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선로가 쌀과 솜을 보내 준 데 사례하다謝文禪老惠米與綿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0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我家全盛時。壓甑炊香玉。猒飫不下匙。况肯喰脫粟。雪色蜀蠶綿。十斤方一掬。費之不甚珍。柳絮空飄撲。坐此今困窮。家無擔石蓄。饞口長流涎。浪撫雷鳴腹。九月霜天高。一夜風落木。單衾劇鐵寒。身若凍鼈縮。忽得一緘信。贈我心所欲。晚炊寒竈中。靑烟始生屋。披向薄衣中。如負冬日燠。爲感仁者心。蛟眼淚相續。
내 집이 한창 성하던 때에는 시루가 눌리도록 향기로운 옥 같은 밥을 지었다 물려서 숟가락을 대지 않았으니 하물며 겨우 찧은 곡식을 먹었으랴 눈빛 촉(蜀) 땅 누에 솜을 열 근을 겨우 한 움큼으로 여겼다 쓰면서도 몹시 귀히 여기지 않아 버들솜처럼 부질없이 날려 버렸다 이 때문에 이제 곤궁해져 집에 한 섬 쌓아 둔 것이 없다 게걸스러운 입은 늘 침을 흘리고 부질없이 우레 우는 배를 어루만진다 구월 서리 내리는 하늘이 높고 하룻밤 바람에 나무가 진다 홑이불이 쇠보다 차서 몸이 언 자라처럼 움츠러든다 문득 봉한 편지 하나를 받으니 나에게 마음에 바라던 것을 주었다 저물어 찬 부뚜막에 불을 때니 푸른 연기가 비로소 집에 인다 얇은 옷 속에 헤쳐 넣으니 겨울 볕을 진 듯 따뜻하다 어진 이의 마음에 감격해 교인의 눈처럼 눈물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