠 안 되어 몸이 몹시 여위어, 도리어 둔한 말과 같아졌다. 그 뒤 왕이 둘러보고, 「이 말을 너에게 주마」 하였다. 얻고 나서야 비로소 바늘을 뽑고, 밤낮으로 거듭 먹였다. 남몰래 어진 벗 셋과 맺으니, 그 사람들은 모두 지혜가 많았다. 남쪽으로 가다 엄체수에 이르니, 건너려 해도 댈 배가 없었다. 채찍을 잡고 저 푸른 하늘을 가리키며, 개연히 길게 탄식하였다. 「천제의 손자요 하백의 외손이, 난을 피하여 여기에 이르렀으니 슬프고 슬픈 외로운 자식의 마음을, 하늘과 땅이 차마 버리시겠습니까.」 활을 잡아 강물을 치니, 물고기와 자라가 머리와 꼬리를 나란히 하여 우뚝 다리를 이루어, 비로소 건널 수 있었다. 잠깐 사이에 쫓는 군사가 이르러, 다리에 오르자 다리가 곧 무너졌다. 비둘기 한 쌍이 보리를 물고 날아와, 신모의 사자가 되었다. 형세 좋은 곳에 왕도를 열었으니, 산천이 울창하고 높고 컸다. 스스로 띠자리 위에 앉아, 임금과 신하의 자리를 대강 정하였다. 애달프다 비류왕이여, 어찌하여 스스로를 헤아리지 못하고 선인의 후손임을 애써 자랑하며, 천제 손자의 귀함은 알지 못하였는가. 한갓 부용으로 삼으려 하여, 말을 냄에 삼가지 않았다. 그린 사슴의 배꼽도 못 맞히고서, 옥가락지가 깨지는 것을 보고 놀랐다. 와서 북과 나팔이 바뀐 것을 보고는, 감히 제 것이라 하지 못하였고 와서 집 기둥이 낡은 것을 보고는, 혀를 깨물며 도리어 스스로 부끄러워하였다. 동명이 서쪽으로 사냥할 때, 우연히 눈빛 흰 사슴을 잡아 해원 위에 거꾸로 매달고, 감히 스스로 저주하여 이르기를 「하늘이 비류에 비를 내려, 그 도읍과 시골을 떠내려 보내지 않으면 내 결코 너를 놓아주지 않으리니, 너는 나의 분함을 도우라」 하였다. 사슴 울음소리 몹시 슬퍼, 위로 하늘의 귀에 사무치니 장맛비가 이레를 쏟아져, 회수와 사수를 기울인 듯하였다. 송양이 몹시 근심하고 두려워, 물길 따라 부질없이 갈대 밧줄을 가로 매니 군사와 백성이 다투어 와서 매달려, 땀 흘리며 서로 바라볼 뿐이었다. 동명이 곧 채찍으로, 물을 그으니 물이 넘치기를 그쳐 송양이 온 나라를 들어 항복하니, 이 뒤로 나를 헐뜯는 이가 없었다. 검은 구름이 골령을 덮어, 산이 잇닿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수천 사람이 나무 찍는 듯한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왕이 말하기를 「하늘이 나를 위하여, 그 기슭에 성을 쌓는 것이다」 하였다. 홀연 구름과 안개가 걷히니, 궁궐이 높이 우뚝하였다. 왕위에 있은 지 열아홉 해에, 하늘로 올라가 다시 내려오지 않았다. 뛰어나고 기이한 절개가 있는, 맏아들을 유리라 하였다. 칼을 얻어 아버지의 자리를 이었고, 동이를 막아 남의 꾸짖음을 그치게 하였다. 내 성품은 본디 질박하여, 기이하고 괴상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 동명의 일을 보고는, 헛것인가 의심하고 또 귀신인가 의심하였다. 천천히 차츰 더듬어 들어가니, 그 변화는 헤아려 말하기 어려웠다. 하물며 이것은 곧게 적은 글이라, 한 글자도 헛된 글자가 없다. 신령하고 또 신령하니, 만세토록 옳다 할 바이다. 그러기에 생각하니 나라를 처음 세운 임금이, 성인이 아니면 어찌 그리하였겠는가. 유온이 큰 못가에서 쉬다가, 꿈결에 신을 만나니 우레와 번개가 어두컴컴하게 뒤덮이고, 교룡이 괴이하게 서리었다. 그로 인해 곧 아이를 배어, 이에 성스러운 한 고조 유계를 낳았으니 이가 곧 적제의 아들이라, 그 일어남에 남다른 복이 많았다. 후한 세조 광무제가 처음 날 때에는, 온 방에 빛이 환하였고 스스로 적복부에 응하여, 황건의 거짓을 쓸어 없앴다. 예부터 제왕이 일어남에는, 상서로운 징조가 어지러이 성하였으나 뒤를 잇는 이들이 게으르고 거칠어, 다 함께 선왕의 제사를 끊었다. 이에 알겠다, 이루어진 것을 지키는 임금은, 쓴 여뀌를 모으는 괴로움을 겪고서 뒷일을 삼가야 하는 것임을. 너그러움과 어짊으로 자리를 지키고, 예와 의로 백성을 교화하여 길이길이 자손에게 전하여, 나라를 다스림이 여러 해에 이르는 것임을.

