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초이틀八月二日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6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食罷禪房暫啜茶。半山紅日已西斜。坐呼階畔馴人鶴。臥聽門前警盜鵝。萬柳影中南北路。一溪聲外兩三家。卒然得句聊題壁。寄語闍梨莫羃紗。
밥을 마치고 선방에서 잠시 차를 마시니 산 중턱의 붉은 해가 이미 서쪽으로 기울었다 앉아서 섬돌 가의 사람에게 길든 학을 부르고 누워서 문 앞의 도둑을 알리는 거위 소리를 듣는다 만 그루 버들 그림자 속의 남북 길이요 한 시내 물소리 밖의 두세 집이다 문득 구절을 얻어 애오라지 벽에 쓰니 스님께 이르노니 비단으로 덮지 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