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6

팔월 초닷새, 도둑 떼가 점점 성하다는 말을 듣다八月五日。聞羣盜漸熾。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92자 · 낭독 2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6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羣盜如蝟毛。生民洒腥血。郡守徒戎衣。望敵氣先奪。尙未掃蜂毒。況堪探虎穴。嗟哉時無人。誰繼來嚼鐵。賊臂捷於猿。放箭若星瞥。賊脛迅於鹿。越山如電滅。士卒追不及。聚首空呀咄。幸能觸其鋒。物故十七八。婦女哭夫壻。髽首吊枯骨。荒村早關門。白日行旅絶。今年況復旱。望雨甚於渴。田野皆赤土。未見苗芽茁。富屋已憂飢。貧者何由活。朱門日吐茵。百爵耳自熱。高堂森玉簪。密席擁羅襪。但識門燻灼。不憂國□〔⿰木⿱臼土〕杌。腐儒雖無知。流涕每鳴咽。嗟非肉食徒。未掉直言舌。已矣若爲陳。天陛無由謁。

도둑 떼가 고슴도치 털 같아 백성이 비린 피를 뿌린다 군수는 한갓 군복만 입었을 뿐 적을 바라보면 기운이 먼저 꺾인다 아직 벌의 독도 쓸어 내지 못하는데 하물며 범 굴을 더듬을 수 있으랴 아, 이때에 사람이 없구나 누가 쇠를 씹던 이를 이어 오랴 도둑의 팔은 원숭이보다 날래 화살을 쏘면 별이 스치는 듯하고 도둑의 정강이는 사슴보다 빨라 산을 넘음이 번개가 스러지는 듯하다 군사가 좇아도 미치지 못하고 머리를 모아 부질없이 혀만 찬다 다행히 그 칼날에 부딪치면 죽는 이가 열에 일고여덟이다 아녀자는 남편을 곡하고 머리를 풀고 마른 뼈를 조상한다 거친 마을은 일찍 문을 닫고 대낮에도 길 가는 이가 끊겼다 올해는 더구나 가물어 비를 바람이 목마름보다 심하다 밭과 들이 다 붉은 흙이요 싹이 돋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넉넉한 집도 이미 굶주림을 근심하는데 가난한 이는 무엇으로 살랴 붉은 대문에서는 날마다 자리에 게워 내고 백 잔에 귀가 절로 뜨겁다 높은 마루에 옥비녀가 빽빽하고 빽빽한 자리에 비단 버선이 둘렀다 다만 제 문벌이 성한 것만 알고 나라의 □올(杌)은 근심하지 않는다 썩은 선비가 비록 아는 것이 없어도 눈물을 흘리며 늘 목이 멘다 아, 고기 먹는 무리가 아니니 곧은 말 하는 혀를 놀리지 못한다 그만이다, 어떻게 아뢰랴 대궐 섬돌에 뵈올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