협주 39

漢神雀三年四月甲寅。

한나라 신작 삼년(기원전 59) 사월 갑인일이다.

本記云。夫余王解夫婁老無子。祭山川求嗣。所御馬至鯤淵。見大石流淚。王怪之。使人轉其石。有小兒金色蛙形。王曰。此天錫我令胤乎。乃收養之。名曰金蛙。立爲太子。其相阿蘭弗曰。日者天降我曰。將使吾子孫。立國於此。汝其避之。東海之濱有地。號迦葉原。土宜五穀。可都也。阿蘭弗勸王移都。號東夫余。於舊都。解慕漱爲天帝子來都。

본기에 이른다. 부여왕 해부루가 늙도록 아들이 없어 산천에 제사하여 뒤를 이을 아들을 빌었다. 타고 가던 말이 곤연에 이르러 큰 돌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왕이 이상히 여겨 사람을 시켜 그 돌을 굴리게 하니 금빛 개구리 모양의 어린아이가 있었다. 왕이 「이는 하늘이 나에게 훌륭한 아들을 주신 것이 아닌가」 하고 거두어 길렀다. 이름을 금와라 하고 태자로 삼았다. 그 재상 아란불이 말하였다. 「일전에 하늘이 내게 내려와 이르기를 『장차 내 자손으로 하여금 여기에 나라를 세우게 하려니 너는 피하라. 동해 가에 땅이 있어 가섭원이라 하는데 땅이 오곡에 알맞아 도읍할 만하다』 하였습니다.」 아란불이 왕에게 권하여 도읍을 옮기고 동부여라 하였다. 옛 도읍에는 해모수가 천제의 아들이 되어 와서 도읍하였다.

漢神雀三年壬戌歲。天帝遣太子降遊扶余王古都。號解慕漱。從天而下。乘五龍車。從者百餘人。皆騎白鵠。彩雲浮於上。音樂動雲中。止熊心山。經十餘日始下。首戴烏羽之冠。腰帶龍光之劒。

한나라 신작 삼년 임술년에 천제가 태자를 보내 부여왕의 옛 도읍에 내려와 놀게 하였으니 이름을 해모수라 하였다. 하늘에서 내려올 때 다섯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따르는 이 백여 명은 모두 흰 고니를 탔으며, 채색 구름이 위에 뜨고 풍악이 구름 속에서 울렸다. 웅심산에 머물러 열흘 남짓 지나서야 비로소 내려왔다. 머리에는 까마귀 깃 관을 쓰고 허리에는 용광검을 찼다.

朝則聽事。暮卽升天。世謂之天王郞。

아침이면 정사를 듣고 저녁이면 하늘로 올라갔다. 세상에서 그를 천왕랑이라 불렀다.

靑河今鴨綠江也。

청하는 지금의 압록강이다.

長曰柳花。次曰萱花。季曰葦花。

맏이는 유화, 둘째는 훤화, 막내는 위화라 하였다.

自靑河出遊熊心淵上。

청하에서 나와 웅심연 위에 놀러 갔다.

