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9

팔월 스무날, 능가산 원효방에 쓰다八月二十日。題楞迦山元曉房。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146자 · 낭독 1.4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9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邊山一名楞迦。昔元曉所居方丈。至今猶存。有一老比丘獨居修眞。無侍者。無鼎鐺炊爨之具。日於蘇來寺趁一齋而已。

변산을 능가산이라고도 한다. 옛날 원효가 살던 방장이 지금도 남아 있다. 늙은 비구 하나가 홀로 살며 참됨을 닦는데 시자도 없고 솥이나 밥 짓는 그릇도 없다. 날마다 소래사에서 재 한 끼를 얻어먹을 뿐이다.

협주 1

幷序

서문을 아울렀다.

循山度危梯。疊足行線路。上有百仞巓。曉聖曾結宇。靈蹤杳何處。遺影留鵝素。茶泉貯寒玉。酌飮味如乳。此地舊無水。釋子難栖住。曉公一來寄。甘液湧巖竇。吾師繼高蹲。短葛此來寓。環顧八尺房。唯有一雙屨。亦無侍居者。獨坐度朝暮。小性復生世。敢不拜僂傴。

산을 따라 위태로운 사다리를 건너 발을 포개어 실 같은 길을 간다 위에 백 길 꼭대기가 있어 원효 성인이 일찍이 집을 얽었다 신령한 자취는 아득히 어디 있는가 남은 그림자가 흰 비단에 남았다 차 달이는 샘에 찬 옥이 담기고 떠 마시니 맛이 젖 같다 이 땅에 옛날에는 물이 없어 중이 깃들어 살기 어려웠다 원효공이 한 번 와서 부쳐 살자 단물이 바위 구멍에서 솟았다 우리 스님이 높은 자리를 이어 짧은 갈옷으로 여기 와서 산다 여덟 자 방을 둘러보니 오직 신 한 켤레가 있을 뿐이다 또한 모시고 사는 이도 없어 홀로 앉아 아침저녁을 보낸다 소성거사(小性居士)가 다시 세상에 났으니 감히 허리 굽혀 절하지 않으랴

협주 1

曉師俗號小性居士。

원효 스님의 속된 호가 소성거사(小性居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