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년 오월, 초당에 단정히 지내며 일이 없어 동산을 손질하고 땅을 쓰는 겨를에 두보의 시를 읽고 성도 초당 시의 운을 써서 한가한 즐거움을 적다辛酉五月。草堂端居無事。理園掃地之暇。讀杜詩。用成都草堂詩韻。書閑適之樂。
懶惰無心賦兩都。况堪著論效王符。緬思潘閬三峯好。且任陳蕃一室蕪。小塢移花邀客看。比隣有酒遣兒沽。何須點檢人間事。出處悲歡命矣夫。
게을러 두 도읍을 읊을 마음이 없고 하물며 논을 지어 왕부(王符)를 본받으랴 아득히 반랑(潘閬)의 삼봉이 좋음을 생각하고 또 진번(陳蕃)의 한 칸 방이 거칠어지는 대로 맡긴다 작은 둑에 꽃을 옮겨 손을 불러 보게 하고 이웃에 술이 있으면 아이를 보내 사 온다 무엇하러 인간의 일을 점검하랴 나감과 물러남, 슬픔과 기쁨이 명이로다
협주 1
五首
다섯 수.
欲歸江郡詠汀蘋。尙滯京華失鬢春。自號灌畦閑老圃。皆呼傲世一高人。談筵落屑空驚客。睡榻鳴雷幾撼隣。酒渴時時須底物。櫻桃子熟摘嘗新。
강 고을로 돌아가 물가 마름을 읊으려 하면서 아직 서울에 머물러 살쩍의 봄을 잃었다 스스로 이랑에 물 주는 한가한 늙은 농부라 부르는데 다들 세상을 깔보는 한 높은 사람이라 부른다 이야기 자리에 떨어지는 부스러기가 부질없이 손을 놀라게 하고 잠자리에 우는 우레가 몇 번이나 이웃을 흔들었던가 술 마른 뒤 때때로 무엇이 필요한가 앵두가 익었으니 따서 새것을 맛본다
不把余愚自汚溪。幽栖粗免宦途迷。披襟快却風來北。隱几從敎日向西。世味淺深曾染指。人生得喪已忘蹄。半窓林影搖森翠。讀罷書頭鷰落泥。
내 어리석음으로 시내를 더럽히지 않고 그윽이 깃들어 대강 벼슬길의 헤맴을 면하였다 옷깃을 헤치니 시원하게 북에서 바람이 오고 안석에 기대어 해가 서쪽으로 가는 대로 맡긴다 세상 맛의 얕고 깊음을 일찍이 손가락으로 찍어 보았고 인생의 얻고 잃음은 이미 통발을 잊었다 반쯤 든 창에 숲 그림자가 흔들려 푸르고 책을 다 읽은 머리맡에 제비가 진흙을 떨어뜨린다
半卷踈簾獨倚欄。雨聲淙瀉劇驚湍。橫雲尙自暗千陣。落日不知餘幾竿。遇客只須浮大白。學仙何苦鍊還丹。爲言隣叟好來往。除却閑談逸老難。
성긴 발을 반쯤 걷고 홀로 난간에 기대니 빗소리가 콸콸 쏟아져 놀란 여울보다 심하다 비낀 구름이 아직 절로 천 진(陣)을 어둡게 하고 지는 해가 몇 발이나 남았는지 알 수 없다 손을 만나면 다만 큰 잔을 띄울 뿐 신선을 배우려 어찌 애써 환단(還丹)을 달이랴 이웃 늙은이에게 이르노니 자주 오가자 한가한 이야기를 빼면 늙음을 편히 하기 어렵다
古來達士貴知微。田園將蕪何日歸。莫問纍纍兼若若。不曾是是况非非。墮車醉者只全酒。把甕丈人寧有機。禦寇南華如可作。吾將問道一摳衣。
예부터 통달한 선비는 기미 앎을 귀히 여겼으니 전원이 거칠어지려는데 어느 날 돌아가랴 주렁주렁 인수 늘어진 것을 묻지 마라 옳은 것을 옳다 한 적도 없는데 하물며 그른 것을 그르다 하랴 수레에서 떨어져도 취한 사람은 다만 술로 온전하고 항아리를 안은 노인이 어찌 꾀가 있으랴 열어구(列禦寇)와 남화(南華)가 만일 다시 난다면 나는 도를 물으러 옷자락을 걷고 나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