神姿艶麗。雜佩鏘洋。與漢皐無異。

신령한 자태가 곱고 아름다우며 갖가지 패옥이 쟁쟁 울려, 한고의 신녀와 다름이 없었다.

王謂左右曰。得而爲妃。可有後胤。

왕이 좌우에게 말하였다. 「얻어서 비로 삼으면 뒤를 이을 아들을 둘 수 있겠다.」

其女見王卽入水。左右曰。大王何不作宮殿。俟女入室。當戶遮之。王以爲然。以馬鞭畫地。銅室俄成壯麗。於室中。設三席置樽酒。其女各坐其席。相勸飮酒大醉云云。

그 여인들이 왕을 보자 곧 물에 들어갔다. 좌우가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어찌 궁전을 지어 여인들이 방에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문을 막지 않으십니까.」 왕이 그렇게 여겨 말채찍으로 땅을 그으니 구리 집이 갑자기 이루어져 장려하였다. 방 안에 자리 셋을 마련하고 술동이를 두니, 그 여인들이 각기 제 자리에 앉아 서로 권하며 술을 마셔 크게 취하였다 한다.

王俟三女大醉急出。遮女等驚走。長女柳花。爲王所止。

왕이 세 여인이 크게 취하기를 기다렸다가 급히 나가 막으니, 여인들은 놀라 달아나고 맏딸 유화가 왕에게 붙들렸다.

河伯大怒。遣使告曰。汝是何人。留我女乎。王報云。我是天帝之子。今欲與河伯結婚。河伯又使告曰。汝若天帝之子。於我有求昏者。當使媒云云。今輒留我女。何其失禮。王慙之。將往見河伯。不能入室。欲放其女。女旣與王定情。不肯離去。乃勸王曰。如有龍車。可到河伯之國。王指天而告。俄而五龍車從空而下。王與女乘車。風雲忽起。至其宮。

하백이 크게 노하여 사자를 보내 말하였다. 「너는 어떤 사람이기에 내 딸을 붙들어 두는가.」 왕이 답하였다. 「나는 천제의 아들로 이제 하백과 혼인을 맺고자 합니다.」 하백이 다시 사람을 보내 말하였다. 「네가 천제의 아들이라면 나에게 혼인을 구하는 데 마땅히 중매를 보내야 할 것이거늘, 이제 대뜸 내 딸을 붙들어 두니 어찌 이리 예를 잃는가.」 왕이 부끄러워 하백을 가서 보려 하였으나 그 집에 들어갈 수 없어 그 딸을 놓아주려 하였다. 딸은 이미 왕과 정을 맺은 터라 떠나려 하지 않고 왕에게 권하였다. 「용 수레가 있으면 하백의 나라에 이를 수 있습니다.」 왕이 하늘을 가리켜 고하니 잠깐 사이에 다섯 용이 끄는 수레가 공중에서 내려왔다. 왕과 딸이 수레를 타니 바람과 구름이 홀연 일어나 그 궁에 이르렀다.

河伯備禮迎之。坐定。謂曰。婚姻之道。天下之通規。何爲失禮。辱我門宗云云。

하백이 예를 갖추어 맞이하여 자리를 정하고 말하였다. 「혼인의 도리는 천하에 통하는 법도이거늘, 어찌 예를 잃어 내 가문을 욕되게 하는가」 하였다 한다.

車傍曰輢。

수레 곁을 의(輢)라 한다.

河伯之酒。七日乃醒。

하백의 술은 이레가 지나야 깬다.

叶韻

운을 맞춘 것이다.

河伯曰。王是天帝之子。有何神異。王曰。唯在所試。於是。河伯於庭前水。化爲鯉。隨浪而游。王化爲獺而捕之。河伯又化爲鹿而走。王化爲豺逐之。河伯化爲雉。王化爲鷹擊之。河伯以爲誠是天帝之子。以禮成婚。恐王無將女之心。張樂置酒。勸王大醉。與女入於小革輿中。載以龍車。欲令升天。其車未出水。王卽酒醒。取女黃金釵刺革輿。從孔獨出升天。

