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진사가 술자리에 부르기에 자리에서 붓을 달려 주다李進士大成邀飮。席上走筆贈之。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6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憶昔放意京華春。白玉樽前爛醉身。如今浪跡江城裏。碧山萬里薄遊人。斷雲落日不忍見。細雨斜風空慘神。多君邀我慰羈旅。玉杯瀲灔生金鱗。紅裙數隊時世粧。哀歌一曲動梁塵。主人起舞屬我彈。把琴欲弄先霑巾。四筵賓客各相顧。問我何事多酸辛。答云近者王城亂。白日九街殷血新。我亦僅免崑岡焚。離流艱厄難勝陳。危膓觸地卽鳴咽。況此嶺外烟霞晨。痛飮粗堪寬我恨。請君更酌三四巡。
생각하니 옛적 서울의 봄에 마음을 놓아 백옥 술동이 앞에서 흠뻑 취한 몸이었다 이제는 강 고을 안에 자취를 흘려 푸른 산 만 리를 떠도는 나그네다 끊긴 구름과 지는 해를 차마 보지 못하고 가는 비와 비낀 바람에 부질없이 마음이 참담하다 고맙다, 그대가 나를 불러 나그넷길을 위로하니 옥 잔이 넘실거려 금빛 비늘이 인다 붉은 치마 몇 무리가 요즘 단장을 하고 슬픈 노래 한 가락이 들보의 티끌을 움직인다 주인이 일어나 춤추며 나에게 타라 청하니 거문고를 잡고 놀리려다 먼저 두건을 적신다 사방 자리의 손님들이 저마다 돌아보며 나에게 무슨 일로 그리 쓰라리냐 묻는다 답하기를, 요사이 서울이 어지러워 대낮 아홉 거리에 새 피가 검붉었다 나도 겨우 곤강(崑岡)의 불길을 면하였으나 떠돌며 겪은 어려움은 다 말하기 어렵다 위태로운 창자가 땅에 닿기만 해도 목이 메는데 하물며 이 고개 밖 안개 낀 새벽이랴 통쾌히 마시면 대강 내 한을 늦출 만하니 그대에게 청한다, 다시 서너 순배 따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