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1

문 장로가 화답한 것이 많이 이르렀는데 편마다 다 더디고 무딘 나를 채찍질하기에 억지로 수를 채워 받들어 잇는다文長老見和。多至。每篇皆警策遲鈍。勉强備數奉賡耳。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9 · 한자 504자 · 낭독 5.2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十載西堂擁葛僧。古山歸夢一䆫燈。幾千可使容鵬背。第五須看占鴿層。蟾吐素光䆫有暈。龍噓白氣井無氷。叢林勍敵知多少。杭舌乘流一皷勝。

열 해 서당(西堂)에서 갈옷 두른 중이 옛 산으로 돌아갈 꿈에 창 하나 등불이다 몇천이면 붕새 등을 담을 만하며 다섯째 층을 보아야 비둘기 층을 차지한다 두꺼비가 흰빛을 토해 창에 무리가 있고 용이 흰 기운을 뿜어 우물에 얼음이 없다 총림의 굳센 적수가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배와 혀로 흐름을 타 한 번 북 쳐 이긴다

협주 3

九首

아홉 수.

普濟西堂。禪子所聚。

보제사 서당은 선객들이 모이는 곳이다.

文來得寺。故云。

문공이 와서 절을 얻었으므로 이렇게 말하였다.

攪了黃梅七百僧。朅來無語對龕燈。閑書滿案風開帙。高塔摩空月倒層。銀葉燒香朝有火。石鐺留滴夜生氷。莫貪黃獨輕泥詔。一紙銀鉤懶尙勝。

황매(黃梅)의 칠백 중을 뒤흔들고 와서는 말없이 감실 등불을 마주한다 한가한 책이 책상에 가득한데 바람이 책갑을 열고 높은 탑이 허공을 스쳐 달이 층을 거꾸로 비춘다 은잎에 향을 사르니 아침에 불이 있고 돌솥에 물방울이 남아 밤에 얼음이 언다 누런 토란을 탐내어 조서를 가벼이 여기지 마라 한 장 은 갈고리 같은 글씨는 게을러도 오히려 낫다

咳咳獨笑一閑僧。此是香嚴老襲燈。心地自涵無盡藏。道天曾上最高層。月松句好人脣膾。雨竹篇淸御眼氷。塞壑塡溝功不淺。趙州伎倆有誰勝。

껄껄 홀로 웃는 한 한가한 중이여 이는 향엄(香嚴)이 늙어 등불을 이은 것이다 마음 바탕에 절로 다함없는 곳간을 담았고 도의 하늘에 일찍이 가장 높은 층에 올랐다 「월송(月松)」의 구절이 좋아 사람들의 입술에 회처럼 오르고 「우죽(雨竹)」의 편이 맑아 임금의 눈에 얼음이었다 골짜기를 메우고 도랑을 채운 공이 얕지 않으니 조주(趙州)의 재간을 누가 이기랴

협주 2

師嘗題普賢寺云。路長門外人南北。松老嵓邊月古今。最警策。自是人號月松和尙。

스님이 일찍이 보현사에 쓰기를 「길이 문밖에 길어 사람이 남으로 북으로 가고, 솔이 바위 가에 늙어 달이 예나 이제나」 하였는데 가장 뛰어난 구절이다. 이로부터 사람들이 월송 화상(月松和尙)이라 불렀다.

上召師赴內。使賦雨竹詩。嗟賞不已。

임금이 스님을 궁궐로 불러 「우죽(雨竹)」 시를 짓게 하고 감탄해 마지않았다.

語帶天仙不帶僧。到頭吟盡幾番燈。冷聽秋雨芭蕉響。紅賞春風躑躅層。未必老禪工鍊玉。只緣淸質本如氷。支郞况有降魔手。移作詩鳴世孰勝。

말이 하늘 신선을 띠고 중을 띠지 않았으니 끝내 읊어 다한 것이 몇 번의 등불인가 차갑게 가을비에 파초 울리는 소리를 듣고 붉게 봄바람에 철쭉 층을 감상한다 반드시 늙은 선승이 옥 다듬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다만 맑은 바탕이 본디 얼음 같기 때문이다 지랑(支郞)에게 하물며 마귀를 항복시키는 솜씨가 있으니 옮겨 시로 울린들 세상에 누가 이기랴

