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9

고항중 선생이 염찰 윤위 사업에게 올린 시에 차운하다次韻高先生抗中獻廉察尹司業威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386자 · 낭독 4.1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9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昨承廉按學士垂示高先生所進長篇。仍命賡和。未及搆思。復承指麾。到臨陂郡。因雨留客館。始得和成一首。奉呈行軒云。

어제 염안 학사께서 고 선생이 올린 장편을 보여 주시고 이어 화답하라 명하셨다. 미처 생각을 얽기도 전에 다시 지시를 받들고 임피군에 이르러 비 때문에 객관에 머물다가 비로소 한 수를 화답해 이루어 행헌(行軒)에 받들어 올린다.

협주 1

幷序

서문을 아울렀다.

年小曾輕薄。佯狂遂至今。公卿誰躧履。貴𠇍或攘襟。落魄從人笑。窮通信命諶。氷淸門始闢。玉立笋交森。謬接瓊筵密。頻承玉醴斟。及公登藥省。稱我遍詞林。富貴堪羈致。功名謂逐擒。越人榮王冕。嫫母入鴛衾。許啖牛心炙。容趨鶴蓋陰。幸今叨外寄。嬴得免平沈。理邑那興頌。居官但守箴。尋常親事碎。何假務書淫。恤獄情頻惻。摧强力不任。家鄕思杳杳。歲月送駸駸。多幸彤霄使。時巡碧海潯。英名才八斗。貴相腹三壬。一見淸姿凜。方澆燥肺燖。蓮依王儉府。絃續白牙琴。似對三冬晷。如開十日霖。昨投江郡僻。獨倚客軒吟。雲末驚寒鴈。林間叫雪禽。縣胥傳喜語。使旆度前岑。街卒鳴鍾皷。廚人漑釜鬵。竚瞻行色至。忽及晚光侵。見句髥渾斷。含毫喙盡黔。幽懷空悒悒。獨坐靜愔愔。地狹將誰語。情深反似瘖。感時頻脉脉。懷舊忽喑喑。阻側綺羅席。想聞金玉音。何時逢勝景。竟日對華簪。戛玉箏聲咽。傾河盞底深。有山皆共賞。無水不同臨。染翰摛華藻。挑燈話舊心。若觀高老宅。許我共遊尋。

나이 어려 일찍이 경박하고 거짓 미친 체하다 마침내 지금에 이르렀다 공경 가운데 누가 신을 끌고 맞아 주며 귀한 이들은 더러 옷깃을 걷어붙인다 영락하여 남의 비웃음을 따르고 궁하고 통함은 참으로 명에 맡긴다 얼음처럼 맑은 문이 비로소 열리고 옥처럼 선 죽순이 어우러져 빽빽하다 그릇되게 구슬 자리의 친밀함을 이었고 자주 옥 단술 따라 주심을 받았다 공이 약성(藥省)에 오르자 나를 사림(詞林)에 두루 일컬어 주셨다 부귀는 얽어 이룰 만하고 공명은 좇아 잡을 것이라 여겼다 월나라 사람이 왕의 면류관을 영화롭게 여기고 무염(嫫母)이 원앙 이불에 들었다 소 염통 구이 먹기를 허락받고 학 일산 그늘로 나아감을 받아들여졌다 다행히 이제 외람되이 바깥 소임을 맡아 겨우 뭍에 잠김을 면함을 얻었다 고을을 다스려 어찌 기림을 일으키랴 벼슬에 있으며 다만 경계를 지킬 뿐이다 평소에 자잘한 일을 몸소 하니 어찌 글에 빠질 겨를이 있으랴 옥사를 돌봄에 정이 자주 측은하고 억센 자를 꺾음에 힘이 감당하지 못한다 고향 생각이 아득하고 세월을 빠르게 보낸다 다행하다, 붉은 하늘의 사자가 때로 푸른 바닷가를 순행하니 빼어난 이름은 재주가 여덟 말이요 귀한 관상은 배에 삼임(三壬)이다 한 번 맑은 모습을 보니 늠름하여 바야흐로 마른 폐의 더움을 적신다 연꽃은 왕검(王儉)의 부에 기대고 줄은 백아(伯牙)의 거문고를 잇는다 한겨울 볕을 마주한 듯하고 열흘 장마가 갠 듯하다 어제 궁벽한 강 고을에 들어 홀로 객사 마루에 기대어 읊었다 구름 끝에 찬 기러기가 놀라고 숲 사이에 눈 속 새가 운다 고을 아전이 기쁜 말을 전하니 사신의 깃발이 앞 멧부리를 넘는다 한다 거리의 군졸이 종과 북을 울리고 부엌 사람이 솥과 가마를 씻는다 우두커니 행색이 이르기를 바라보니 문득 저문 빛이 침노함에 미쳤다 구절을 보니 수염이 온통 끊기고 붓을 물어 부리가 다 검어졌다 그윽한 회포가 부질없이 답답하고 홀로 앉으니 고요하고 조용하다 땅이 좁으니 누구와 말하며 정이 깊으니 도리어 벙어리 같다 때를 느껴 자주 아득하고 옛일을 그리며 문득 목이 멘다 비단 자리 곁에 있기가 막혔으니 금과 옥 같은 소리를 듣기를 생각한다 어느 때 좋은 경치를 만나 온종일 화려한 비녀를 마주하랴 옥을 두드리는 쟁 소리가 목메고 은하를 기울인 잔 밑이 깊다 산이 있으면 다 함께 감상하고 물이 있으면 함께 임하지 않음이 없다 붓을 적셔 화려한 글을 펴고 등불을 돋우고 옛 마음을 이야기한다 만일 고 노인의 집을 보러 가신다면 나에게도 함께 찾아가기를 허락해 주소서

협주 3

予於公之舅公柳公門下進士

나는 공의 외숙 유공(柳公)의 문하 진사다.

公在省。與諸郞上箚。予藏之。

공이 성(省)에 있을 때 여러 낭관과 함께 차자를 올렸는데 내가 그것을 간직하였다.

高生在沃溝縣。寒窘無家。公以故人之意。使其郡搆宅。宅成。欲親往觀之。

고생(高生)이 옥구현에 있었는데 춥고 군색해 집이 없었다. 공이 옛 벗의 뜻으로 그 고을에 집을 짓게 하였다. 집이 다 되자 몸소 가서 보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