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떠날 즈음 지나가던 손이 남긴 시운을 써서 주다明日臨行。用過客所留詩韻贈之。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9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一樽相對酌松醪。繾綣論情淚灑袍。氷筯下垂簷霤直。雪花平合瓦溝高。詩肩向曉成駝背。病鬢侵寒竪蝟毛。昨夜睡鄕閑氣味。倍償顚倒簿書勞。
한 동이를 마주하고 솔 막걸리를 따르며 곡진히 정을 논하다 눈물이 도포에 뿌린다 고드름이 아래로 드리워 처마 물받이가 곧고 눈꽃이 평평히 합쳐 기와 골이 높다 시 짓는 어깨가 새벽이 되도록 낙타 등이 되고 병든 살쩍이 추위에 침노되어 고슴도치 털처럼 선다 어젯밤 잠나라의 한가한 맛이 뒤죽박죽 장부 일의 수고를 갑절로 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