一片心轉面壁僧。歸來燃却百千燈。立從白雪腰侵冷。痛覺神峯頂聳層。道境漸佳如啖蔗。家風長爽似懷氷。何人好事貽霜塵。從此談鋒漸未勝。

한 조각 마음을 돌린 면벽하는 중이 돌아와 백천 등불을 태운다 흰 눈 속에 서니 허리가 찬 기운에 침노되고 신령한 봉우리 꼭대기가 층으로 솟았음을 절실히 깨닫는다 도의 경계가 점점 아름다워 사탕수수를 씹는 듯하고 집안 풍모가 늘 시원해 얼음을 품은 듯하다 어떤 일 좋아하는 이가 서리 같은 주미(麈尾)를 주었기에 이로부터 말의 날카로움을 점점 이기지 못한다

협주 1

崔宗藩贈塵尾。

최종번이 주미(麈尾)를 주었다.

珍重能文江右僧。相逢無處不添燈。禪河容我曾分滴。詩壘因君更築層。倚檻共吟穿戶月。問山同過鎖溪氷。憑師若許參蓮社。汲水肩薪力足勝。

소중하다, 글 잘하는 강우(江右)의 중이여 서로 만나면 등불을 더하지 않는 곳이 없다 선의 강이 나를 받아들여 일찍이 물방울을 나누었고 시의 보루를 그대 덕에 다시 층으로 쌓는다 난간에 기대어 함께 문을 뚫는 달을 읊고 산을 물으며 함께 시내를 잠근 얼음을 지난다 스님께 기대어 연사에 참여함을 허락한다면 물 긷고 섶 지는 힘은 넉넉히 감당하겠다

懶將茶品鬪吳僧。愛把淸樽醉鳳燈。手澁未調金露液。骨昏難躡玉臺層。計乖南鴈寧違雪。身似東蠶已慣氷。粗報君恩便歸去。覓瘢群謗可能勝。

게을러 차 품평으로 오(吳) 땅 중과 겨루지 않고 맑은 술동이를 잡고 봉황 등불에 취하기를 사랑한다 손이 껄끄러워 금 이슬 같은 액을 고르지 못하고 뼈가 어릿해 옥대 층을 밟기 어렵다 꾀가 어긋나 남으로 가는 기러기가 어찌 눈을 어기랴 몸이 동쪽 누에 같아 이미 얼음에 익었다 임금의 은혜를 대강 갚고 곧 돌아가리니 흠을 찾는 뭇 비방을 이길 수 있으랴

綠綺何須淸蜀僧。自彈幽韻伴靑燈。壯心不復虹千丈。平地無端浪百層。故國夢歸穿碧岫。殘宵酒渴嚼渾氷。片時未見曹溪老。雅興閑懷兩未勝。

녹기금(綠綺琴)을 어찌 촉 땅 중에게만 맑게 하랴 스스로 그윽한 가락을 타며 푸른 등불을 짝한다 씩씩한 마음이 다시는 천 길 무지개가 아니요 평지에 까닭 없이 물결이 백 층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이 푸른 멧부리를 뚫고 새벽에 술이 말라 온통 얼음을 씹는다 잠시 조계(曹溪)의 노인을 보지 못하니 아담한 흥과 한가한 회포를 둘 다 이기지 못한다

寂寞如今學老僧。繁華曾閱馬行燈。題詩舊習言餘綺。作邑遺痕骨露層。潘岳年來雙鬢雪。王沈門冷一身氷。腰黃未必皆豪傑。百擲摴蒲偶一勝。

적막하게 이제 늙은 중을 배우는데 번화하던 시절 일찍이 주마등을 겪었다 시 짓던 옛 버릇에 말이 아직 곱고 고을살이한 남은 자국에 뼈가 층으로 드러났다 반악(潘岳)은 근래에 두 살쩍이 눈이요 왕침(王沈)은 문이 차서 온몸이 얼음이다 허리에 누런 인끈을 찬 이가 다 호걸은 아니니 저포(摴蒲)를 백 번 던져 우연히 한 번 이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