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북 삼는 노래 — 벗이 홀로 마시는 것을 놀리다腹皷歌。戱友人獨飮。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0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君不見豪家子弟宴華屋。撾鍾擊皷間絲竹。城西先生獨不然。醉後高歌皷大腹。是中可容數百人。亦能貯酒三千斛。膏田得米釀醇醅。數日微聞香馥馥。何必壓槽絞淸汁。頭上取巾親自漉。一飮輒傾如許觥。佐以辛蒜或腥肉。腹爲皮皷手爲搥。登登終日聲相續。隴西窮叟得酒少。矮屋低頭鶴俛啄。腹如椰子猶未充。只見靑盤堆苜蓿。暫盛水漿俄復空。有如蹴鞠氣出還自縮。那將雷吼飢膓聲。往和先生皷腹太平曲。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호걸 집 자제가 화려한 집에서 잔치하며 종을 치고 북을 두드리며 사이사이 관현을 울리는 것을 성 서쪽 선생은 홀로 그렇지 않아 취한 뒤 높이 노래하며 큰 배를 두드린다 그 안에 수백 사람을 담을 만하고 또한 술 삼천 섬을 저장할 만하다 기름진 밭에서 쌀을 얻어 진한 술을 빚으니 며칠 만에 향기가 물씬물씬 풍긴다 하필 틀에 눌러 맑은 즙을 짜랴 머리 위 두건을 벗어 몸소 거른다 한 번 마시면 문득 이만한 잔을 기울이고 매운 마늘이나 비린 고기를 곁들인다 배를 가죽 북 삼고 손을 방망이 삼아 둥둥 온종일 소리가 이어진다 농서(隴西)의 궁한 늙은이는 술 얻는 것이 적어 낮은 집에 머리를 숙이니 학이 굽어 쪼는 듯하다 배가 야자 같은데도 오히려 채우지 못하고 다만 푸른 소반에 거여목이 쌓인 것만 본다 잠깐 물과 미음을 담았다가 곧 다시 비니 마치 공을 차 바람이 빠져 도로 절로 오그라드는 것 같다 어찌 우레처럼 울부짖는 주린 창자 소리로 선생이 배를 두드리는 태평의 가락에 화답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