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스무날, 속현 마령 객사에 나가 묵는데 중대사 당두가 술을 들고 찾아오기에 시로 주다十一月二十日。出宿屬郡馬靈客舍。重臺堂頭携酒來訪。以詩贈之。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9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蕭條古縣枕山根。只對村胥貌似猿。一見暫開詩酒會。淸談聊洗簿書昏。寒雲苒苒侵松檻。乾雪騷騷響竹軒。飮罷共嘗蒙頂綠。蒲團枿坐旋忘言。
쓸쓸한 옛 고을이 산 밑동을 베고 있는데 다만 원숭이 같은 시골 아전을 마주할 뿐이다 한 번 만나 잠시 시와 술의 모임을 열고 맑은 이야기로 애오라지 장부의 어지러움을 씻는다 찬 구름이 하늘하늘 솔 난간을 침노하고 마른 눈이 사각사각 대나무 마루에 울린다 마시기를 마치고 함께 몽정차(蒙頂茶)를 맛보며 부들자리에 우뚝 앉아 곧 말을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