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9

민 상시가 두 마리 말 그림을 읊게 하다閔常侍令賦雙馬圖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37자 · 낭독 2.4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9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鮫綃勻滑雪色平。粉墨丹鉛繪彩明。騧蒼二馬神且奇。一飛玉勒一牽行。君不見穆滿馭八駿。凌雲躡影一日直過萬里程。又不見伯樂未過虞坂時。驥服塩車兩耳垂。今看此二馬。同是虬與螭。一馬飛去可以朝燕暮秣越。夸父荷杖應難追。翠衫鞓帶紫髯翁。銀鞍赫赫黃金羈。跨塵奔逸電滅沒。王良造父徒爾爲。一馬局促自效轅下駒。俯首低徊莫縱馳。逐日霜蹄何處展。追風逸氣無由施。布袍童子牽且去。傍睞碧草行何遲。畫工畫此豈無謂。中有妙意人誰知。不唯賤畜乃尙爾。男兒窮達一如斯。用之騰躍九天衢。不用或自沈泥途。是亦逢時與否耳。若予者分甘伏櫪無長吁。下車剪拂會有人。時哉未來命矣夫。

교초(鮫綃)가 고르고 매끄러워 눈빛처럼 평평한데 분과 먹, 단사와 연분으로 그린 채색이 밝다 공골말과 푸른 말 두 마리가 신묘하고 또 기이하니 하나는 옥 굴레로 날고 하나는 끌려 간다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목왕(穆王)이 여덟 준마를 몰아 구름을 넘고 그림자를 밟아 하루에 곧장 만 리 길을 지난 것을 또 보지 못하였는가, 백락(伯樂)이 우판(虞坂)을 지나기 전에 천리마가 소금 수레를 끌며 두 귀를 늘어뜨린 것을 이제 이 두 말을 보니 다 같이 규룡이요 이무기다 한 말은 날아가 아침에 연나라, 저녁에 월나라에서 꼴을 먹일 만하니 과보(夸父)가 지팡이를 메고도 응당 좇기 어렵다 푸른 적삼에 가죽띠를 두른 붉은 수염 늙은이가 은 안장에 번쩍이는 황금 굴레를 씌웠다 티끌을 타고 달려 번개가 스러지듯 하니 왕량(王良)과 조보(造父)도 헛일일 뿐이다 한 말은 옹색하여 스스로 멍에 아래 망아지 노릇을 하며 머리를 숙이고 서성거려 마음껏 달리지 못한다 해를 좇던 서리 같은 발굽을 어디에 펴며 바람을 좇던 뛰어난 기운을 펼 길이 없다 베옷 입은 아이가 끌고 가니 곁눈으로 푸른 풀을 보며 가기가 어찌 그리 더딘가 화공이 이것을 그림에 어찌 뜻이 없으랴 그 안에 묘한 뜻이 있으나 누가 알랴 천한 짐승도 오히려 이러할 뿐 아니라 사내의 궁하고 통함도 한가지로 이와 같다 쓰이면 구천의 거리를 뛰어오르고 쓰이지 않으면 혹 스스로 진흙길에 잠긴다 이 또한 때를 만나고 못 만남일 뿐이다 나 같은 이는 분수에 맞게 구유에 엎드림을 달게 여겨 길게 탄식하지 않는다 수레에서 내려 다듬고 털어 줄 사람이 마침내 있으리라 때가 오지 않았으니 명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