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 세 가지를 읊다 — 작은 화분의 석창포案中三詠 小盆石菖蒲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3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凡物之榮悴。皆因地瘠肥。土肉厚封植。猶恐有時腓。嗟爾異於是。性與膏泥違。區區硬盆底。鑿鑿碎石圍。是汝託根處。地脉安所歸。綠葉滋暢茂。尋尺猶可希。最愛淸曉露。團團綴珠璣。蕭然几案上。永與我相依。
무릇 물건이 성하고 시듦은 다 땅이 메마르고 기름진 데 말미암네 두터운 흙에 잘 심어도 때로 시들까 오히려 두려운데 아 너는 이와 달라 성품이 기름진 진흙과 어긋나네 조그마한 굳은 화분 바닥 또렷또렷한 자갈에 둘러싸였으니 이것이 네가 뿌리 붙일 자리라 땅의 맥이 어디로 돌아가랴 푸른 잎은 불어나 무성하여 한 자 남짓 자라기를 바랄 만하네 가장 사랑스러운 건 맑은 새벽이슬이 동글동글 구슬로 맺히는 것 쓸쓸한 책상 위에서 길이 나와 서로 의지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