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계에 살 곳을 잡고 초당의 한가함을 우연히 적다 — 아울러 두 집이 오가는 즐거움을 적어 서쪽 이웃 양 각교에게 주다卜居鸎溪。偶書草堂閑適。兼敍兩家來往之樂。贈西隣梁閣校。
鸎溪來卜宅。鵠嶺正當軒。老檜森南巷。靑松覆小垣。桑麻饒野壟。籬落似山村。窓對禪宮塔。樓臨酒店門。傍桃栽翠竹。剪棘護芳蓀。漸作顚茶陸。甘爲學圃樊。沈酣消日月。曠坦老乾坤。壞壁頑苔合。空庭旅草繁。亂書千卷裏。便腹一身尊。篋有蠅頭字。竿懸犢鼻褌。多君心倜儻。許我日攀援。半脫烏紗帽。頻斟白玉樽。語闌明月側。棋罷碧山昏。灌藥常同井。移瓜欲共園。詞場誇攫虎。琴曲弄離鵾。箔外風微颺。簷前日正暄。鸎調啼柳舌。蝶雪戀花冤。來往君何憚。猶堪避世喧。
앵계에 와서 집터를 잡으니 곡령이 마루에 바로 마주 선다 늙은 회나무가 남쪽 골목에 빽빽하고 푸른 솔이 작은 담을 덮는다 뽕과 삼이 들이랑에 넉넉하고 울타리는 산골 마을 같다 창은 절집 탑을 마주하고 다락은 술집 문에 임한다 복사나무 곁에 푸른 대를 심고 가시를 베어 향기로운 창포를 지킨다 점점 차에 미친 육우가 되어 가고 즐겨 밭농사를 배우던 번지가 된다 흠뻑 취해 세월을 보내고 탁 트인 마음으로 하늘땅에서 늙는다 무너진 벽에 묵은 이끼가 엉기고 빈 뜰에 절로 난 풀이 무성하다 어지러운 책 천 권 속에 불룩한 배 한 몸이 높다 상자에는 파리머리만 한 잔글씨가 있고 장대에는 쇠코잠방이가 걸렸다 그대 마음이 크고 시원함을 고맙게 여겨 날마다 나에게 오르내리기를 허락한다 검은 사모를 반쯤 벗고 백옥 술동이를 자주 기울인다 이야기가 다하니 밝은 달이 기울고 바둑이 끝나니 푸른 산이 어둡다 약초에 물 줄 때는 늘 우물을 같이 쓰고 오이를 옮겨 심어 밭을 함께하려 한다 글마당에서는 범을 움키는 솜씨를 자랑하고 거문고 가락으로 떠나는 곤새를 놀린다 발 밖에 바람이 살랑 일고 처마 앞에 해가 한창 따습다 꾀꼬리는 버들에서 우는 혀를 고르고 눈 같은 나비는 꽃을 그리워해 애를 태운다 오가기를 그대 무엇을 꺼리랴 그래도 세상 시끄러움은 피할 만하다
협주 3
洞有老檜。故洞名爲檜。
동네에 늙은 회나무가 있어 동네 이름을 회(檜)라 한다.
園有四株松倚墻。
뜰에 소나무 네 그루가 담에 기대어 있다.
普濟寺。
보제사(普濟寺)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