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3

양 각교가 화답하매 다시 앞 운을 쓰다梁閣校見和。復用前韻。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6 · 한자 239자 · 낭독 2.4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1푸른 버들

無奈綠楊何。狂風舞亂花。翠煙南北路。落日兩三家。密葉藏鸎暗。柔條掠馬斜。趁春如未賞。衰鬢已蹉跎。

푸른 버들을 어찌하랴 미친 바람에 꽃이 어지러이 춤춘다 푸른 안개가 남북 길에 끼고 지는 해에 두세 집이 있다 빽빽한 잎은 꾀꼬리를 감추어 어둡고 부드러운 가지는 말을 스쳐 비낀다 봄을 좇아 즐기지 못한다면 쇠한 살쩍이 이미 어긋나 지난다

2꽃다운 풀

無奈芳草何。流年恰恰過。生池吟宛轉。藉地醉喧譁。細露漙漙滴。輕風獵獵斜。趁春如未賞。寂寞老京華。

꽃다운 풀을 어찌하랴 흐르는 해가 꼭 맞게 지난다 못가에 나서 완연히 읊고 땅을 깔고 취해 시끄럽다 가는 이슬이 방울방울 듣고 가벼운 바람이 살랑살랑 비낀다 봄을 좇아 즐기지 못한다면 쓸쓸히 서울에서 늙으리라

3붉은 살구꽃

無奈紅杏何。夕陽凝恨多。嬌含芳意釅。偸學醉腮酡。欲使花專樹。應遲子滿柯。趁春如未賞。造物亦嫌他。

붉은 살구꽃을 어찌하랴 저녁볕에 한이 많이 엉겼다 아리땁게 꽃다운 뜻을 진하게 머금고 몰래 취한 뺨을 배워 붉다 꽃으로 하여금 나무를 오로지하게 하려면 응당 열매가 가지에 가득함을 늦추어야 하리 봄을 좇아 즐기지 못한다면 조물주도 또한 그를 싫어하리라

4붉은 복숭아꽃

無奈紅桃何。門前映柳斜。路迷金谷障。天失赤城霞。舞妓簪雲䯻。遊人走鈿車。趁春如未賞。芳臉易埋沙。

붉은 복숭아꽃을 어찌하랴 문 앞에서 버들에 비쳐 비꼈다 길은 금곡(金谷)의 가림에 헤매고 하늘은 적성(赤城)의 노을을 잃었다 춤추는 기생은 구름 같은 쪽에 꽂고 노니는 이는 자개 수레를 달린다 봄을 좇아 즐기지 못한다면 꽃다운 뺨이 쉬 모래에 묻히리라

5오얏꽃

無奈李花何。輕盈綴軟葩。誰留千片雪。變作十分花。爲愛玉顔𧰟。更無紅粉加。趁春如未賞。年少那時誇。

오얏꽃을 어찌하랴 가볍고 곱게 부드러운 꽃송이를 엮었다 누가 천 조각 눈을 머물러 두어 열 푼 꽃으로 바꾸었는가 옥 같은 얼굴이 고움을 사랑하여 다시 붉은 분을 더하지 않는다 봄을 좇아 즐기지 못한다면 젊은 날을 그때 무엇으로 자랑하랴

6앵두꽃

無奈櫻桃何。濃香特地多。盈枝幸未落。載酒有誰過。舞蝶貪芳蘂。流鸎撲翠柯。趁春如未賞。廻首謾含嗟。

앵두꽃을 어찌하랴 짙은 향기가 유독 많다 가지에 가득해 다행히 아직 지지 않았는데 술을 싣고 찾아올 이 누구인가 춤추는 나비는 꽃다운 꽃술을 탐하고 흐르는 꾀꼬리는 푸른 가지를 친다 봄을 좇아 즐기지 못한다면 머리를 돌려 부질없이 탄식을 머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