하백이 말하였다. 「왕이 천제의 아들이라면 어떤 신이함이 있는가.」 왕이 말하였다. 「시험해 보시면 됩니다.」 이에 하백이 뜰 앞 물에서 잉어로 변하여 물결 따라 노니 왕이 수달로 변하여 잡았다. 하백이 다시 사슴으로 변하여 달아나니 왕은 승냥이로 변하여 쫓았고, 하백이 꿩으로 변하니 왕은 매로 변하여 쳤다. 하백은 참으로 천제의 아들이라 여겨 예를 갖추어 혼인을 이루었다. 왕이 딸을 데려갈 마음이 없을까 두려워 풍악을 벌이고 술을 차려 왕에게 권하여 크게 취하게 하고는, 딸과 함께 작은 가죽 수레에 넣어 용 수레에 실어 하늘로 오르게 하려 하였다. 그 수레가 물을 채 벗어나기 전에 왕이 곧 술에서 깨어, 딸의 황금 비녀로 가죽 수레를 찔러 구멍으로 홀로 나와 하늘로 올라갔다.

河伯大怒。其女曰。汝不從我訓。終欲我門。令左右絞挽女口。其唇吻長三尺。唯與奴婢二人。貶於優渤水中。優渤澤名。今在太伯山南。

하백이 크게 노하여 그 딸에게 말하였다. 「네가 내 가르침을 따르지 않아 끝내 내 가문을 욕되게 하였다.」 좌우를 시켜 딸의 입을 잡아당기게 하니 그 입술이 석 자나 늘어났다. 종 둘만 딸려 우발수 가운데로 내쳤다. 우발은 못 이름으로 지금 태백산 남쪽에 있다.

漁師強力扶鄒告曰。近有盜梁中魚而將去者。未知何獸也。王乃使魚師以網引之。其網破裂。更造鐵網引之。始得一女。坐石而出。其女唇長不能言。令三截其唇乃言。

어부 강력부추가 아뢰었다. 「요즈음 어량 속의 고기를 훔쳐 가는 것이 있는데 무슨 짐승인지 모르겠습니다.」 왕이 어부를 시켜 그물로 끌어내게 하니 그물이 찢어졌다. 다시 쇠 그물을 만들어 끌어내니 비로소 한 여인이 돌에 앉은 채로 나왔다. 그 여인은 입술이 길어 말을 못 하였는데, 그 입술을 세 번 자르게 한 뒤에야 말을 하였다.

王知天帝子妃。以別宮置之。其女懷中日曜。因以有娠。神雀四年癸亥歲夏四月。生朱蒙。啼聲甚偉。骨表英奇。初生左腋生一卵。大如五升許。王怪之曰。人生鳥卵。可爲不祥。使人置之馬牧。群馬不踐。棄於深山。百獸皆護。雲陰之日。卵上恒有日光。王取卵送母養之。卵終乃開得一男。生未經月。言語竝實。

왕은 천제 아들의 비임을 알고 별궁에 두었다. 그 여인의 품 안에 햇빛이 비쳐 그로 인해 아이를 배었다. 신작 사년 계해년 여름 사월에 주몽을 낳았는데, 우는 소리가 몹시 크고 골격과 외모가 빼어나게 기이하였다. 처음 낳을 때 왼쪽 겨드랑이로 알 하나를 낳았는데 크기가 닷 되쯤 되었다. 왕이 이상히 여겨 말하였다. 「사람이 새알을 낳았으니 상서롭지 못하다 하겠다.」 사람을 시켜 말 기르는 곳에 두게 하니 뭇 말이 밟지 않았고, 깊은 산에 버리니 온갖 짐승이 다 지켜 주었다. 구름 끼고 흐린 날에도 알 위에는 늘 햇빛이 있었다. 왕이 알을 가져다 어미에게 보내 기르게 하니 알이 마침내 열려 사내아이 하나를 얻었다. 태어난 지 한 달이 안 되어 말이 다 또렷하였다.

謂母曰。群蠅噆目。不能睡。母爲我作弓矢。其母以蓽作弓矢與之。自射紡車上蠅。發矢卽中。扶余謂善射曰朱蒙。

어미에게 말하였다. 「파리 떼가 눈을 물어 잠을 잘 수 없으니 어머니는 저에게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십시오.」 그 어미가 댓가지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니, 스스로 물레 위의 파리를 쏘았는데 쏘는 족족 맞혔다. 부여에서는 활 잘 쏘는 것을 주몽이라 한다.

