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4

총저가 가리개 너머에서 노래하다寵姐隔障歌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126자 · 낭독 1.4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4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遺事曰。寧王宮。有女寵姐者。美姿色。善謳唱。每宴外客。諸妓女盡在目前。惟寵姐。客莫能見。詞客李白恃醉戱曰。久聞王有寵姐善歌。今酒肴醉飽。群公宴倦。王何慳此女。王笑謂左右曰。設七寶花障。召姐於障後歌之。白起謝曰。雖不許見面。聞其聲亦幸矣。

『유사』에 이르기를, 영왕의 궁에 총저(寵姐)라는 여자가 있어 자태와 얼굴이 아름답고 노래를 잘하였다. 밖의 손을 잔치할 때마다 여러 기생은 다 눈앞에 있었으나 오직 총저만은 손이 볼 수 없었다. 시인 이백이 취기를 믿고 장난삼아 말하기를 「왕께 총저라는 이가 있어 노래를 잘한다고 들은 지 오랩니다. 이제 술과 안주에 흠뻑 취하고 여러 사람이 잔치에 지쳤는데 왕께서는 어찌 이 여자를 아끼십니까」 하였다. 왕이 웃으며 좌우에 이르기를 「일곱 보배 꽃 가리개를 치고 총저를 불러 가리개 뒤에서 노래하게 하라」 하였다. 이백이 일어나 사례하기를 「비록 얼굴 보기를 허락받지 못하였으나 그 소리를 들으니 또한 다행입니다」 하였다.

嬌鸎歌翳柳陰深。不見金衣聽玉音。謾抱平生餘恨去。寧王空惱謫仙心。

아리따운 꾀꼬리가 버들 그늘 깊은 데 가려 노래하니 금빛 옷은 보지 못하고 옥 같은 소리만 듣는다 부질없이 평생의 남은 한을 안고 가니 영왕이 귀양 온 신선의 마음을 공연히 괴롭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