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7

손에 병이 나 짓다手病有作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98자 · 낭독 0.9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平生喜弄如椽筆。嘲戱風月無停時。又將搪突造物兒。造物慧黠乃先知。故敎右手忽生瘡。嚲手縮坐如凍䲭。捻毫潑墨俱艱澁。腹雖有藁何由施。乾坤不復困搜剔。神鬼方應肆詆欺。糖蠏螯肥堪斫雪。左手幸完猶可持。被酒酣眠不覺痛。非灸非砭眞我醫。

평생 서까래 같은 붓 놀리기를 좋아해 바람과 달을 놀리는 데 그칠 때가 없었다 또 조물주라는 아이를 들이받으려 하였더니 조물주가 약아서 먼저 알아채고 짐짓 오른손에 문득 종기가 나게 하였다 손을 늘어뜨리고 움츠려 앉으니 언 소리개 같다 붓을 잡고 먹을 뿌리는 것이 다 껄끄러워 뱃속에 초고가 있은들 무슨 수로 펴랴 하늘과 땅을 다시 뒤져 괴롭히지 못하니 귀신이 바야흐로 마음껏 헐뜯으리라 엿처럼 단 게의 살진 다리는 눈을 베어 낼 만한데 다행히 왼손이 온전해 아직 잡을 만하다 술에 취해 흠뻑 잠들면 아픔을 모르니 뜸도 침도 아닌 이것이 참으로 내 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