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9

스스로에게 부치는 잡언自貽雜言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8 · 한자 224자 · 낭독 2.2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9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紫陌醉遊渾似夢。靑山歸計亦違心。誰敎俯首就銜勒。簿領堆高力不任。

붉은 거리에서 취해 놀던 일이 온통 꿈 같고 푸른 산으로 돌아갈 계획도 마음과 어긋난다 누가 머리를 숙여 재갈과 굴레에 나아가게 하였는가 장부가 높이 쌓여 힘으로 감당하지 못한다

협주 1

八首

여덟 수.

大守抱痾長在假。貳車多懶亦稀衙。唯同一箇栖栖椽。敲榜中間費歲華。

태수는 병을 안고 늘 휴가 중이요 부관은 게으름이 많아 또한 관아에 드물다 오직 한 사람 허둥대는 아전만이 함께하여 매질하는 사이에 세월을 허비한다

黑石川邊堪避暑。開元樓上可吟詩。只緣官事來侵軼。十日猶難倒一巵。

흑석천 가에서 더위를 피할 만하고 개원루 위에서 시를 읊을 만하다 다만 관청 일이 와서 침노하는 탓에 열흘에 한 잔 기울이기도 오히려 어렵다

理無善狀皆推去。政謝前賢孰借留。昨日今朝連罰妓。但言書記勿風流。

다스림에 좋은 자취가 없어 다 밀어 버리니 정사가 앞선 어진 이만 못하니 누가 붙들어 두랴 어제와 오늘 아침 잇달아 기생을 벌하니 다만 서기는 풍류하지 말라 이른다

紅旗如火馬如虬。獵得南山白額侯。莫道書生無膽氣。鋸牙刀齒落吾謀。

붉은 깃발이 불 같고 말이 규룡 같은데 사냥해 남산의 흰 이마 사또를 잡았다 서생이 담기가 없다 말하지 마라 톱니 같은 어금니 칼 같은 이빨이 내 꾀에 떨어졌다

협주 1

聞有南山大虎。頻出害人。予率軍擒之。

남산에 큰 범이 있어 자주 나와 사람을 해친다 듣고 내가 군사를 거느려 잡았다.

化邑由來貴淸淨。故看吾祖五千文。一篇讀了心虛寂。反欲休官入白雲。

고을을 교화함은 예부터 맑고 깨끗함을 귀히 여겼으니 그래서 내 조상의 오천 자 글을 본다 한 편을 읽고 나니 마음이 비고 고요해 도리어 벼슬을 그만두고 흰 구름에 들고 싶다

身非羅刹與閻王。日閱纍囚謾斷膓。笙笛慣聞猶或厭。況聽楚毒可無傷。

몸이 나찰이나 염라대왕이 아닌데 날마다 묶인 죄수를 살피며 부질없이 애를 끊는다 생황과 피리도 익히 들으면 오히려 물리는데 하물며 매질하는 소리를 듣고 상하지 않을 수 있으랴

道直無人不作讎。初心不意數旬留。今年又見秋强半。笑我翻成繞指柔。

도가 곧으면 원수가 되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 처음 마음에는 몇 달 머물 줄 생각지 못하였다 올해 또 가을이 반이 넘는 것을 보니 우습다, 내가 도리어 손가락에 감기는 부드러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