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잡히고 느낌이 있어 최종번 군에게 보이다典衣有感。示崔君宗藩。
季春十一日。廚竈無晨炊。妻將典衣裘。我初訶止之。若言寒已退。人亦奚此爲。若言寒復至。來冬我何資。妻却恚而言。子何一至癡。裘雖未鮮麗。是妾手中絲。愛惜固倍子。口腹急於斯。一日不再食。古人謂之飢。飢則旦暮死。寧有來冬期。呼僮卽遣售。謂可數日支。所得不相直。疑僮或容私。僮顔有憤色。告以買者辭。殘春已侵夏。此豈賣裘時。早爲禦寒計。緣我有餘貲。如非有餘者。斗粟不汝貽。我聞慙且恧。有淚空沾頤。三冬織紝功。一旦棄如遺。尙未救大歉。立竹羅飢兒。反思少壯日。世事百不知。讀書數千卷。科第若摘髭。居然常自負。好爵謂易縻。胡爲賦命薄。抱此窮途悲。端心反省己。亦豈無瑕疵。嗜酒不自檢。飮輒傾千巵。平日心所蓄。及醉不能持。盡吐而後已。不知讒謗隨。行身一如此。窮餓亮其宜。下不爲人喜。上不爲天毗。觸地皆玷纇。無事不參差。是我所自取。嗟哉又怨誰。屈指自數罪。擧鞭而三笞。旣往悔何及。來者儻可追。
늦봄 열하룻날 부엌에 아침 불이 없다 아내가 갖옷을 잡히려 하기에 나는 처음에 꾸짖어 말렸다 만일 추위가 이미 물러갔다 한다면 남들도 어찌 이런 일을 하랴 만일 추위가 다시 온다면 오는 겨울에 나는 무엇에 기대랴 아내가 도리어 성내어 말하기를 그대는 어찌 이토록 어리석은가 갖옷이 비록 곱고 화려하지 않으나 이는 첩의 손에서 나온 실이다 아끼기는 참으로 그대의 갑절이나 입과 배가 이보다 급하다 하루에 두 번 먹지 못하는 것을 옛사람이 굶주림이라 하였다 굶주리면 아침저녁으로 죽을 터인데 어찌 오는 겨울의 기약이 있으랴 하였다 아이를 불러 곧 팔러 보내며 며칠은 버틸 만하리라 여겼다 얻은 것이 값에 걸맞지 않아 아이가 혹 사사로움을 부렸나 의심하였다 아이의 얼굴에 분한 빛이 있어 산 사람의 말을 아뢰기를 남은 봄이 이미 여름을 침노하니 이것이 어찌 갖옷 팔 때인가 일찍이 추위 막을 계책을 세운 것은 내게 남은 재물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남은 것이 있는 자가 아니라면 한 말 곡식도 너에게 주지 않으리라 하였다 한다 나는 듣고 부끄럽고 또 무안해 눈물이 부질없이 턱을 적셨다 세 겨울 길쌈한 공이 하루아침에 버린 것처럼 되었다 그래도 큰 흉년을 구하지 못하니 대나무 서듯 주린 아이들이 늘어섰다 도리어 젊고 씩씩하던 날을 생각하니 세상일을 백 가지도 알지 못하였다 책을 수천 권 읽고 과거 급제를 수염 뽑듯 하였다 그러구러 늘 스스로 자부해 좋은 벼슬을 쉬 매리라 여겼다 어찌하여 타고난 명이 박해 이 길 막힌 슬픔을 안았는가 마음을 단정히 하고 돌이켜 나를 살피니 또한 어찌 흠이 없으랴 술을 즐겨 스스로 검속하지 못하고 마시면 문득 천 잔을 기울였다 평소 마음에 쌓아 둔 것을 취하면 지니지 못하고 다 토한 뒤에야 그쳤다 참소와 비방이 따르는 줄 알지 못하였다 몸가짐이 한결같이 이러하니 궁하고 주림이 참으로 마땅하다 아래로는 사람에게 기쁨이 되지 못하고 위로는 하늘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닿는 땅마다 다 티와 흠이요 어긋나지 않는 일이 없다 이는 내가 스스로 취한 것이니 아, 또 누구를 원망하랴 손가락을 꼽아 스스로 죄를 세고 채찍을 들어 세 번 매질한다 이미 지난 일은 뉘우친들 어이 미치랴 오는 것은 혹 좇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