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사 당두 정통 스님이 매우 기이한 명아주 지팡이를 간직하고 있어 나에게 읊어 달라 청하다普光堂頭精通師蓄藜杖甚奇。請予賦之。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8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老藜葉紺生植植。中有一條脩且直。千年土肉封硬根。深秘虬鬚攢似棘。吾師好事蓄意多。斫爲寶杖扶脚力。喙長頸癭尾細尖。宛如欲走銀蛇色。二十二節珠纍纍。中路鬼神求不得。大行化作砥路平。更覺身輕如傅翼。藤頑竹悍何足珍。獨此便安師所嗇。問師割爾贈吾無。我亦年來衰病劇。
늙은 명아주 잎이 검푸르게 빽빽이 자라고 그 가운데 한 가지가 길고 또 곧다 천 년 흙살이 굳은 뿌리를 봉했고 규룡 수염을 깊이 감춰 가시처럼 모였다 우리 스님은 일 좋아해 마음 둔 것이 많아 베어 보배 지팡이를 삼아 다리 힘을 돕는다 부리가 길고 목에 혹이 있고 꼬리가 가늘고 뾰족해 흡사 달아나려는 은빛 뱀 같다 스물두 마디가 구슬처럼 주렁주렁하니 도중에 귀신이 구해도 얻지 못하리라 태행산도 숫돌 같은 평평한 길로 변하고 다시 몸이 가벼워 날개 붙인 듯함을 깨닫는다 등나무는 무디고 대는 사나우니 무엇이 귀하랴 오직 이것이 편안해 스님이 아끼는 바다 스님께 묻노니 이것을 떼어 나에게 주시겠는가 나도 근래에 쇠하고 병이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