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1

밤에 진화의 집에서 묵으며 크게 취해 벽 위에 쓰다夜宿陳澕家。大醉書壁上。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32자 · 낭독 2.2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班生古者史之雄。筆頭不駮陳孟公。當時豪焰摩靑空。酒酣使氣飛長虹。閉門留客投轄醉。一樽不領人間事。子雲鉅儒好文字。陳說酒客與法士。空甁獨在井之眉。腹盛水漿何所爲。攂入井中誰復悲。滑稽可愛唯鴟夷。陳公差樂張竦苦。醉亦何害醒何補。百世之孫君獨步。坐酌東海自呑吐。醉中不覺升靑天。一聲踏碎瑠璃甎。寅緣漸到紫皇前。霞冠玉弁風吹顚。是時周公孔丘皆在後。相看彈指復叉手。皆言子昂李白上到天仙今已久。詩之鳴者復誰有。子可嗣唱何遽離人生。遣之復還補以陳公大白之心精。所以鍾其靈。胷襟五藏日益泓而淸。君不見高樓雖百層。正合着陳登。如我臥地猶難勝。

반생(班生)은 옛적 역사의 호걸인데 붓끝으로 진맹공(陳孟公)을 헐뜯지 않았다 그때 호기로운 불꽃이 푸른 하늘을 스쳤고 술이 무르익어 기운을 부려 긴 무지개를 날렸다 문을 닫고 손을 붙들어 비녀장을 던지고 취하니 한 동이 술에 인간의 일을 맡지 않는다 자운(子雲)은 큰 선비로 글을 좋아해 술 손님과 법 지키는 선비를 늘어놓아 말하였다 빈 병이 홀로 우물 가에 있으니 배에 물과 미음을 담은들 무엇하랴 우물 속에 굴려 넣은들 누가 다시 슬퍼하랴 익살스러워 사랑스러운 것은 오직 치이(鴟夷)뿐이다 진공은 자못 즐겁고 장송(張竦)은 괴로우니 취한들 무엇이 해로우며 깬들 무엇이 보태랴 백 대의 자손 가운데 그대가 홀로 뛰어나 앉아서 동해를 따라 스스로 삼키고 뱉는다 취한 가운데 어느새 푸른 하늘에 올라 한 소리에 유리 벽돌을 밟아 부순다 인연을 타고 점점 자황(紫皇) 앞에 이르니 노을 관 옥 고깔이 바람에 불려 자빠진다 이때 주공과 공자가 다 뒤에 있어 서로 보며 손가락을 튕기고 다시 손을 맞잡는다 다들 이르기를 자앙(子昂)과 이백이 하늘 신선에 오른 지 이미 오랜데 시로 우는 이가 다시 누가 있는가 그대가 이어 부를 만한데 어찌 그리 급히 인생을 떠나겠는가 그를 보내 다시 돌려보내되 진공의 큰 잔 같은 마음의 정기로 채웠다 그래서 그 신령함이 모였고 가슴과 오장이 날로 더욱 깊고 맑다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높은 다락이 백 층이라도 바로 진등(陳登)을 앉힘이 마땅함을 나 같은 이는 땅에 누워도 오히려 감당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