年至長大。才能竝備。金蛙有子七人。常共朱蒙遊獵。王子及從者四十餘人。唯獲一鹿。朱蒙射鹿至多。王子妬之。乃執朱蒙縛樹。奪鹿而去。朱蒙拔樹而去。太子帶素言於王曰。朱蒙者。神勇之士。瞻視非常。若不早圖。必有後患。

나이가 자라자 재능이 다 갖추어졌다. 금와에게 아들 일곱이 있어 늘 주몽과 함께 사냥하였다. 왕자와 따르는 이 사십여 명이 겨우 사슴 한 마리를 잡았는데 주몽은 사슴을 매우 많이 쏘아 잡았다. 왕자가 시기하여 주몽을 붙잡아 나무에 묶고 사슴을 빼앗아 갔다. 주몽은 나무를 뽑아 버리고 갔다. 태자 대소가 왕에게 말하였다. 「주몽은 신령하고 용맹한 사람이라 눈매가 예사롭지 않으니, 일찍 손쓰지 않으면 반드시 뒷근심이 있을 것입니다.」

王使朱蒙牧馬。欲試其意。朱蒙內自懷恨。謂母曰。我是天帝之孫。爲人牧馬。生不如死。欲往南土造國家。母在不敢自專。其母云云。

왕이 주몽에게 말을 기르게 하여 그 뜻을 시험하려 하였다. 주몽이 속으로 한을 품고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저는 천제의 손자인데 남을 위해 말을 기르니 사는 것이 죽느니만 못합니다. 남쪽 땅으로 가서 나라를 세우고 싶으나 어머니가 계셔서 감히 제 마음대로 못 하겠습니다.」 그 어머니가 말하였다 한다.

通典云。朱蒙所乘。皆果下也。

『통전』에 이르기를 「주몽이 타던 것은 다 과하마이다」 하였다.

其母曰。此吾之所以日夜腐心也。吾聞士之涉長途者。須憑駿足。吾能擇馬矣。遂往馬牧。卽以長鞭亂捶。群馬皆驚走。一騂馬跳過二丈之欄。朱蒙知馬駿逸。潛以針捶馬舌根。其馬舌痛。不食水草。甚瘦悴。王巡行馬牧。見群馬悉肥大喜。仍以瘦錫朱蒙。朱蒙得之。拔其針加餧云。

그 어머니가 말하였다. 「이것이 내가 밤낮으로 마음 썩이던 바이다. 내가 듣건대 장부가 먼 길을 가려면 반드시 준마에 의지해야 한다니, 내가 말을 골라 줄 수 있다.」 드디어 말 기르는 곳에 가서 곧 긴 채찍으로 마구 후려치니 뭇 말이 다 놀라 달아나는데, 붉은 말 한 마리가 두 길 높이 울타리를 뛰어넘었다. 주몽은 그 말이 준마임을 알고 몰래 바늘을 말 혀뿌리에 꽂았다. 그 말은 혀가 아파 물과 풀을 먹지 않아 몹시 여위었다. 왕이 말 기르는 곳을 둘러보다가 뭇 말이 다 살찐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그 여윈 말을 주몽에게 주었다. 주몽이 그 말을 얻어 바늘을 뽑고 먹였다 한다.

烏伊,摩離,陜父等三人。

오이·마리·협보 세 사람이다.

一名蓋斯水。在今鴨綠東北。

일명 개사수로, 지금 압록강 동북에 있다.

欲渡無舟。恐追兵奄及。迺以策指天。慨然嘆曰。我天帝之孫。河伯之甥。今避難至此。皇天后土。憐我孤子。速致舟橋。言訖。以弓打水。魚鼈浮出成橋。朱蒙乃得渡。良久追兵至。

건너려 하나 배가 없고 쫓는 군사가 곧 닥칠까 두려워, 이에 채찍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개연히 탄식하였다. 「나는 천제의 손자요 하백의 외손으로 이제 난을 피하여 여기에 이르렀으니, 황천후토는 나 외로운 자식을 불쌍히 여겨 빨리 배나 다리를 보내 주소서.」 말을 마치고 활로 물을 치니 물고기와 자라가 떠올라 다리를 이루어 주몽이 건널 수 있었다. 한참 뒤에 쫓는 군사가 이르렀다.

