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4

꿈에 태진원에 노닐다夢遊大眞院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189자 · 낭독 1.9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4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玄宗遺錄曰。帝謂力士曰。吾自棄去妃子。杳無夢寐。齊心膳素。宜有所禱。果有夢應。夢至一處。萬壑煙霞。千峯花木。滿目寒濤。驚人絶景。翠煙絳氣云云。白玉掛陴。黃金題字曰。東虛第一宮。又翠衣童子前導至一院。題曰太一大眞元上妃院。大眞妃隔雲母屛而坐。不見其形。但聞其聲。帝曰。願得一見天姿。何恨此屛。似非疇昔相愛之意。妃露半身。髣髴新粧。依俙舊色。帝一見踊躍。前執其手。則驚風起於足下。若墮天云。

『현종유록』에 이르기를, 임금이 역사에게 이르기를 「내가 비자를 버린 뒤로 꿈조차 아득하다. 마음을 가다듬고 소찬을 들며 마땅히 빌 데가 있어야겠다」 하였다. 과연 꿈에 응함이 있었다. 꿈에 한 곳에 이르니 만 골짜기에 안개와 노을이 끼고 천 봉우리에 꽃과 나무가 있었으며, 눈에 가득 찬 물결과 사람을 놀라게 하는 빼어난 경치, 푸른 안개와 붉은 기운이 있었다. 흰 옥으로 섬돌을 깔고 황금으로 글자를 써 「동허 제일궁(東虛第一宮)」이라 하였다. 또 푸른 옷 입은 동자가 앞서 이끌어 한 원(院)에 이르니 「태일 태진 원상비원(太一大眞元上妃院)」이라 적혀 있었다. 태진비가 운모 병풍을 사이에 두고 앉아 그 모습은 보이지 않고 다만 소리만 들렸다. 임금이 「하늘 같은 자태를 한 번 보고 싶은데 어찌 이 병풍을 한하게 하는가. 옛날 서로 사랑하던 뜻이 아닌 듯하다」 하니 비가 반쯤 몸을 드러냈다. 어렴풋이 새로 단장한 듯 옛 빛이 아련하였다. 임금이 한 번 보고 뛸 듯이 기뻐 나아가 그 손을 잡으니 발밑에서 놀란 바람이 일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하였다.

縹緲煙霞紫翠重。仙童導入大眞宮。依俙一見嚴粧面。淸夢驚來若墮空。

아득한 안개와 노을이 붉고 푸르게 겹쳤는데 신선 동자가 이끌어 태진궁에 들었다 어렴풋이 한 번 곱게 단장한 얼굴을 보고 맑은 꿈에서 놀라 깨니 허공에서 떨어지는 듯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