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또 읊다路上又吟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6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萬里長途獨去身。馬頭頻啑爲何人。朝衰暮落雙蓬鬂。南去東還一葛巾。繞縣靑山橫似郭。滿畦黃稻積如囷。行人歌笑居人樂。此是昇平第幾春。
만 리 긴 길을 홀로 가는 몸인데 말머리가 자주 재채기하니 누구 때문인가 아침에 쇠하고 저녁에 지는 두 쑥대 살쩍이요 남으로 갔다 동으로 돌아오는 한 갈건이다 고을을 두른 푸른 산이 성곽처럼 비끼고 이랑에 가득한 누런 벼가 노적처럼 쌓였다 길 가는 이가 노래하고 웃으며 사는 이가 즐거우니 이것이 태평의 몇 번째 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