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수좌의 방장에 간직한 늙은 소나무 그림 병풍을 읊게 하다璨首座。方丈所蓄畫老松屛風。使予賦之。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何人結宇靑山旁。坐對孤松萬丈長。日看月賞眼力盡。驅入麤狂一斗觴。千蟠百蟄急欲吐。吐向鮫人六幅素。不然安向寸毫端。寫此磊磈千年不死之老樹。我恐山盲谷暗煙霧裏。鐵色黑蛇欲走未走低復起。又恐波乾浪涸海變田。鯨鯢瘦骨塡坑跨壑枕相峙。枵然罅縫呀口鼻。雲陰之日。疑有風雷作龍吼。竟日支頤未信水墨摹。世間那得有此手。
어떤 사람이 푸른 산 곁에 집을 얽고 외로운 솔 만 길 자란 것을 마주 앉아 보았는가 날마다 보고 달마다 감상해 눈 힘이 다하자 거칠고 미친 기운을 한 말 술잔에 몰아넣었다 천 번 서리고 백 번 잠긴 것을 급히 토하려 하여 교인(鮫人)이 짠 여섯 폭 흰 비단에 토해 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한 치 붓끝에 이 울퉁불퉁한 천 년을 죽지 않는 늙은 나무를 그렸으랴 나는 두렵다, 산이 어둡고 골이 침침한 안개 속에서 쇠빛 검은 뱀이 달아나려다 못 달아나고 낮았다 다시 일어서는가 하여 또 두렵다, 물결이 마르고 바다가 밭으로 변해 고래의 여윈 뼈가 구덩이를 메우고 골짜기를 걸터앉아 서로 베고 누웠는가 하여 텅 비어 갈라진 틈이 입과 코를 벌린 듯하고 구름 낀 흐린 날이면 바람과 우레가 일어 용이 울부짖을 듯하다 온종일 턱을 괴고도 먹으로 베낀 것임을 믿지 못하니 세상에 어찌 이런 솜씨가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