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에 들어 객사가 유난히 장려한 것을 보니 박군이 일찍이 고을을 맡았을 때 지은 것이라 하기에 한참 탄식하고 한 편을 지어 받들어 올리다入東萊。見客舍壯麗異常。朴君言嘗典郡時所構。嘆息良久。因賦一篇奉呈。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東萊客館侈於郡。制度特異誰營者。朴公疇昔此分符。政淸邑理民閑暇。霜斤伐木雷騰聲。雪鑿隳巖星逬火。承公頤指咄嗟成。欂櫨安妥巧相荷。墮指寒冬有燠房。流金盛夏宜風榭。我來仰視何眈眈。摩空鬪日光相射。部分局別由心機。寬不大迂奢不過。如非朴公眼孔大。雖費巨萬侔者寡。台階異日築邦基。撑柱王家如此舍。
동래의 객관이 고을에 견주어 사치스러운데 제도가 유난히 다르니 누가 지은 것인가 박공이 지난날 여기서 부절을 나누어 정사가 맑아 고을이 다스려지고 백성이 한가하였다 서릿발 같은 도끼로 나무를 베니 우레 같은 소리가 오르고 눈 같은 끌로 바위를 허무니 별처럼 불이 튄다 공의 턱짓을 받들어 순식간에 이루니 두공이 편안히 놓여 교묘히 서로 떠받친다 손가락 떨어지는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방이 있고 쇠가 녹는 한여름에는 바람 부는 정자가 알맞다 내가 와서 우러러보니 어찌 그리 우람한가 허공을 스치고 해와 다투어 빛이 서로 쏜다 나누고 가른 것이 마음의 기미에서 나왔으니 넓되 지나치게 우활하지 않고 사치하되 지나치지 않다 박공의 눈구멍이 크지 않았다면 비록 거만금을 들여도 견줄 만한 것이 적으리라 삼공의 자리에서 뒷날 나라의 터를 쌓으면 왕가를 버티는 것이 이 집과 같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