追兵至河。魚鼈橋卽滅。已上橋者。皆沒死。

쫓는 군사가 강에 이르자 물고기와 자라 다리가 곧 사라져, 이미 다리에 오른 자들은 다 빠져 죽었다.

朱蒙臨別。不忍暌違。其母曰。汝勿以一母爲念。乃裹五穀種以送之。朱蒙自切生別之心。忘其麥子。朱蒙息大樹之下。有雙鳩來集。朱蒙曰。應是神母使送麥子。乃引弓射之。一矢俱擧。開喉得麥子。以水噴鳩。更蘇而飛去云云。

주몽이 이별할 때 차마 떠나지 못하니 그 어머니가 「너는 어미 하나를 생각하지 마라」 하고 오곡 씨앗을 싸서 보냈다. 주몽이 생이별하는 마음이 애절하여 그 보리 씨를 잊어버렸다. 주몽이 큰 나무 아래에서 쉬는데 비둘기 한 쌍이 날아와 앉았다. 주몽이 「이는 응당 신모께서 보리 씨를 보내신 것이리라」 하고 활을 당겨 쏘니 한 화살에 둘 다 떨어졌다. 목구멍을 열어 보리 씨를 얻고 물을 비둘기에게 뿜으니 다시 살아나 날아갔다 한다.

王自坐茀蕝之上。略定君臣之位。

왕이 스스로 띠자리 위에 앉아 임금과 신하의 자리를 대강 정하였다.

沸流王松讓出獵。見王容貌非常。引而與坐曰。僻在海隅。未曾得見君子。今日邂逅。何其幸乎。君是何人。從何而至。王曰。寡人。天帝之孫。西國之王也。敢問君王繼誰之後。讓曰。予是仙人之後。累世爲王。今地方至小。不可分爲兩王。君造國日淺。爲我附庸可乎。王曰。寡人。繼天之後。今主非神之胄。强號爲王。若不歸我。天必殛之。松讓以王累稱天孫。內自懷疑。欲試其才。乃曰願與王射矣。以畫鹿置百步內射之。其矢不入鹿臍。猶如倒手。王使人以玉指環。懸於百步之外射之。破如瓦解。松讓大驚云云。

비류왕 송양이 사냥을 나왔다가 왕의 용모가 예사롭지 않음을 보고 이끌어 함께 앉아 말하였다. 「바다 한 모퉁이에 치우쳐 있어 일찍이 군자를 보지 못하였는데, 오늘 만나게 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대는 어떤 사람이며 어디에서 왔는가.」 왕이 말하였다. 「과인은 천제의 손자요 서쪽 나라의 왕이다. 감히 묻노니 임금은 누구의 뒤를 이었는가.」 송양이 말하였다. 「나는 선인의 후손으로 여러 대째 왕 노릇을 하고 있다. 지금 땅이 몹시 작아 두 왕으로 나눌 수 없으니, 그대는 나라를 세운 지 얼마 안 되었으니 나의 부용이 되는 것이 어떤가.」 왕이 말하였다. 「과인은 하늘의 뒤를 이었고 지금 그대는 신의 후손이 아니면서 억지로 왕이라 일컬으니, 나에게 귀순하지 않으면 하늘이 반드시 죽일 것이다.」 송양은 왕이 여러 번 천손이라 일컫는 것에 속으로 의심을 품고 그 재주를 시험하려 하여 말하였다. 「왕과 활쏘기를 하고 싶다.」 그린 사슴을 백 보 안에 놓고 쏘았는데, 그 화살이 사슴 배꼽에 들어가지 못하고도 손을 뒤집듯 쉽게 여겼다. 왕이 사람을 시켜 옥가락지를 백 보 밖에 매달고 쏘니 기왓장 깨지듯 부서졌다. 송양이 크게 놀랐다 한다.

