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취해 붓을 달려 동고자에게 보이다大醉走筆。示東皐子。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0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我昔在何處。笙簫宮殿有無中。鈞天廣樂夢正酣。何人引我踏塵紅。大地不能載我足。大山不足呑吾胷。軒然要出六合外。六合之內轍皆窮。茫茫丘隴不可望。今古忍理龍虎雄。蓬萊山在海中央。碧玉秀出知誰鎔。君先去我當繼。何必論天仙地仙水僊宮。
나는 옛날 어디 있었던가 생황과 퉁소 울리는 궁전이 있는 듯 없는 듯한 가운데였다 균천(鈞天)의 넓은 풍류에 꿈이 한창 무르익었는데 어떤 사람이 나를 이끌어 붉은 티끌을 밟게 하였는가 큰 땅도 내 발을 싣지 못하고 큰 산도 내 가슴에 삼키기에 넉넉하지 않다 훌쩍 육합 밖으로 나가려 하나 육합 안에도 수레바퀴 자국이 다 막혔다 아득한 언덕과 무덤을 바라볼 수 없으니 예와 이제에 용과 범 같은 영웅을 차마 따지랴 봉래산이 바다 한가운데 있어 푸른 옥이 빼어나게 솟았으니 누가 녹였는지 아는가 그대가 먼저 가면 내가 마땅히 뒤따르리니 하필 하늘 신선, 땅 신선, 물 신선의 궁을 따지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