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2

다시 서공에게 답하다復答徐公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24자 · 낭독 2.4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眼淸不受紅粉眩。一夜巫山雲雨卷。忽然挨放老傅狂。戱染香牋題眄眄。心知所見猶槐蟻。却憶于棼樹下醉。折齒堪誇幼與嘯。畫眉肯學京兆媚。更待淸秋山聳玉。樽罍漸省飛蚊撲。置酒重呼一捻紅。與君共賞雙垂綠。詞人餘興豈無寓。桃葉柳枝傳自古。鏡中雖愧秋霜飄。枕上還期暮雨汙。好遣能言泰吉了。細傳約束資微笑。君今已就淸時縻。任却北山峯竦誚。空甁何必居井眉。倒載從他拍手兒。徑入沈香賦芍藥。看促檀板歌聲詩。梨園曳縠蟬翼薄。玻瓈杯深幾迴酌。嗟我浮休天地間。此身非主同誰酢。聊寄城東大隱裏。淸風一榻慵不起。朝罷時時肯訪無。爲君方剗庭莎翠。

눈이 맑아 붉은 분에 어지럽지 않고 하룻밤 무산의 구름과 비를 걷었다 문득 늙은 부(傅)의 미친 기운을 밀어 놓아 장난삼아 향기로운 종이를 물들여 곁눈질을 적었다 마음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홰나무 개미인 줄 알면서도 도리어 순우분(淳于棼)이 나무 아래 취하던 일을 생각한다 이 부러짐은 유여(幼輿)의 휘파람을 자랑할 만하고 눈썹 그리기를 어찌 경조윤(京兆尹)의 아양을 배우랴 다시 맑은 가을에 산이 옥처럼 솟기를 기다려 술동이에 나는 모기 덤빔이 점점 줄어들면 술을 두고 다시 한 떨기 붉은 이를 불러 그대와 함께 두 갈래 늘어진 푸른 머리를 감상하리라 시인의 남은 흥을 어찌 부칠 데가 없으랴 「도엽(桃葉)」과 「유지(柳枝)」가 예부터 전한다 거울 속에 가을 서리 날림이 부끄러우나 베개 위에 도리어 저녁 비 젖기를 기약한다 말 잘하는 태길(泰吉)을 보내 자세히 약속을 전해 가벼운 웃음거리로 삼는다 그대는 이제 이미 맑은 시절에 매였으니 북산 봉우리가 우뚝 나무라는 것은 맡겨 두라 빈 병이 하필 우물 가에 있으랴 거꾸로 실려 가는 것은 손뼉 치는 아이에게 맡긴다 곧바로 침향정에 들어 작약을 읊고 박달나무 판을 재촉해 노랫소리의 시를 본다 이원(梨園)에 끄는 비단이 매미 날개처럼 엷고 유리 잔이 깊어 몇 번이나 따랐던가 아, 나는 하늘과 땅 사이에 떴다 쉬는 몸이라 이 몸이 주인이 아니니 누구와 함께 갚으랴 애오라지 성 동쪽 큰 숨음 속에 부쳐 맑은 바람 부는 걸상 하나에 게을러 일어나지 않는다 조회를 마치고 때때로 찾아 주겠는가 그대를 위해 바야흐로 뜰의 푸른 사초를 깎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