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 세 가지를 읊다 — 대나무 벼루집案中三詠 竹硯匣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3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孤竹飽霜雪。南人輕剪截。問爾心所屬。凡百皆不悅。被人作笛吹。恥趁脣與舌。被兒作馬騎。出胯無奈劣。願來几案間。日與詩人媟。此意有足嘉。宜備書筵設。障我硯中塵。使我硯池潔。占書與裁詩。腕脫不容輟。緣汝若得官。效爾堅貞節。
외로운 대가 눈서리를 실컷 맞았는데 남녘 사람이 가벼이 베어 잘랐네 네 마음이 붙일 데를 물으니 온갖 것이 다 마땅치 않다 하네 남에게 잡혀 피리가 되어 불리면 입술과 혀를 좇는 것이 부끄럽고 아이에게 잡혀 말이 되어 타이면 가랑이로 나가는 것이 못나서 어쩔 수 없다 하네 원컨대 책상 사이에 와서 날마다 시인과 가까이 지내겠다 하니 이 뜻이 기릴 만하여 글 읽는 자리에 갖추어 두기 마땅하네 내 벼루의 먼지를 막아 내 벼루못을 깨끗하게 하고 글을 쓰고 시를 짓느라 팔이 빠져도 그치지 못하게 하네 너로 말미암아 만일 벼슬을 얻거든 네 굳고 곧은 절개를 본받으리