王曰。以國業新造。未有鼓角威儀。沸流使者往來。我不能以王禮迎送。所以輕我也。從臣扶芬奴進曰。臣爲大王取沸流鼓角。王曰。他國藏物。汝何取乎。對曰。此天之與物。何爲不取乎。夫大王困於扶余。誰謂大王能至於此。今大王奮身於萬死之危。揚名於遼左。此天帝命而爲之。何事不成。於是扶芬奴等三人。往沸流取鼓而來。沸流王遣使告曰云云。王恐來觀鼓角。色暗如故。松讓不敢爭而去。

왕이 말하였다. 「나라를 갓 세워 아직 북과 나팔의 위의가 없어, 비류의 사자가 오가는데 내가 왕의 예로 맞고 보내지 못하니 그래서 나를 가벼이 여기는 것이다.」 따르는 신하 부분노가 나아가 말하였다. 「신이 대왕을 위하여 비류의 북과 나팔을 가져오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남의 나라가 감추어 둔 물건을 네가 어찌 가져오겠는가.」 대답하였다. 「이는 하늘이 준 물건인데 어찌 가져오지 못하겠습니까. 대왕께서 부여에서 곤욕을 겪으실 때 누가 대왕께서 여기에 이르실 것이라 하였겠습니까. 이제 대왕께서 만 번 죽을 위험에서 몸을 떨쳐 요동 왼쪽에 이름을 떨치셨으니, 이는 천제가 명하여 하신 것이라 무슨 일인들 이루지 못하겠습니까.」 이에 부분노 등 세 사람이 비류에 가서 북을 가져왔다. 비류왕이 사자를 보내 고하였다 한다. 왕은 비류가 와서 북과 나팔을 볼까 두려워 빛깔을 어둡게 하여 오래된 것처럼 만드니, 송양이 감히 다투지 못하고 돌아갔다.

松讓欲以立都。先後爲附庸。王造宮室。以朽木爲柱。故如千歲。松讓來見。竟不敢爭立都先後。

송양이 도읍을 세운 선후로 부용을 삼으려 하니, 왕이 궁실을 지으면서 썩은 나무로 기둥을 세워 천 년 된 것같이 하였다. 송양이 와서 보고 끝내 감히 도읍의 선후를 다투지 못하였다.

大鹿曰麂

큰 사슴을 궤(麂)라 한다.

西狩獲白鹿。倒懸於蟹原。呪曰。天若不雨而漂沒沸流王都者。我固不汝放矣。欲免斯難。汝能訴天。其鹿哀鳴。聲徹于天。霖雨七日。漂沒松讓都。王以葦索橫流。乘鴨馬。百姓皆執其索。朱蒙以鞭畫水。水卽減。六月。松讓擧國來降云云。

서쪽으로 사냥하여 흰 사슴을 잡아 해원에 거꾸로 매달고 저주하였다. 「하늘이 비를 내려 비류왕의 도읍을 떠내려 보내지 않으면 내 결코 너를 놓아주지 않으리니, 이 어려움을 벗어나려거든 너는 하늘에 호소하라.」 그 사슴이 슬피 울어 소리가 하늘에 사무치니 장맛비가 이레를 내려 송양의 도읍을 떠내려 보냈다. 왕이 갈대 밧줄을 물에 가로 매고 오리 말을 타니 백성들이 다 그 밧줄을 잡았다. 주몽이 채찍으로 물을 그으니 물이 곧 줄어들었다. 유월에 송양이 온 나라를 들어 와서 항복하였다 한다.

七月。玄雲起鶻嶺。人不見其山。唯聞數千人聲以起土功。王曰。天爲我築城。七日。雲霧自散。城郭宮臺自然成。王拜皇天就居。

칠월에 검은 구름이 골령에 일어 사람들이 그 산을 볼 수 없었고, 다만 수천 사람의 소리가 흙일을 하는 것처럼 들렸다. 왕이 「하늘이 나를 위하여 성을 쌓는 것이다」 하였다. 이레 만에 구름과 안개가 절로 걷히니 성곽과 궁궐과 누대가 저절로 이루어졌다. 왕이 황천에 절하고 나아가 살았다.

