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5

북산에서 이것저것 쓰다北山雜題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9 · 한자 180자 · 낭독 1.9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5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得道已無事。經律亦蹄筌。我不作羯麻。山僧且安眠。

도를 얻으면 이미 일이 없으니 경(經)과 율(律)도 발자국과 통발일 뿐이다 나는 갈마(羯磨)를 짓지 않으니 산승은 그저 편히 잠들라

협주 1

九首

아홉 수.

巖僧不浪出。溪鳥自閑飛。日暮松間霧。霏霏欲濕衣。

바위의 중은 함부로 나오지 않고 시내의 새는 절로 한가로이 난다 해 저문 솔 사이 안개가 부슬부슬 옷을 적시려 한다

夢廻山月落。吟久野雲歸。松石今朝是。風塵昨日非。

꿈에서 깨니 산의 달이 지고 오래 읊조리니 들 구름이 돌아간다 솔과 돌은 오늘 아침이 옳고 바람과 티끌은 어제가 그르다

岸幘倚靑松。拂琴掃白石。落瀑截翠微。寒峯界危碧。

두건을 젖혀 쓰고 푸른 솔에 기대어 거문고를 떨치고 흰 돌을 쓴다 떨어지는 폭포가 푸른 산허리를 자르고 찬 봉우리가 아슬한 푸름을 가른다

我是忘機人。萬物視一類。山鳥殊未知。見我忽驚起。

나는 세상 꾀를 잊은 사람이라 만물을 한 갈래로 본다 산새는 도무지 알지 못하고 나를 보고 문득 놀라 날아오른다

無心白駒詩。寓意黑蝶賦。讀罷南華篇。山中日亭午。

흰 망아지 시에 마음을 두지 않고 검은 나비 부에 뜻을 부친다 『남화경(南華經)』 한 편을 읽고 나니 산속에 해가 한낮이다

山花發幽谷。欲報山中春。何曾管開落。多是定中人。

산꽃이 그윽한 골짜기에 피어 산속의 봄을 알리려 한다 피고 짐을 언제 상관하랴 대개는 선정에 든 사람들이다

客榻靜無聊。幽人睡正濃。未聞呼勝力。驚起一聲鍾。

나그네 걸상이 고요해 심심한데 그윽한 사람은 잠이 한창 깊다 승력(勝力)을 부르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종소리 한 번에 놀라 일어난다

山人不出山。古徑荒苔沒。應恐紅塵人。欺我綠蘿月。

산 사람은 산을 나가지 않아 옛 길이 묵은 이끼에 묻혔다 아마도 두려운 것은 붉은 티끌 속 사람이 내 푸른 등덩굴의 달을 업신여길까 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