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5

사월 열하룻날 손님과 동산을 거닐다 덤불 사이에서 장미를 얻다 — 장단구를 지어 전이지에게 보이다四月十一日。與客行園中。得薔薇於叢薄間。久爲凡卉所困。生意甚微。予卽薙草封植。埋以土撑以架。後數日見之。葉旣繁茂。花亦曄盛。於是因物有感。作長短句。以示全履之。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32자 · 낭독 2.4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5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我懶不理園。旅草生離離。今朝撥叢薄。中有薔薇數四枝。病根露地已垂損。弱質凌風不自持。長吁復自吊。手鍤剪榛椔。地面凈如洗。煌煌擢奇姿。膏泥自封植。畫架仍撑搘。緗英媚香艶。紺葉添華滋。初雖託天力。半亦偸吾私。如嫌妲姬隱寶障。已見西子出深帷。君不見劉郞玄都空獨來。桃花凈盡但見鷰麥與兔葵。又不見杜牧湖州去較遲。深紅落盡已是成陰結子時。著意殷勤猶未見。送春寂寞空含悲。何如草堂李居士。意外逢花對酌酒一巵。寓物詑深意。靜坐復深思。若此非獨花。凡物亦如之。欲見明月珠。先漉泥沙淄。欲求后妃賢。無使寵嬖隨。欲擇人材秀。先去讒邪欺。此詩有深味。莫敎兒輩知。

나는 게을러 동산을 돌보지 않아 절로 난 풀이 우거졌다 오늘 아침 덤불을 헤치니 그 속에 장미 서너 가지가 있다 병든 뿌리가 땅에 드러나 이미 상하려 하고 여린 몸이 바람에 시달려 스스로 지탱하지 못한다 길게 탄식하고 다시 스스로 조상하며 손수 삽을 들어 덤불과 마른 나무를 잘랐다 땅바닥이 씻은 듯 깨끗해지자 환하게 기이한 자태가 솟았다 기름진 흙으로 북돋아 심고 그림 같은 시렁으로 받쳐 세웠다 담황빛 꽃부리가 향기롭고 곱게 아양 떨고 검푸른 잎이 빛나는 윤기를 더한다 처음에는 비록 하늘의 힘에 맡겼으나 반은 또한 내 사사로운 힘을 훔쳤다 달기(妲己)가 보배 장막에 숨은 것을 싫어하듯 이미 서시(西施)가 깊은 휘장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유랑(劉郞)이 현도관에 부질없이 홀로 온 것을 복사꽃은 다 없어지고 다만 귀리와 아욱만 보였다 또 보지 못하였는가, 두목(杜牧)이 호주(湖州)에 늦게 간 것을 짙은 붉은 꽃이 다 지고 이미 그늘 이루고 열매 맺을 때였다 뜻을 두어 은근히 하여도 오히려 보지 못하고 봄을 보내며 쓸쓸히 부질없이 슬픔만 머금었다 어떠한가, 초당의 이거사는 뜻밖에 꽃을 만나 마주 앉아 술 한 잔을 따른다 사물에 부쳐 깊은 뜻을 자랑하고 고요히 앉아 다시 깊이 생각한다 이와 같음은 꽃만이 아니요 무릇 사물이 또한 그러하다 밝은 달 같은 구슬을 보려면 먼저 진흙과 검은 모래를 걸러야 하고 어진 왕비를 구하려면 총애하는 계집이 따르지 못하게 해야 하며 빼어난 인재를 가리려면 먼저 참소하고 간사한 속임을 없애야 한다 이 시에는 깊은 맛이 있으니 아이들에게는 알게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