秋九月。王升天不下。時年四十。太子以所遺玉鞭。葬於龍山云云。

가을 구월에 왕이 하늘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으니 이때 나이 마흔이었다. 태자가 남긴 옥 채찍으로 용산에 장사 지냈다 한다.

類利少有奇節云云。少以彈雀爲業。見一婦戴水盆。彈破之。其女怒而詈曰。無父之兒。彈破我盆。類利大慙。以泥丸彈之。塞盆孔如故。歸家問母曰。我父是誰。母以類利年少戱之曰。汝無定父。類利泣曰。人無定父。將何面目見人乎。遂欲自刎。母大驚止之曰。前言戱耳。汝父是天帝孫。河伯甥。怨爲扶餘之臣。逃往南土。始造國家。汝往見之乎。對曰。父爲人君。子爲人臣。吾雖不才。豈不愧乎。母曰。汝父去時有遺言。吾有藏物七嶺七谷石上之松。能得此者。乃我之子也。類利自往山谷。搜求不得。疲倦而還。類利聞堂柱有悲聲。其柱乃石上之松木。體有七稜。類利自解之曰。七嶺七谷者。七稜也。石上松者。柱也。起而就視之。柱上有孔。得毀劒一片。大喜。前漢鴻嘉四年夏四月。奔高句麗。以劒一片。奉之於王。王出所有毀劒一片合之。血出連爲一劍。王謂類利曰。汝實我子。有何神聖乎。類利應聲。擧身聳空。乘牖中日。示其神聖之異。王大悅。立爲太子。

유리는 어려서부터 기이한 절개가 있었다 한다. 어려서 참새 쏘기를 일삼았는데, 한 부인이 물동이를 이고 가는 것을 보고 쏘아 깨뜨렸다. 그 여인이 노하여 꾸짖기를 「아비 없는 아이가 내 동이를 쏘아 깨뜨렸다」 하였다. 유리가 크게 부끄러워 진흙 탄환으로 쏘아 동이 구멍을 막아 전과 같이 하였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물었다. 「내 아버지는 누구입니까.」 어머니는 유리가 어리므로 놀리며 말하였다. 「너는 정해진 아버지가 없다.」 유리가 울며 말하였다. 「사람이 정해진 아버지가 없으면 장차 무슨 낯으로 남을 보겠습니까.」 하고 드디어 스스로 목을 찌르려 하였다. 어머니가 크게 놀라 말리며 말하였다. 「앞의 말은 농담이다. 네 아버지는 천제의 손자요 하백의 외손인데, 부여의 신하 노릇 하는 것을 원망하여 남쪽 땅으로 달아나 처음 나라를 세우셨다. 네가 가서 뵙겠느냐.」 대답하였다. 「아버지는 남의 임금이 되고 아들은 남의 신하가 되니, 제가 비록 재주 없으나 어찌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어머니가 말하였다. 「네 아버지가 떠날 때 남긴 말이 있다. 『내가 물건을 일곱 고개 일곱 골짜기 돌 위 소나무에 감추어 두었으니, 이것을 얻는 이가 곧 내 아들이다』 하셨다.」 유리가 스스로 산골짜기에 가서 찾았으나 얻지 못하고 지쳐 돌아왔다. 유리가 집 기둥에서 슬픈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는데, 그 기둥은 곧 돌 위의 소나무로 몸에 일곱 모가 있었다. 유리가 스스로 풀이하기를 「일곱 고개 일곱 골짜기란 일곱 모요, 돌 위의 소나무란 기둥이다」 하고 일어나 가서 보니 기둥 위에 구멍이 있어 부러진 칼 한 조각을 얻고 크게 기뻐하였다. 전한 홍가 사년(기원전 17) 여름 사월에 고구려로 달려가 칼 한 조각을 왕에게 바쳤다. 왕이 가지고 있던 부러진 칼 한 조각을 꺼내 맞추니 피가 나며 이어져 한 자루 칼이 되었다. 왕이 유리에게 말하였다. 「네가 참으로 내 아들이라면 무슨 신성함이 있느냐.」 유리가 소리에 응하여 몸을 들어 공중에 솟아 창문으로 드는 햇빛을 타고 그 신성한 기이함을 보였다. 왕이 크게 기뻐하여 태자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