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2

이튿날 장편을 지어 서릉 학록에게 주다明日。以長篇贈徐學錄陵。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293자 · 낭독 2.9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昨與先生同赴吉秀才家筵。有妓獻花。予得有葉無花者。因口占一絶戱之云云。先生聞之。命妓出舞。以贖彼獻花無狀之罪。且償予之戱作。明日酒醒。謹成占調長篇。以謝厚意云。

어제 선생과 함께 길 수재의 집 잔치에 갔는데 기생이 꽃을 바치기에 나는 잎만 있고 꽃이 없는 것을 얻었다. 이에 절구 한 수를 읊어 놀렸다. 선생이 그것을 듣고 기생에게 나와 춤추게 하여 저 꽃 바친 볼품없는 죄를 속하고 또 내가 장난 삼아 지은 글을 갚아 주었다. 이튿날 술이 깨어 삼가 가락에 맞춘 장편을 이루어 두터운 뜻에 사례한다.

협주 1

幷序

서문을 아울렀다.

連雲甲第金碧眩。銀蒜垂垂簾半卷。沈香烟底咽笙歌。美人微笑流餘眄。十分蘸甲撥浮蟻。主人起壽客霑醉。露濕濃香花滿盤。花枝人面嬌相媚。素腕獻來微露玉。春風入座香撲撲。一枝到我先盧胡。不見深紅空釅綠。居士年來身似寓。湛然無波井已古。回頭笑謝散花女。結習已空花豈汙。唯予淨業洗未了。故作新詞博一笑。狂言忽發衆皆驚。薄行猶存人亦誚。感君好事爲揚眉。指麾筵中紅頰兒。遣作蹁躚回雪舞。償我輕薄嘲花詩。書生自古雖命薄。得失如環那易酌。眼寒無分看春紅。得觀妙舞天所酢。心醉歸來如夢裏。黏泥柳絮隨風起。待我甕頭芳酒熟。邀君更喚鵶鬟翠。

구름에 잇닿은 좋은 집이 금빛 푸른빛으로 눈부시고 은 마늘 장식이 드리워 발이 반쯤 걷혔다 침향 연기 아래 생황과 노래가 목메고 고운 이가 살짝 웃으며 남은 눈길을 흘린다 십분 손톱을 적셔 뜬 개미를 헤치고 주인이 일어나 축수하니 손이 흠뻑 취한다 이슬이 젖어 짙은 향기의 꽃이 소반에 가득하고 꽃가지와 사람 얼굴이 아리땁게 서로 아양 떤다 흰 팔이 바쳐 오니 옥이 살짝 드러나고 봄바람이 자리에 들어 향기가 물씬물씬하다 한 가지가 나에게 이르자 먼저 껄껄 웃으니 짙은 붉은빛은 보이지 않고 부질없이 짙푸를 뿐이다 거사는 근래에 몸이 붙어 사는 듯하고 맑아서 물결이 없으니 우물이 이미 오래되었다 머리를 돌려 웃으며 꽃 뿌리는 여인에게 사례한다 묵은 버릇이 이미 비었으니 꽃이 어찌 더럽히랴 오직 나만 깨끗한 업을 씻어 마치지 못해 짐짓 새 글을 지어 한 번 웃음을 얻었다 미친 말이 문득 나와 뭇사람이 다 놀라고 엷은 행실이 아직 남아 사람들이 또한 나무란다 고맙다, 그대가 일 좋아해 눈썹을 들어 주고 자리 가운데 붉은 뺨의 아이를 지휘하여 너울너울 눈 도는 듯한 춤을 추게 해 내가 경박하게 꽃을 놀린 시를 갚아 준다 서생은 예부터 비록 명이 박하나 얻고 잃음이 고리 같으니 어찌 쉬 헤아리랴 눈이 차서 봄 붉은 꽃을 볼 분수가 없더니 묘한 춤을 보게 됨은 하늘이 갚아 준 것이다 마음이 취해 돌아오니 꿈속 같고 진흙에 붙은 버들솜이 바람을 따라 인다 내 항아리 위의 향기로운 술이 익기를 기다려 그대를 맞아 다시 까마귀처럼 검푸른 쪽 진 이를 부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