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6

구월 열사흘, 여관에 손님을 모아 여러 선배에게 보이다九月十三日。會客旅舍。示諸先輩。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21자 · 낭독 2.5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6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我李本仙枝。家在紫霞洞。與物本無機。曾把漢陰甕。胡爲人間世。失意翻愡恫。化衣猒洛塵。振履作商頌。蝘蜓嘲龜龍。鴟鴞笑鸞鳳。何忍折我腰。突梯事傝⿰鹵辱。長嘯出國門。大江凌洶湧。步趁嶺猿輕。吟答山鳥哢。咄咄固殊殷。遑遑寧比孔。歷干百里侯。無人記閑冗。何恨岐中岐。亦是夢裡夢。得酒每呼呌。狂言屢驚衆。糟肉慕陳暄。井甁笑張竦。間關到尙原。兩足幾繭尰。坐客皆詩豪。才名輕沈宋。聊斟杜酒香。爲洗阮途痛。笙歌咽喧塡。左右紅粧擁。玉鏡十眉開。金盃千指奉。我醉拂玉琴。快作數四弄。此遊眞可誇。得意聊自縱。信美非吾土。歸期迫飛鞚。丈夫貴適志。去駐何須捀。

이씨는 본디 신선의 가지라 집이 자하동(紫霞洞)에 있었다 사물과 더불어 본디 꾀가 없어 일찍이 한음(漢陰)의 항아리를 잡았다 어찌하여 인간 세상에서 뜻을 잃고 도리어 애를 태우는가 옷이 물드니 낙양의 티끌이 싫고 신을 떨치며 「상송(商頌)」을 부른다 도마뱀이 거북과 용을 비웃고 올빼미가 난새와 봉황을 비웃는다 어찌 차마 내 허리를 굽혀 두루뭉술하게 용렬한 자를 섬기랴 길게 휘파람 불며 서울 문을 나서니 큰 강이 세차게 솟구친다 걸음은 고개의 원숭이를 좇아 가볍고 읊조림은 산새의 지저귐에 답한다 혀를 차는 것은 본디 은호(殷浩)와 다르고 바쁘게 다님을 어찌 공자에 견주랴 백 리를 다스리는 원들을 두루 만났으나 한가하고 쓸모없는 나를 적어 주는 이가 없다 갈림길 속의 갈림길을 어찌 한하랴 이 또한 꿈속의 꿈이다 술을 얻으면 늘 소리쳐 부르고 미친 말로 자주 뭇사람을 놀라게 한다 술지게미와 고기로는 진훤(陳暄)을 사모하고 우물의 병으로는 장송(張竦)을 비웃는다 험한 길을 지나 상주 벌에 이르니 두 발이 몇 번이나 부르트고 부었던가 앉은 손님이 다 시의 호걸이라 재주와 이름이 심전기와 송지문을 가벼이 여긴다 애오라지 향기로운 두강주를 따라 완적(阮籍)의 길 막힌 아픔을 씻는다 생황과 노래가 목메어 시끄럽고 좌우로 붉게 단장한 이들이 둘렀다 옥 거울에 열 눈썹이 열리고 금 잔을 천 손가락이 받든다 나는 취해 옥 거문고를 떨쳐 시원스레 서너 가락을 탄다 이 놀이는 참으로 자랑할 만하고 뜻을 얻어 애오라지 스스로 멋대로 한다 참으로 아름다우나 내 땅이 아니니 돌아갈 기약이 나는 고삐를 재촉한다 장부는 뜻에 맞음을 귀히 여기니 가고 머무름을 무엇하러 붙들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