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2

건성사 제석전 주지 겸 스님이 사는 다락에 포도를 시렁 지어 볕을 가렸는데 읊은 이가 많기에 스님이 나에게 차운을 청하다乾聖寺帝釋殿主謙師所居樓。架蒲桃遮陽。賦者多矣。師請予次韻。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56자 · 낭독 0.6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架引蒲桃繞屋傍。壓簷低檻翠陰凉。未秋先見團珠露。當晝猶無半縷陽。後蔓來扶前蔓倒。新莖走趁舊莖長。纍纍玉實休輕摘。甘脆偏須得飽霜。

시렁으로 포도를 끌어 집 곁을 두르니 처마를 누르고 난간을 낮춰 푸른 그늘이 서늘하다 가을이 되기 전에 먼저 둥근 구슬 같은 이슬을 보고 한낮에도 오히려 반 올 볕이 없다 뒤 덩굴이 와서 넘어진 앞 덩굴을 붙들고 새 줄기가 달려 묵은 줄기를 좇아 자란다 주렁주렁한 옥 열매를 가벼이 따지 마라 달고 연하려면 유난히 서리를 배불리 맞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