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8

통 스님이 붙어 사는 숭교사 방장에서 마시다 — 열 몇 사람이 모여 거문고와 비파가 어우러지고 광대놀이가 함께 오르기에, 앉은 손들에게 운을 부르게 하고 붓을 달리다飮通師所寓崇敎寺方丈。會者十餘人。及酒酣。琴瑟交作。倡戱幷呈。予舊習津湧。使坐客唱韻走筆。一人例唱四韻。兼自押傍韻。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80자 · 낭독 2.8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8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斗城南角蒼巖根。金龍鐵鳳飛凌雲。初來落日半西軒。叫鶴呼鵶空自聞。主人接遇一何勤。匡山遠老引陶君。笑談足使水叟溫。十月天氣爲春醺。地爐試近榾柮火。駱駞高坐空閑話。醉中風味莫如我。坐客啁啾知者寡。我言人生若電過。富貴榮華花易謝。少年一去又可奈。要須酩酊飛羽斝。君看七貴與五侯。數窮未免九原遊。假令去者或更留。萬歲千年如一秋。古今人事秋雲浮。白日西沒水東流。人間迫束南冠囚。飛鳥在籠魚在鉤。我言未終客起舞。有如風前摧玉樹。直把朱絃信手撫。細聲切切如私語。多生緣重各相遇。又恐明朝散如雨。東方曼倩今已逝。淳于先生又何處。二君繼出伎倆多。相將握手來僧家。吾師大度如江河。許容爾輩同其波。我今賦命恨蹉跎。借汝戱謔聊酣歌。平生歡笑莫此過。東方欲曙奈樂何。

두성(斗城) 남쪽 모퉁이 푸른 바위 밑에 금 용과 쇠 봉황이 날아 구름을 넘는다 처음 왔을 때 지는 해가 서쪽 마루에 반쯤 걸렸고 우는 학과 부르는 까마귀가 부질없이 절로 들렸다 주인의 대접이 어찌 그리 은근한가 광산(匡山)의 혜원 노스님이 도잠을 이끄는 듯하다 웃고 이야기함이 넉넉히 물 늙은이를 따뜻하게 하니 시월 날씨가 봄 취기가 된다 화로에 등걸불을 가까이해 보고 낙타처럼 높이 앉아 부질없이 한가한 말을 한다 취한 가운데 풍미는 나만 한 이가 없는데 앉은 손이 지껄여도 아는 이가 적다 내가 말하기를, 사람의 삶이 번개가 지나는 듯하고 부귀와 영화는 꽃처럼 쉬 진다 젊음이 한 번 가면 또 어이하랴 모름지기 곤드레만드레 깃 달린 잔을 날려야 한다 그대 보라, 일곱 귀인과 다섯 제후도 운수가 다하면 구원(九原)의 놀이를 면하지 못하였다 설령 간 이가 혹 다시 머문다 해도 만세 천년이 한 가을과 같다 예와 이제의 사람 일이 가을 구름처럼 뜨고 흰 해는 서쪽에 지고 물은 동쪽으로 흐른다 인간 세상은 다그쳐 얽매인 남관(南冠)의 죄수요 나는 새는 조롱에 있고 물고기는 낚시에 걸렸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이 일어나 춤추니 바람 앞에 옥 나무가 꺾이는 듯하다 곧바로 붉은 줄을 잡고 손 가는 대로 어루만지니 가는 소리가 애절해 속삭이는 듯하다 여러 생의 인연이 무거워 저마다 서로 만났으나 또 두렵다, 내일 아침 비처럼 흩어질까 동방만천(東方曼倩)은 이제 이미 갔고 순우 선생은 또 어디 있는가 두 사람이 이어 나와 재간이 많으니 서로 손을 잡고 중의 집에 왔다 우리 스님은 도량이 강과 바다 같아 너희 무리가 그 물결에 함께함을 받아 준다 나는 이제 타고난 명이 어긋남을 한하니 너희 놀이를 빌려 애오라지 흥겹게 노래한다 평생의 기쁘고 웃는 일이 이보다 나은 것이 없는데 동쪽이 밝으려 하니 이 즐거움을 어이하랴

협주 1

時有御前大倡優二人。與師隨喜成大藏。故來赴。

그때 어전의 큰 광대 둘이 있었는데 스님과 함께 대장경 이루는 일을 기뻐하며 도왔으므로 와서 참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